[오늘Who] 코웨이 되찾은 윤석금, 노장의 애정인가 도박인가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29일 서울 종로구 종로플레이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장에서 발언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코웨이는 참 좋은 회사다. 내 자식을 되찾은 기분이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29일 서울 종로구 종로플레이스에서 기자간담회에서 얼굴 가득 미소를 띠며 이렇게 말했다. 

참 좋은 회사라는 윤 회장의 말에는 코웨이를 향한 애정이 깊이 담겨있다.

윤 회장은 IMF 당시 굵직한 기업들이 줄줄이 넘어지는 것을 바라보며 가슴을 졸이다 ‘팔지 못한 정수기, 빌려주기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웅진코웨이를 세워 국내 1위 가전렌탈회사로 키워냈다.

하지만 2013년 웅진그룹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윤 회장은 자식같은 코웨이를 MBK파트너스에 팔아야 했다. 

윤 회장이 마침내 코웨이를 되찾았다. 코웨이를 매각한 지 5년7개월 만이다. 코웨이 인수를 발표하는 윤 회장은 기자간담회 내내 코웨이를 향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윤 회장은 현재 웅진그룹이 운영하고 있는 웅진렌탈과 코웨이를 사실상 합쳐 과거 웅진코웨이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윤 회장은 “아직도 많은 고객들이 코웨이를 웅진코웨이로 알고 있다”며 “코웨이와 웅진렌탈을 합쳐서 웅진코웨이로 시작하며 원점으로 다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웅진씽크빅과 웅진그룹은 현재 방문판매 인력 1만3천 명을 두고 있는데 코웨이가 보유한 인력 2만 명을 합치면 3만3천 명으로 불어난다. 방문판매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웅진그룹과 코웨이가 단 번에 압도적 수의 방문판매 인력을 확보하며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이다.

윤 회장은 “집에서 쓰는 생활가전을 사지 않고 빌리는 시대가 됐다”며 “예전에는 정수기만 렌트했지만 공기청정기, 비데에서 더 나아가 이제는 매트리스, 건조기, 보청기, 안마의자까지 렌트하는 시대가 됐다. 가전렌탈시장에는 무한대의 가능성이 있으며 앞으로 더 큰 시장이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오늘Who] 코웨이 되찾은 윤석금, 노장의 애정인가 도박인가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연합뉴스>


윤 회장은 향후 웅진그룹 사업구조도 웅진씽크빅, 코웨이를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는 “코웨이는 정말 내가 아끼고 좋아하는 회사”라며 “코웨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다 만든 일이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고 가장 쉬운 일”이라고 말했다. 

웅진그룹에 따르면 가전렌탈시장은 1인가구 증대와 고령화 등으로 해마다 10%가량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유통시장에서 이렇게 성장세를 보이는 곳은 드문 만큼 웅진그룹이 여기에서 기회를 찾겠다는 것이다. 

윤 회장은 코웨이를 통해 가전렌탈시장을 개척한 만큼 이 시장을 가장 잘 알고 가장 잘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윤 회장이 어렵게 품에 다시 안은 코웨이를 끝까지 지켜낼 수 있을지를 두고 의심하는 시선도 많다. 

코웨이 인수가격은 1조6850억 원이다. 이 가운데 웅진그룹은 스틱인베스트먼트로부터 5천억 원을 조달하고 최대 2천억 원을 웅진씽크빅 등이 진행하는 유상증자로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웅진그룹이 약 1조 원에 가까운 자금을 금융기관으로 빌려 코웨이를 인수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윤 회장 등 웅진그룹 임원진은 코웨이 인수자금과 관련해 날카로운 질문을 계속 받았다. 

더군다나 이번에 웅진그룹이 확보한 코웨이 지분은 22% 초반에 그쳐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코웨이 지분을 지속적으로 추가로 매입해야 해 자금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안지용 웅진그룹 기획조정실장 전무는 “코웨이 인수자금 조달에서 불확실성이 거의 없고 웅진과 스틱인베스트먼트도 한국투자증권에서 금융제공확약서를 받았다”며 “웅진에너지 등 계열사를 매각해 코웨이 지분을 추가 매입하는 것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향후 웅진그룹은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린 돈에 이자를 갚기 위해 코웨이의 배당성향을 높은 수준에서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이런 계획을 지키려면 코웨이가 지속적으로 실적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전제가 뒷받침 돼야 하는데 웅진그룹도 이를 의식하는 듯했다. 

안 전무는 “코웨이가 해마다 7~8%정도 성장하면 인수금융 자금을 상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렌탈시장 성장률이 10%를 넘어서는 만큼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어떻게 보면 위험할 수 있는 딜이지만 코웨이를 가장 잘 알고, 가장 잘 하는 우리가 경영을 맡는다면 이 정도 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73세. 재계의 노장으로 불리는 윤 회장은 마침내 코웨이를 되찾았다. 한때 노장의 치기로 치부됐던 꿈을 현실로 이뤄낸 것이다. 

“혼신의 힘을 다 바쳐 코웨이를 기필코 성공시키겠다. 코웨이를 중심으로 웅진그룹을 재건하겠다. 내 나이가 몇 살이든 난 20대의 젊음을 유지할 것이다.”

노장의 결심이 결실로 맺어질 수 있을까.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