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현, '신동빈 부재'로 롯데케미칼 대규모 투자 실기할까 '답답'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이 8월10일 전남 여수의 협력사를 현장방문하고 있다.

“선제적 수요 예측과 적시적소의 투자 결정을 바탕으로 안정적 사업 포트폴리오 구성과 생산운영을 지속하겠다. 글로벌 기업의 위상에 부합하는 지속가능 경영의 토대를 구축하겠다.”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은 7월 발간한 지속가능 경영보고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적시적소의 투자 결정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봉착해 있다. 롯데그룹 차원의 사정이 얽혀 있어 김 사장이 단독으로 풀어가기 어려워 답답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이 추진하고 있는 4조 원 규모의 인도네시아 석유화학단지 개발사업이 기초설계 단계에서 중단돼 있다.

롯데케미칼의 동남아시아 자회사 LC타이탄은 2017년 2월 인도네시아 반텐에서 국영 철강회사 크라카타우 스틸로부터 부지를 매입하고 대규모 석유화학단지를 세운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아직까지 구체적 사업이 진행되지 않았다.

이 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수감돼 총수 부재 상황인 것과 무관하지 않다.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은 10일 “신 회장이 석방된 후 현지를 방문해 부지를 확인해야 건설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업은 롯데케미칼뿐 아니라 롯데그룹 전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단순히 계열사의 문제를 넘어 그룹 차원의 판단이 개입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김 사장은 과거 LC타이탄 인수를 주도했고 롯데케미칼 대표에 오르기 바로 전까지는 LC타이탄 대표이사를 맡았다. 그만큼 동남아시아의 사업에 애착을 보이는데 성장의 기회가 막혀 있어 속이 더 탈 수밖에 없다.

김 사장은 2014년 LC타이탄 대표이사에 올라 실적 성장과 말레이시아 증시 상장 등을 이끌었다. 

김 사장체제에서 LC타이탄은 5천억 원이 넘는 연간 영업이익을 찍었고 상장 후 시가총액 4조 원에 도달하는 등 두드러진 약진을 보였다.

LC타이탄의 사업 호조는 롯데케미칼이 LC타이탄을 통해 인도네시아에 4조 원 규모의 투자를 추진하게 된 원동력이 됐다.

LC타이탄은 이미 롯데케미칼의 주축이다. 얼마 전 롯데케미칼이 처음 내보낸 TV광고에서 LC타이탄의 공장을 부각한 점에서 잘 드러난다.

하지만 김 사장이 롯데케미칼 사장에 오른 뒤에 LC타이탄은 다소 고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 시가총액은 3조 원 남짓 수준까지 떨어졌고 2018년 상반기 영업이익은 1411억 원으로 최고 실적을 낸 2016년 상반기에 비하면 40% 이상 줄었다.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룹의 사정으로 투자가 지연되고 있으니 김 사장으로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

인도네시아 대규모 투자와 신 회장의 석방을 연계하고 있는 롯데그룹의 읍소 전략은 자칫 롯데케미칼에게 족쇄가 될 수도 있다. 대규모 투자를 언제 단행할지 알 수 없어 불확실성이 크다.

만약 총수 부재가 장기화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으면 김 사장이 다짐한 ‘적시적소의 투자 결정’ 역시 어려워지고 계획한대로 성장을 도모할 수 없게 된다.

이미 롯데케미칼은 롯데그룹의 내부 사정과 맞물리면서 대규모 투자가 무산돼 아쉬움이 남은 적이 있다. 2016년에 약 2조 원 규모의 미국 액시올 인수를 타진했으나 수포로 돌아갔다.

당시 경영분쟁에 휩싸인 액시올을 인수하면 롯데케미칼이 글로벌 화학회사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많았다. 매출 4조 원 규모의 액시올을 인수하면 롯데케미칼은 글로벌 12위 종합화학회사로 몸집을 불릴 수 있었다.

하지만 롯데케미칼은 인수자금 조달에 부담을 느낀데다 신동빈 회장이 검찰 수사를 받는 등 어려움을 겪으면서 인수계획을 철회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석유화학단지사업과 관련해 “조 단위 투자계획이 진행되는데 있어 총수 부재의 어려움이 있다”며 “계획대로 사업이 잘 추진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