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 성과 보는 박용만, 대한상의 이제 남북경협 힘 싣는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7월18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43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대한상의>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우여곡절을 겪으며 5년을 달려왔다. 그러나 남아 있는 3분의 1 임기도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위상을 높이고 정관계와 소통을 강화했다. 하지만 재계가 느끼는 경영환경은 여전히 어렵고 사회적 대화와 남북 경제협력 등 남은 과제들도 만만치 않다.

박 회장이 21일 대한상의 회장 취임 5년을 맞았다. 그는 2013년 8월21일부터 회장을 맡고 있다. 

한 차례 연임해 성공해 2021년 3월이면 임기를 마치는데 현재까지 재임 기간의 절반인 2년 반가량 임기가 남아있다.

대한상의는 1884년 한성상업회의소라는 이름으로 설립돼 재계 단체 중 가장 역사가 길다. 그러나 대기업 총수들이 주축이 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밀려 재계 대표 단체로서 역할은 크지 않았다.

박 회장이 회장을 맡는 동안 대한상의의 위상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농단에 연루됐던 전경련이 몰락한 데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 재계 소통 창구로 대한상의를 인정하면서 대한상의는 명실공히 재계를 대표하는 단체로 자리를 굳혔다.

박 회장은 정관계와 소통을 확대하면서 규제 개선을 건의하는 데 힘을 쏟았다. 그는 2월 연임 결정 뒤 “규제 개혁은 새로운 경제적 기회”라며 “합리적 대안을 찾아 나서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을 만나 우리 경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규제의 틀을 바꿔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7월18일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도 경제 위기를 돌파하려면 '파격적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의 이런 외침은 최근 들어 정부와 정치권의 반향으로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 혁신 현장 행보를 시작했고 정치권도 국회에서 규제 프리존과 규제 샌드박스 등 규제 개혁 법안을 통과하기로 합의했다.

박 회장의 남은 임기는 사회적 대화와 남북 경제협력 추진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크다. 경영환경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경제 사회 문제를 기업의 시각에서 풀어나가야 한다.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정책을 놓고 노사간 시각 차이가 크다. 정부는 경제·노동 현안을 사회적 대화의 틀 안에서 풀어간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어 사회적 대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노사정대표자회의에 참여해 사회적 대화기구 재편에 뜻을 모았다.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10월 출범한다. 최근 민주노총이 노사정대표자회의 복귀를 결정해 사회적 대화를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사용자와 노동자 대표를 각각 기존 2명에서 5명으로 늘렸다. 노사가 논의의 중심이 되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 존중 정부'를 천명하며 노동계를 달래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 어렵사리 사회적 대화가 이뤄진 만큼 노동계 쪽이 주도권을 잡고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응해 재계를 대표할 박 회장 역시 제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비핵화가 추진됨에 따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북한과 경제협력은 더욱 쉽지 않은 과제다. 현재까지는 대북 제재 등 현실적 문제로 경제협력이 가시화되지 않고 있으나 문재인 대통령이 동아시아 철도 공동체를 언급하는 등 경협을 향한 기대는 크다.

박근혜 정부가 폈던 ‘통일 대박론’에는 전경련이 남북 경제교류 5대 원칙으로 호응했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은 대한상의가 주축이 돼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회장은 재계에서 유일하게 4월 남북 정상회담 환영만찬에 참석했다. 그만큼 박 회장과 대한상의는 북한과 경제협력을 전개할 때 핵심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박 회장은 경제협력에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정상회담 만찬에 참석한 뒤 페이스북에 “경협과 교류가 가능해지는 시기가 올 때까지 많이 생각하고 연구해서 제대로 경협을 전개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3월과 6월에 두차례 남북 경협 콘퍼런스를 열어 남북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협력 방안을 논의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박 회장은 국제상업회의소(ICC)를 통해 북한 조선상업회의소와 교류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상의는 5월 민간 싱크탱크인 지속성장 이니셔티브(SGI)를 출범했는데 여기에서도 남북 경제협력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