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은 옳지만 속도는 느릴 것이다’. 증권가에서 이마트 2분기 실적을 놓고 내린 평가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한동안 이마트의 ‘보릿고개’를 견뎌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오늘Who] 정용진 신사업 '돈줄' 이마트 오프라인 본업이 불안하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이마트 오프라인 점포의 부진이 심각한 상황에서 신사업이 완전히 자리를 잡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이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추진한 신사업에서 서서히 성과를 내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투자 단계로 돈 들어갈 곳이 많다.

이마트의 정체를 뚫기 위해 시작한 전문점들도 아직은 갈 길이 멀다.

10일 이마트 주가는 전날보다 3.54% 떨어진 21만8천 원에 장을 마쳤다. 전날 발표한 실적이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

이마트는 그동안 안정적 실적을 내며 정 부회장이 추진하는 여러 신사업을 든든하게 뒷받침해왔지만 최근 들어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이마트는 2분기에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34.1%나 줄었다. 특히 오프라인 점포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보다 무려 44.2%나 감소했다.

지난해부터 이마트의 오프라인 점포 영업이익이 뒷걸음질하기 시작했지만 영업이익 감소폭이 한 자릿수에 그쳤는데 올해 들어서는 감소폭이 두 자릿수로 더욱 확대됐다.

그동안 오프라인 점포의 부진을 만회했던 트레이더스 역시 주춤하다.

지난해 1분기 69.4%, 2분기 90.3%, 3분기 61.3%였던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영업이익 증가율은 지난해 4분기에 1%로 뚝 떨어졌다. 올해 역시 1분기와 2분기 영업이익 증가율이 각각 6.8%, 18.4%에 그쳤다.

그러나 정 부회장이 뚝심있게 밑어붙였던 복합쇼핑몰사업과 편의점사업이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은 정 부회장에게 그나마 위안거리가 될 수 있다. 

그동안 이마트가 신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들에 투자를 늘리면서 '투자 규모가 지나치게 크다', '불확실성이 높은 곳에 투자를 늘린다'는 회의적 시선이 따라다녔기 때문이다. 

복합쇼핑몰사업을 하고 있는 신세계프라퍼티는 2분기에 흑자 전환했다. 편의점사업을 하고 있는 이마트24는 여전히 영업적자를 보고 있긴 하지만 적자폭이 줄었다.

다만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앞으로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하다. 신세계그룹은 스타필드하남에 1조 원, 스타필드고양에 7700억 원을 투입했다. 앞으로 줄줄이 문을 여는 스타필드청라와 스타필드안성에도 비슷한 수준의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마트24역시 지난해 간판을 바꿔단 뒤 출점에 속도가 붙었지만 최저임금 인상과 근접 출점 제한 움직임 등 악재도 적지 않다. 

정 부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문점들도 아직은 초기 단계로 이마트 수익에 큰 보탬이 되지는 못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그동안 업계에서 다소 파격적으로 불릴 만한 독특한 전문점들을 잇달아 선보였다. 

이마트는 현재 잡화점 ‘삐에로쑈핑’, 반려동물 전문점 ‘몰리스펫샵’, 가전제품 전문점 ‘일렉트로마트’, 화장품 전문점 ‘센텐스’, 남성제품 편집매장 ‘하우디’, 수납용품 전문점 ‘라이프 컨테이너’, 가구 및 생활용품 전문점 ‘메종 티시아’, 장난감 전문점 ‘토이킹덤’ 등 다양한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다.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근본적으로 오프라인 매출을 늘릴 요인이 없다”며 “앞으로 전문점이 방문객을 끌어올릴 것으로 보이지만 안정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남옥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이마트는 기존 주력사업의 실적 안정성이 훼손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타개하기 위한 신규사업의 초기 적자가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