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이 대구은행 ‘비자금 조성’과 ‘채용비리’ 등 악재를 모두 털어내기 위한 인적 쇄신에 본격화하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 회장은 4일 그룹인사위원회를 열어 그룹의 새 경영진을 선임한다.
 
[오늘Who] 김태오, DGB금융지주에 '박인규 색깔' 벗기는 인적쇄신

▲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DGB대구은행의 상무급 이상 임원과 그룹 계열사 대표이사 및 부사장 등 30여 명이 6월에 모두 사표를 제출내고 김 회장의 재신임을 묻고 있는 만큼 인사 교체폭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은행장에 내정됐던 김경룡 DGB금융지주 부사장도 내정자에서 물러나기로 하면서 김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그룹 인적 쇄신에 더욱 힘이 붙을 가능성이 높다.

김 부사장은 박인규 전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과 대구상업고등학교, 영남대학교 동문으로 ‘박인규 회장체제’에서 주요 역할을 해온 대표적 인사로 꼽힌다.

대구은행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그룹 쇄신을 위해서는 박 전 회장과 적정거리를 유지했던 인물을 찾아야 한다는 요구가 높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김 부사장이 물러나면서 박인규 전 회장과 가까운 인사들도 대거 그룹을 떠날 것으로 점쳐진다.

김 회장은 특정인물을 중심으로 꾸려지는 조직행태를 바꾸겠다는 굳건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김 회장은 한국금융신문과 인터뷰에서 “사람에게 충성하는 조직은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라며 “사람은 그 자리에서 오래 해먹겠다는 생각밖에 안하는데 좋은 직원이 이 과정에서 축출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대구은행은 일단 박명흠 직무대행체제를 지속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박명흠 직무대행도 박 전 회장과 가까웠던 인사로 꼽히는 만큼 거취가 불분명하다.

김경룡 부사장과 박 대행은 박 전 회장이 지난해 임원인사를 통해 ‘친정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각각 부사장과 부행장으로 승진한 인물들이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박 전 회장에게 자신사임 등을 요구하다 지난해 말 그룹을 떠나게 된 것으로 알려진 노성석 전 DGB금융지주 부사장과 임환오 전 대구은행 부행장 등이 복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들은 5월 대구은행장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2차 예비후보군을 추려내는 과정에서 고배를 마쳤다.

김 회장이 박 전 회장과의 연결고리를 끊어내는 것과 동시에 첫 외부 출신 회장이라는 점을 감안해 내부 출신 인사를 곁에 둘 필요성도 있는 만큼 이들을 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예비임원 선임프로그램인 ‘DGB 하이포프로그램(DGB HIPO Program)’을 통해 노조의 목소리도 적극 인사에 반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HIPO는 높은 잠재력을 뜻하는 'High Potential'의 줄임말이다.

이 프로그램은 앞으로 DGB금융그룹의 경영진이 될 핵심 인재를 육성하는 프로그램으로 외부 전문가들로 꾸려진 자문단 심사를 거쳐 예비 임원을 육성하는 방식이다.

현재 응모자 80명을 대상으로 1차 심사를 끝내고 2차 심사를 앞두고 있는데 2차 심사에 노조의 평가도 받기로 했다.

김 회장은 외부 출신으로 그룹에 아직 우호세력이 뚜렷하지 않은데 그동안 박 전 회장을 향해 날선 비판을 해왔던 노조를 끌어안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 회장은 부드러운 소통형 리더십을 갖춘 인물로 꼽히지만 그룹의 새 출발을 위해 기존 그룹 경영진을 대상으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것으로 보인다”며 “하이투자증권 인수 등과 관련해 금융당국의 신뢰를 얻기 위한 의도도 엿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