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훈식 지엘팜텍 대표이사가 신경병성 통증 치료제 '리리카'의 개량신약 시판까지 마지막 관문을 남겨두고 있다. 

리리카는 국내 매출 규모만 연간 500억 원 수준인 만큼 개량신약의 잠재력이 크지만 경쟁 제품들 사이에서 두각을 드러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왕훈식, 지엘팜텍의 '신경병성 통증' 개량신약 마지막 관문 넘는다

▲ 왕훈식 지엘팜텍 대표이사.


3일 지엘팜텍에 따르면 7월 안으로 국내 임상3상 최종 보고서를 내고 3분기 식약처에 판매 허가를 신청한다.

왕 대표는 내년이면 관련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리리카는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의 신경병성 통증 치료제로 전 세계에서 연 매출 4조8천억 원, 국내에서 500억 원 규모를 내는 초대형 블록버스터 품목이다. 

당초 2012년 물질 특허가 끝났지만 통증 용도 특허는 남아 있어 리리카의 제네릭(복제약)들은 간질에서만 처방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용도 특허도 만료된 만큼 현재까지 200여 종의 복제약이 쏟아져나오는 등 경쟁이 치열하다.

왕 대표는 복제약이 아닌 ‘서방형 개량신약’으로 차별화를 노리고 있다. 이미 종근당 등 4개 제약사, LG화학과 기술이전 계약을 맺기도 했다.

서방형이란 약효를 더 오래 지속되게 만든 개량신약으로 지엘팜텍은 리리카 개량신약 ‘GLA5PR’의 복용 횟수를 하루 2회에서 하루 1회로 줄였다. 현재 당뇨병성 신경병증 환자 300명을 대상으로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다.

박시형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엘팜텍은 GLA5PR의 임상3상 종료가 임박했으며 리리카를 투여한 대조군과 비교해 효과가 떨어지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며 “리리카 매출 규모를 감안할 때 개량신약을 출시하면 매출 성장의 중요한 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왕 대표는 중앙대학교에서 약학 석사, 충남대학교에서 약학 박사학위를 받고 동아제약에서 4년 동안 연구원으로 일했다. 이후 파이크 연구기획팀장으로 일하다 2002년부터 지엘팜텍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지엘팜텍은 개량신약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로 전체 임직원의 80%가량이 의약품 연구개발(R&D)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특허 만료 전에 개량신약을 개발해놓고 특허가 끝나면 판매하는 방식이다.

왕 대표는 “개량신약은 적절한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말 크라운 제약을 인수해 공동대표도 겸임하고 있다. 이 인수로 우수의약품 제조기준(GMP) 생산설비를 확보했는데 위탁생산(CMO)사업을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는 GLA5PR 등 개량신약의 생산기지로 활용할 계획을 세워뒀다.

특히 이번 리리카 개량신약의 성공이 왕 대표에게는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회사 매출이 2015년 65억 원에서 2016년 46억 원, 지난해 24억 원으로 매년 줄고 있는 데다 지난해엔 2년째 적자를 냈기 때문이다.

경쟁사들이 비슷한 약을 개발하고 있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유한양행이 리리카의 서방형 개량신약인  'YHD1119'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고 영진약품도 지난해 8월 식약처로부터 임상1상 계획을 승인받고 리리카의 서방형 개량신약 개발에 들어갔다. 

화이자는 더 앞서 있다. 지난해 10월 이미 1일 1회 복용하는 '리리카 CR'을 신경병증 통증 관리 및 대상포진 후 신경통 관리를 위한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받았다.

그러나 왕 대표는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리리카CR은 단순히 주요 성분의 용량을 늘린 것에 불과한 반면 지엘팜텍의 개량신약은 기존 리리카와 동일한 용량으로 같은 약효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식약처는 리리카의 허가사항을 변경하면서 주의사항에 ‘점진적 중단’, ‘신장기능 저하 환자 용량조절 필요성’ 등을 추가하도록 했는데 투약 용량이 적으면 부작용도 덜하다는 점에서 지엘팜텍이 우위를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왕 대표는 미국 진출도 준비 중이다. 올해 미국 식품의약국에 Pre-IND미팅(임상승인신청을 위한 사전 만남)을 신청하기 위해 현재 컨설팅사를 통해 자문을 받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