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에로쇼핑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대형마트의 정체 속에서 오프라인 돌파구를 찾기 위해 적극 밀고 있는 신사업이다. 

공식 개점을 앞두고 매장 구성이나 진열 방식 등이 하나둘 베일을 벗고 있는데 마치 ‘보물찾기’ 하듯 쇼핑하도록 해 놀이와 쇼핑을 접목하려는 정 부회장의 시도가 이번에도 엿보인다.  
 
이마트 신사업 '삐에로쇼핑'을 보면 정용진의 전략이 보인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19일 업계에 따르면 28일 스타필드코엑스몰에 여는 삐에로쇼핑 1호점에 현재 입점업체가 하나둘 입점해 상품을 직접 진열하고 있다.

기존 오프라인 매장들이 예상 가능한 범주의 상품들을 보기 좋고 찾기 쉽게 가지런하게 잘 정돈해 뒀다면 삐에로쇼핑은 정신없이 많은 상품들을 살펴보며 ‘이런 것도 있네’ 하면서 사도록 구매를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쇼핑하는 재미’를 준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입점업체는 미성메탈, 니코피, 더마키즈, 퓨어포레, 하루마다, 애덜린, 스파이더락, 오호라 등이다. 화장품과 향수, 이미용기기, 욕실 및 주방기기 등을 판매하는 곳이다.

이 밖에 기존 헬스앤뷰티(H&B)숍에서 찾아볼 수 있는 유명 화장품 브랜드도 대거 입점했다.

국내외에서 판매되는 과자를 비롯한 간식류, 컬러링북이나 엽서 등 서점이나 문구점에서 찾아볼 수 있던 상품들도 찾아볼 수 있다. 블루투스 스피커와 이어폰 등 음향기기뿐만 아니라 조명기기, 각종 피규어와 프라모델 등도 판매한다.

말 그대로 없는 게 없는 ‘만물상’으로 다이소와 올리브영, 문구점, 서점 등의 상품구색을 합쳐 놓은 식이다.

그러나 삐에로쇼핑이 다른 매장과 다른 점은 상품을 빼곡하게 진열했다는 점이다. 최소한의 상품을 깔끔하게 진열하는 최근의 추세와 달리 수많은 제품들이 정신없이 진열돼 있다.

이런 콘셉트는 정 부회장이 예고한 대로 일본 돈키호테의 전략을 그대로 따라간다.

돈키호테 창업자는 처음 가게를 열 당시 종업원을 구할 여력도 없고 매장도 좁아 궁여지책으로 좁은 공간에 많은 상품을 진열했다. 

실제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 매장을 돌아다니다가 원하는 상품을 발견하면 일종의 희열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돈키호테의 성공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자연스럽게 매장에 머무는 시간도 늘어나면서 매출도 증가하는 효과도 함께 볼 수 있다.
 
이마트 신사업 '삐에로쇼핑'을 보면 정용진의 전략이 보인다

▲ 이마트가 28일 스타필드코엑스몰에 삐에로쇼핑 1호점을 연다.


이는 정 부회장이 스타필드를 통해 선보인 경영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정 부회장은 스타필드하남과 스타필드고양 등 대규모 복합쇼핑몰을 구상할 때 여러 체험시설을 늘려 고객의 체류시간을 늘리는 전략을 썼다. 스스로 놀이공원과 야구장을 스타필드의 경쟁상대로 꼽기도 했다.

스타필드하남의 개장 첫해 고객의 평균 체류시간(주차시간 기준)은 5.5시간으로 대형마트 1.5시간, 백화점 2.5시간보다 훨씬 길었다.

온라인 쇼핑으로 이탈하는 고객들의 발길을 오프라인으로 돌리는 것도 관건이다.

삐에로쇼핑에는 기존 온라인에서만 구매할 수 있던 상품들이 다수 입점했다.

정 부회장은 올해 안에 3곳 정도의 삐에로쇼핑을 연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28일 스타필드코엑스몰에 1호점을 열고 8월 서울 강남대로에 2호점도 연다.

정 부회장은 3월 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직접 삐에로쇼핑을 소개하며 “1년 동안 모든 걸 다 쏟아부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