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영 기자 junyoung@businesspost.co.kr2018-06-12 17: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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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전기차 배터리회사 CATL이 선전 증권거래소창업판(중국판 나스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CATL 주가는 상장 첫 날인 11일 가격제한폭인 43.9%까지 올랐다. 중국 언론들은 CATL 주가가 앞으로 4배 넘게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CATL이 연일 상한가를 쳐 창업판 시가총액 1위 기업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쩡위췬 CATL 회장.
12일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CATL의 창업주 쩡위췬 회장이 중국시장의 성공을 발판삼아 유럽 등 세계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쩡 회장은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인물이지만 '전기차 배터리 굴기'를 이뤄내 중국의 미래 성장동력 가운데 하나를 일궈낸 경영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쩡 회장은 2011년 12월 CATL을 일본 TDK의 100% 자회사인 ATL로부터 분사한 뒤 7년 만에 CATL을 시가총액 786억 위안(한화 약 13조3620억 원)의 상장기업으로 키워냈다.
그가 이번 기업공개(IPO)를 통해 얻은 자금은 54억6200만 위안(한화 약 9285억 원)으로 2009년 창업판이 설립된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쩡 회장은 2011년 일찌감치 전기차 배터리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측하고 과감히 이 시장에 뛰어들어 지금의 성과를 일궈냈다.
당시 중국에서는 대체 에너지를 사용하는 자동차 판매량이 약 1천 대에 불과했을 정도로 전기차시장은 시작 단계였다. 하지만 쩡 회장은 중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이 전기차시장을 키울 것으로 확신했다.
그의 판단은 적중했다. CATL은 중국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등에 업고 중국시장에서 생산량을 대폭 늘리며 빠르게 성장했다. 올해 1분기 기준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13.6%를 달성해 LG화학(12.4%), 삼성SDI(6.6%)를 제치고 2위에 올랐다.
CATL의 올해 1분기 배터리 생산규모 역시 397.3메가와트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1% 급성장했다. 중국과 유럽에서 추가로 생산공장을 구축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어 앞으로 생산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쩡 회장은 성공적 상장을 디딤돌로 세계시장을 노리고 있다.
그는 유럽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세우고 이를 발판삼아 전 세계 주요 전기차시장인 유럽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계획을 세웠다.
쩡 회장은 올해 3월 중국 최대 정치행사 양회에서 블룸버그와 인터뷰를 통해 “유럽시장이 큰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한국 배터리회사들은 저가 위주의 전략을 사용하고 있으며 2년 동안 별다른 기술적 발전을 이루지 못한 반면 CATL은 빠르게 성장했고 그들을 넘어설 수 있는 수준이 됐다”고 말했다.
LG화학, 삼성SDI가 최근 유럽에서 배터리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한 셈이다.
쩡 회장의 이런 발언은 그동안 배터리 기술 개발을 진두지휘해 성공 신화를 써 온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중국시장에 진출한 유럽 완성차회사와 맺어둔 관계도 이런 자신감에 힘을 보태고 있다. CATL은 이미 BMW, 폴크스바겐 등 세계적 완성차 회사에 배터리를 공급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CATL이 유럽에 배터리 생산공장을 세우기 위해 독일, 헝가리, 폴란드 등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물론 시행착오를 겪었다. 쩡 회장은 일본계 전자회사에서 근무하던 동료들과 1999년 ATL을 설립하고 휴대전화 배터리를 만들고자 했지만 연구개발은 쉽지 않았다. 배터리를 충전한 이후 모양이 변하는 치명적 결함을 발견한 것이다.
쩡 회장은 당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구와 실험에 몰두했고, 배터리 개발에 성공해 위기에 빠진 회사를 구해냈다.
쩡 회장의 배터리 철학은 단순하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배터리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매년 6억~7억 위안의 연구개발비용을 쏟고 있으며 현재 1천 명이 넘는 석·박사급 연구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쩡 회장이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중국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2021년부터 폐지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4월 CATL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태풍이 오면 돼지가 난다고 했지만 우리는 정말 날고 있는 것인가?”라며 “태풍이 지나가면 돼지는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정부의 지원을 태풍에 빗대어 말한 것으로 보조금이 끊긴 이후에 경쟁력을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정부의 정책이라는 안락한 침대 위에서 편히 잠자고 있을 때 경쟁 상대들은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싸우고 있다”며 “외국기업과 싸우게 된다면 어떻게 경쟁력을 키울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차 배터리 1등 회사를 위한 쩡 회장의 도전은 어쩌면 지금이 시작인지도 모른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