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출시한 PC와 태블릿, 서버용 프로세서에서 큰 보안결함이 발견되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전 세계 사용자들의 PC와 주요 IT기업들의 데이터서버가 모두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인텔은 CPU시장에서 AMD 등 경쟁사의 거센 공세에 직면해 지배력이 약해지고 있는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뿌리채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인텔 CPU 보안결함으로 최악의 위기, 삼성전자와 AMD 기회 잡아

▲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CEO.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4일 “인텔의 프로세서 설계오류는 전 세계의 거의 모든 PC와 서버를 위협하는 중대결함”이라며 “이른 시일에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인텔이 최근 10년 동안 출시한 대부분의 CPU가 사용자 비밀번호 등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는 중요한 설계상 오류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등 운영체제 업데이트를 통해 보안결함을 해결할 수 있지만 최대 30%에 이르는 CPU 성능 저하가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로소프트는 9일 업데이트를 배포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전자전문매체 엔가젯에 따르면 인텔은 업데이트가 진행될 때까지 이번 결함과 관련한 정식발표를 늦추기로 했다. 문제가 예상보다 심각해 중대발표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CEO는 미국 CNBC를 통해 “이번 문제에 대해 이미 인식하고 있으며 운영체제 개발사들과 협업으로 해결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엔가젯은 인텔이 AMD CPU의 성능 발전으로 최근 치열한 경쟁에 직면하고 있는데 이번 논란과 업데이트를 통한 성능 저하로 시장지배력을 더욱 위협받을 가능성도 높다고 바라봤다.

AMD는 “AMD의 CPU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보안결함 논란과 전혀 관계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4일 미국증시에서 인텔 주가는 약 3.4%의 하락폭을, AMD 주가는 5.2%의 상승폭을 보였다.

전자전문매체 톰스하드웨어에 따르면 글로벌 CPU시장에서 인텔은 80%, AMD는 20% 정도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AMD의 점유율이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AMD가 내놓은 CPU 신제품 성능이 대폭 개선된 데다 AMD가 인공지능 연산에 유리한 설계구조의 그래픽반도체(GPU) 전문기업인 만큼 신사업분야 진출에도 더 유리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경제분석지 시킹알파는 인텔의 이번 보안결함 논란으로 AMD가 CPU 판매량과 점유율을 크게 늘릴 기회를 맞을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인텔이 완전히 새로운 설계기반을 도입한 제품을 내놓기 전까지 근본적으로 결함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보안과 성능에 민감한 서버업체들은 인텔 CPU 탑재를 더욱 꺼리게 될 수밖에 없다.
 
인텔 CPU 보안결함으로 최악의 위기, 삼성전자와 AMD 기회 잡아

▲ AMD의 PC용 프로세서(CPU) '라이젠'.


인텔의 CPU 성능 저하가 대규모 피해보상 소송 등으로 이어져 실적에 타격을 입힐 가능성도 있다. 전 세계 대부분의 PC와 서버가 영향을 받는 만큼 소송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인텔을 넘고 전 세계 반도체매출 1위 기업에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인텔이 이번 사태 대응에 실패할 경우 삼성전자의 우위가 지속될 수도 있다.

그동안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기기에 주로 탑재되던 모바일AP 설계를 전문으로 하던 퀄컴과 삼성전자 등 반도체기업도 이번 사태에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나온다.

퀄컴과 삼성전자가 최근 개발한 AP는 구동성능이 노트북PC용 CPU와 맞먹을 정도로 발전했고 두 회사가 모두 노트북용으로 AP를 공급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AP 신제품 ‘엑시노스9810’을 정식으로 공개하며 “엑시노스 AP는 독자개발한 고성능 CPU기술을 집약한 제품으로 컴퓨팅기기 등에 최적화된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퀄컴의 최신 AP와 서버용 프로세서는 모두 삼성전자의 10나노 공정으로 위탁생산된다. AMD도 반도체 양산을 모두 위탁생산업체에 의존하고 있어 삼성전자가 수주기회를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