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이 추진하고 있는 대우건설 매각절차가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

대우건설이 3분기에 증권가의 전망을 대폭 밑도는 실적을 낸 탓인데 새 주인을 찾기 위한 예비입찰이 2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우건설을 바라보는 인수후보자들의 시각이 달라질 수 있다.
 
대우건설 해외사업 고전, 매각에서 제값받기 불투명

▲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2일 대우건설 주가는 전일보다 500원(6.81%) 내린 6840원에 장을 마감했다. 주가가 7천 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9월15일 이후 약 한 달 반 만이다.

대우건설이 3분기에 시장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는 실적을 낸 탓에 주가가 급락한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은 3분기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3조980억 원, 영업이익 1138억 원을 냈다고 2일 장 시작 직전에 밝혔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10.4%, 영업이익은 7% 늘어난 것이지만 시장의 기대를 만족하지는 못했다.

상장기업분석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는 그동안 대우건설이 3분기에 매출 2조9368억 원, 영업이익 2181억 원을 낼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대우건설은 증권가 전망의 반토막 수준에 불과한 영업이익을 거뒀다.

대우건설이 예상보다 적은 영업이익을 내면서 11일 앞으로 다가온 예비입찰에 먹구름이 끼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투자은행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대우건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사모투자전문회사 KDB밸류제6호를 통해 간접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대우건설 지분 50.75%를 매각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예비입찰은 13일 마감된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이 올해 1~2분기 연속으로 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갈아치우며 승승장구하자 지난해 말 중단했던 대우건설 매각절차를 본격화했다.

하지만 대우건설이 세 분기 연속으로 좋은 실적을 내는 데 실패하면서 산업은행이 구상한 대로 매각이 성사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무엇보다도 대우건설이 해외에서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는 점이 매각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대우건설은 3분기에 카타르 뉴오비탈 고속도로와 모로코 사피발전소 프로젝트 등에서 모두 1125억 원의 대규모 손실을 반영했다.
 
대우건설 해외사업 고전, 매각에서 제값받기 불투명

▲ 카타르 뉴오비탈 고속도로 조감도.


대우건설이 해외사업에서 대규모 손실을 털어낸 것은 지난해 말 이후 세 분기 만인데 앞으로도 해외사업에서 추가손실이 더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카타르 고속도로와 모로코 발전소 프로젝트는 도급금액이 각각 1조1천억 원, 2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대우건설은 아직 두 프로젝트에서 각각 2천억~4천억 원의 도급잔액을 보유하고 있다. 공사진행률에 따라 추가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이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대우건설의 매각 추진과 관련해 주가가 상승할 만한 요인이 존재하긴 하지만 3분기 실적을 통해 확인했듯 해외사업의 원가율이 안정화되는지를 우선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대우건설 인수를 희망하는 국내기업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부영과 호반건설 등이 잠재적 인수후보로 거명되지만 주택시장의 둔화 가능성이 짙은 상황이라 대우건설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기업인 아람코와 말레이시아 국영에너지기업 페트로나스, 중국건축공정총공사(CSCEC) 등도 인수후보군에 꼽히는 데 대우건설이 아직 해외사업을 모두 정상화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가격을 깎으려 들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