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과 시멘트 등 기초건자재업계가 국내 주택경기 침체를 대비해 서로 다른 전략을 짜고 있다.

◆ 성신양회 아주산업, 동남아시아에서 성장동력 발굴

13일 건자재업계에 따르면 성신양회는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해외 레미콘공장이 아닌 국내공장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레미콘과 시멘트 회사, 주택경기 침체 대응책 마련에 분주  
▲ 김태현 성신양회 사장(왼쪽)과 박상일 아주산업 대표이사.
성신양회는 구리와 파주, 용인, 대전, 베트남 등에 레미콘공장 5곳을 두고 있다. 성신양회가 국내 레미콘공장을 모두 매각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나온다. 매각대금은 2천억 원 규모일 것으로 추산된다.

성신양회는 매각대금을 재무구조 개선에 쓸 것으로 전망된다. 성신양회는 2016년 말 기준으로 순차입금 3502억 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부채비율이 219.8%에 이른다.

성신양회가 해마다 손실을 내는 해외사업이 아닌 국내 ‘알짜’ 레미콘공장을 매각하는 것을 놓고 업계는 해외사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바라본다.

성신양회는 2013년 베트남에 진출해 레미콘과 외식, IT사업 등을 벌였지만 순손실을 냈다. 미얀마사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성신양회의 오너3세인 김태현 사장은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베트남 사업에서 당장 이익을 내기보다는 매출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동남아시아에서 사업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아주산업도 동남아시아 공략을 본격화하기 위해 미얀마에 공장을 짓고 있다. 이 공장은 고강도콘크리트파일을 연간 20만t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세워지며 2018년 초부터 상업가동된다.

이 공장을 가동하면 기존 베트남공장까지 합쳐 동남아시아에서 모두 45만t의 고강도콘크리트파일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아주산업이 국내에 보유하고 있는 고강도콘크리트파일 생산규모와 맞먹는다.

성신양회와 아주산업 등이 당장 이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동남아시아에서 승부를 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강승민 NH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내 건설경제가 정부의 부동산규제 강화 등으로 건설사의 국내 건설수주가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이라며 “인도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올해 4~8%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건설시장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건설경기와 달리 동남아시아의 건설경기 전망은 밝은 셈이다. 동남아시아는 국내보다 인프라가 부족하고 도시화율도 낮아 건설시장이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 쌍용양회 삼표그룹, 수직계열화 이뤄 국내사업 강화

쌍용양회와 삼표그룹은 수직계열화를 이루며 국내 주택경기 침체에 대비하고 있다.

쌍용양회는 올해 쌍용자원개발과 쌍용해운을 합병했다. 쌍용자원개발은 시멘트의 원료인 석회석을 채굴, 공급하는 기업이다. 쌍용해운은 시멘트 운반선 10여 척을 보유하며 시멘트를 운반한다.

  레미콘과 시멘트 회사, 주택경기 침체 대응책 마련에 분주  
▲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왼쪽)와 최병길 삼표시멘트 대표이사.
쌍용양회는 “쌍용자원개발과 쌍용해운을 통합해 경영효율성을 강화할 것”이라며 “시멘트사업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멘트 수출은 줄이고 국내공급은 늘리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지난해 시멘트 504만3천 톤을 해외에 수출했는데 2014년 해외수출물량의 절반에 해당한다. 반면 국내에 공급하는 시멘트물량은 같은 기간 23.6% 늘렸다.

쌍용양회가 국내 시멘트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운영효율성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펴는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삼표그룹도 삼표시멘트와 기초건자재 계열사를 수직계열화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레미콘과 시멘트 등 기초건자재 계열사를 모두 보유해 수직계열화한 것은 삼표그룹이 처음이다.

삼표그룹은 2014년 9월 동양시멘트를 인수한 뒤 올해 3월 동양시멘트를 삼표시멘트로 이름을 바꿨다.

최병길 삼표시멘트 대표이사는 “삼표그룹의 레미콘과 시멘트, 골재 등 기초건자재를 하나의 브랜드로 통합해 고객서비스의 질을 높일 것”이라고 말하면서 수직계열화를 통한 시너지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삼표그룹이 국내사업에서 운영효율성을 높여 수익성을 끌어올리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표시멘트 관계자는 “수출시장은 수익성이 떨어져 판매량을 줄이고 있다”며 국내사업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