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신작소설 판권을 누가 품을까?

하루키가 4년 만에 선보인 장편 ‘기사단장 죽이기’의 국내판권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에 출판사 5곳 이상이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키 '기사단장 죽이기' 판권경쟁, 선인세 30억 넘어서나  
▲ 무라카미 하루키.
선인세가 30억 원을 넘었을 것이란 소문도 나돈다.

29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기사단장 죽이기의 한국어판 번역본 출판사가 곧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중대형 출판사 5곳 이상이 일본 에이전시를 통해 마감일인 24일에 앞서 번역본 출간제안서를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업계는 문학동네, 민음사, 비채(김영사), 은행나무 등 4곳이 제안서를 낼 가능성을 높게 봤다. 

하루키는 해외 출간을 담당할 출판사를 직접 까다롭게 고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루키가 29일 해외여행을 떠날 계획을 알린 바 있어 곧 결과가 나올 것으로 출판업계는 보고 있다. 하루키 국내 번역본은 올해 여름쯤 서점가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사단장 이야기는 일본에서 먼저 출간돼 단숨에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서는 등 하루키 이름값에 걸맞게 많은 화제를 낳았다.

하지만 일본 아마존 사이트를 비롯해 주요 서적판매 순위에서 하향추세도 감지된다. 이 때문에 출간 사흘 만에 48만 부가 넘게 팔린 뒤 열기가 사그라들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소설의 판권을 누가 차지하느냐 못지 않게 선인세가 얼마까지 제시됐는지 출판계 안팎의 관심이 높다. 소설과 에세이를 포함해 하루키 전작들은 모두 국내에서 번역 출간됐는데 그때마다 치열한 판권경쟁 속에 선인세도 가파르게 치솟았다.

2009년에 나온 소설 ‘1Q84’의 경우 문학동네가 판권을 차지했는데 당시 선인세로만 9억 원을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민음사는 2013년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의 판권을 따내는 데 선인세로 약 16억 원을 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루키 '기사단장 죽이기' 판권경쟁, 선인세 30억 넘어서나  
▲ '기사단장 죽이기' 일본어판 표지.
이번엔 선인세가 20억 원을 넘을 것이란 관측이 높다. 선인세 20억 원을 낼 경우 최소 판매부수가 120만 부는 넘어야 손해를 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 선인세 30억 원설도 나돈다. 

1Q84는 출간 첫해만 약 70만 부가 팔렸고 지난해 누적 200만 부를 넘었다. 반면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는 훨씬 많은 선인세를 냈는데도 판매부수가 50만 부를 넘기는 데 그쳤다.

기사단장 죽이기는 2권짜리 장편으로 하루키의 문학적 특성이 고루 담긴 소설로 평가된다.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설정에 화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역사와 예술을 아우르면서 추리와 성애 등 대중적 문법에도 충실한 작품이다.

하지만 책을 사서 보는 인구가 워낙 줄어 과거와 같은 하루키 신드롬이 이번에도 재현될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출판계 불황이 극심한 만큼 고가의 선인세를 내고 판권을 거머쥔다 해도 출판사 입장에서 불안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하루키 명성에 기댈 수밖에 없는 출판계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