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노무 제공자에 대한 판단을 사용자가 입증하도록 하는 ‘근로자 추정제’ 논의가 국회에서 본격화하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무늬만 프리랜서’ 계약을 통해 노무 제공자를 근로기준법의 테두리 밖으로 밀어내는 관행을 끊어내는 첫 단추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사측에서는 프리랜서 계약서만으로는 근로기준법 적용을 피하기 어려워지면서 퇴직금 지급 등을 둘러싼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31일 정치권 움직임을 종합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근로자 추정제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24일 ‘근로자 추정제’ 법안(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노무 제공자를 근로자로 우선 추정하고 분쟁 발생시 사용자가 회사가 ‘근로자 아님’을 반증하도록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다만 형사적 책임은 이 법안의 대상이 아니다.
특히 이 법안은 ‘무늬만 프리랜서’, ‘가짜 3.3 계약’ 등으로 법의 보호받지 못하는 노무제공자들을 보호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무늬만 프래랜서 계약은 근로기준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해 노동관계를 도급·위탁·프리랜서 계약 등으로 위장하는 것을 일컫는다. 가짜 3.3 계약은 근로자를 사업소득자로 간주해 3.3% 세율을 적용하는 형태의 위장 계약을 말하다.
현행 근로기준법에서는 근로자로 인정될 경우 최저임금, 주 52시간제, 퇴직금, 주휴수당, 4대 보험 등 주요 보호 규정이 모두 적용돼 법안 시행시 근로기준법에 의한 보호 대상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은 25일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근로자 추정제 법안을 소위원회에 회부했다. 또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속도전’에 나설 뜻을 밝혔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1월14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법의 보호 밖에 놓인 노동자가 800만 명을 넘는다는 것은 일터에서 헌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뜻”이라며 “‘일법 패키지’는 이재명 정부의 1호 노동법안으로, 이르면 5월 1일 노동절에 맞춰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일법 패키지란 근로자추정제와 ‘일하는 사람 기본법안’(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안)을 함께 일컫는 말이다.
김태선 민주당 의원이 2025년 12월24일 대표발의한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고용 형태와 관계없이 일하는 사람에게 최소한의 기본적 권리와 공통 기준을 적용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또한 계약서 작성·보수 지급·부당한 계약 변경 금지 등 사업자의 의무를 규정하며 이를 위반해 권리 행사에 불이익을 줄 경우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 법안 역시 25일 환노위 소위에 함께 회부됐다.
근로자추정제를 두고 노사간 입장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노동계의 경우 ‘경계선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첫 걸음으로 평가하고 있는 반면 기업들은 금전적 부담과 입증책임이 커진다는 이유 등으로 반대하고 있다.
현재 근로자 해당 여부는 계약서 명칭보다 실제 노무 제공 관계의 실질에 달려 있다.
구체적으로는 사용자의 업무 지시와 지휘·감독 여부, 근무시간·장소의 지정과 구속 여부, 비품·장비 보유와 제3자 대행 가능성 등 독립사업자성, 보수의 성격, 근로관계의 계속성·전속성, 4대 보험 등 사회보장제도상 지위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
이에 따라 근로제 추정제 법안이 통과되면 회사는 ‘근로자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 동안 ‘프리랜서 계약서를 썼다’는 것이 좋은 방어 수단이 됐지만, 이제는 실질적으로 지휘·감독이 없었는지, 시간·장소의 구속이 없었는지, 스스로 계산과 책임 아래 일한 독립사업자였는지 등을 입증할 자료를 훨씬 더 체계적으로 갖춰야 한다.
이에 따라 기업이 각종 입증자료를 사전에 축적해야 하는 구조가 되면서 회사와 노동자의 ‘서류전’이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광선 법무법인율촌 변호사는 1월27일 ‘입증책임의 대전환, 근로자 추정제 도입 등에 따른 기업의 대응 전략’라는 제목의 법무법인 율촌 뉴스레터 칼럼에서 “기업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지휘감독을 하지 않았음을 입증할 자료와 제도를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하며 필요시 기존 위탁 구조를 전면 재검토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짚었다.
또 이러한 분쟁의 최전선은 결국 퇴직금 지급 여부를 둘러싼 공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27일 서울 중구 엘더블유컨벤션(LW컨벤션)에서 열린 한국사회법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프리랜서 근로자성 분쟁 90%는 퇴직금 요구”라며 “계약 기간에는 프리랜서로 있다가 종료 후 근로자였음을 주장하는 사례가 많다. 근로자추정제가 도입되면 이러한 선택적 법률관계 활용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사측에서 외주와 용역 구조를 더 엄격히 규정하고 일자리 자체가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노동계의 경우에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근로자 추정제는 사용자에게 근로자임을 부정할 통로를 열어주며 민사소송이라는 분쟁이 발생한 후에야 작용하는 사후구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1월20일 ‘근로기준법 제2조 개정 없는 권리 밖 노동 보호 패키지 입법 반대한다’라는 이름의 성명에서 근로자 추정제를 두고 “근로자 개념을 법의 총칙에서 명확히 재정의하기 보다 분쟁 해결 과정에서만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예외 규정으로 한정했다”며 “또한 이번 입법은 근로자 추정을 ‘분쟁 이후’에만 적용하겠다 한다. 법적 분쟁이 없이는 여전히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게 된다”고 비판했다.
노동계는 대법원의 근로자성 판단 기준 판례가 정립돼 있고 법안은 이를 손대지 않아 사실상 새롭게 근로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법안 추진에는 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내세운 공약인 만큼 그의 의중이 관건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이 대통령은 ‘고용 유연화’ 를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19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출범식 뒤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노동계가 고용유연성을 양보하는 대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그 비용을 고용 유연화로 혜택을 보는 기업이 부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권석천 기자
노동계에서는 ‘무늬만 프리랜서’ 계약을 통해 노무 제공자를 근로기준법의 테두리 밖으로 밀어내는 관행을 끊어내는 첫 단추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사측에서는 프리랜서 계약서만으로는 근로기준법 적용을 피하기 어려워지면서 퇴직금 지급 등을 둘러싼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 안호영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안건을 처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정치권 움직임을 종합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근로자 추정제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24일 ‘근로자 추정제’ 법안(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노무 제공자를 근로자로 우선 추정하고 분쟁 발생시 사용자가 회사가 ‘근로자 아님’을 반증하도록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다만 형사적 책임은 이 법안의 대상이 아니다.
특히 이 법안은 ‘무늬만 프리랜서’, ‘가짜 3.3 계약’ 등으로 법의 보호받지 못하는 노무제공자들을 보호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무늬만 프래랜서 계약은 근로기준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해 노동관계를 도급·위탁·프리랜서 계약 등으로 위장하는 것을 일컫는다. 가짜 3.3 계약은 근로자를 사업소득자로 간주해 3.3% 세율을 적용하는 형태의 위장 계약을 말하다.
현행 근로기준법에서는 근로자로 인정될 경우 최저임금, 주 52시간제, 퇴직금, 주휴수당, 4대 보험 등 주요 보호 규정이 모두 적용돼 법안 시행시 근로기준법에 의한 보호 대상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은 25일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근로자 추정제 법안을 소위원회에 회부했다. 또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속도전’에 나설 뜻을 밝혔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1월14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법의 보호 밖에 놓인 노동자가 800만 명을 넘는다는 것은 일터에서 헌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뜻”이라며 “‘일법 패키지’는 이재명 정부의 1호 노동법안으로, 이르면 5월 1일 노동절에 맞춰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일법 패키지란 근로자추정제와 ‘일하는 사람 기본법안’(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안)을 함께 일컫는 말이다.
김태선 민주당 의원이 2025년 12월24일 대표발의한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고용 형태와 관계없이 일하는 사람에게 최소한의 기본적 권리와 공통 기준을 적용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또한 계약서 작성·보수 지급·부당한 계약 변경 금지 등 사업자의 의무를 규정하며 이를 위반해 권리 행사에 불이익을 줄 경우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 법안 역시 25일 환노위 소위에 함께 회부됐다.
근로자추정제를 두고 노사간 입장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노동계의 경우 ‘경계선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첫 걸음으로 평가하고 있는 반면 기업들은 금전적 부담과 입증책임이 커진다는 이유 등으로 반대하고 있다.
현재 근로자 해당 여부는 계약서 명칭보다 실제 노무 제공 관계의 실질에 달려 있다.
구체적으로는 사용자의 업무 지시와 지휘·감독 여부, 근무시간·장소의 지정과 구속 여부, 비품·장비 보유와 제3자 대행 가능성 등 독립사업자성, 보수의 성격, 근로관계의 계속성·전속성, 4대 보험 등 사회보장제도상 지위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
이에 따라 근로제 추정제 법안이 통과되면 회사는 ‘근로자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 동안 ‘프리랜서 계약서를 썼다’는 것이 좋은 방어 수단이 됐지만, 이제는 실질적으로 지휘·감독이 없었는지, 시간·장소의 구속이 없었는지, 스스로 계산과 책임 아래 일한 독립사업자였는지 등을 입증할 자료를 훨씬 더 체계적으로 갖춰야 한다.
이에 따라 기업이 각종 입증자료를 사전에 축적해야 하는 구조가 되면서 회사와 노동자의 ‘서류전’이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광선 법무법인율촌 변호사는 1월27일 ‘입증책임의 대전환, 근로자 추정제 도입 등에 따른 기업의 대응 전략’라는 제목의 법무법인 율촌 뉴스레터 칼럼에서 “기업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지휘감독을 하지 않았음을 입증할 자료와 제도를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하며 필요시 기존 위탁 구조를 전면 재검토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짚었다.
또 이러한 분쟁의 최전선은 결국 퇴직금 지급 여부를 둘러싼 공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27일 서울 중구 엘더블유컨벤션(LW컨벤션)에서 열린 한국사회법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프리랜서 근로자성 분쟁 90%는 퇴직금 요구”라며 “계약 기간에는 프리랜서로 있다가 종료 후 근로자였음을 주장하는 사례가 많다. 근로자추정제가 도입되면 이러한 선택적 법률관계 활용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사측에서 외주와 용역 구조를 더 엄격히 규정하고 일자리 자체가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노동계의 경우에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근로자 추정제는 사용자에게 근로자임을 부정할 통로를 열어주며 민사소송이라는 분쟁이 발생한 후에야 작용하는 사후구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 최동석 인사혁신처장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1월20일 ‘근로기준법 제2조 개정 없는 권리 밖 노동 보호 패키지 입법 반대한다’라는 이름의 성명에서 근로자 추정제를 두고 “근로자 개념을 법의 총칙에서 명확히 재정의하기 보다 분쟁 해결 과정에서만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예외 규정으로 한정했다”며 “또한 이번 입법은 근로자 추정을 ‘분쟁 이후’에만 적용하겠다 한다. 법적 분쟁이 없이는 여전히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게 된다”고 비판했다.
노동계는 대법원의 근로자성 판단 기준 판례가 정립돼 있고 법안은 이를 손대지 않아 사실상 새롭게 근로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법안 추진에는 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내세운 공약인 만큼 그의 의중이 관건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이 대통령은 ‘고용 유연화’ 를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19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출범식 뒤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노동계가 고용유연성을 양보하는 대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그 비용을 고용 유연화로 혜택을 보는 기업이 부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권석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