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창업 활성화를 위한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한다. 전국 단위 오디션을 통해 창업가 5천 명을 선발하고 500억 원 규모 펀드를 연계하는 방식이다.

다만 창업 열기 조성을 넘어 실제 창업 성과로 이어지는 구조를 구축할 수 있을지가 정책의 성패를 가를 핵심 요소로 꼽힌다. 
 
'고용 대신 창업' 정부 5천명 오디션 가동, 반복 넘어 '생존 기업' 만들기 관건

이재명 대통령이 1월3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창업시대 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26일 모두의 창업 플랫폼을 열고 전 국민 대상 모집공고를 시작했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400개 넘는 도전 아이디어가 등록됐다. 참가 희망자는 5월15일 오후 4시까지 모두의 창업 플랫폼에서 신청할 수 있다.

플랫폼은 전국 지역별로 우수한 창업보육 역량을 갖춘 100여 곳의 창업기관이 운영사로 참여해 보육 기관이 직접 선발한 창업가를 프로젝트 전체 기간에 걸쳐 책임지고 육성하며, 단계별 진출 성과에 따라 기관별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이번 사업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총괄하고 전국 창업기관과 민간 투자사들이 참여하는 협업 구조로 진행된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단순한 창업 지원사업이 아니라 정책 집행 방식 자체를 바꿨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정부는 기존의 ‘선정·심사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창업가 개인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창업 정책의 틀을 재설계했다. 창업 문턱을 낮추기 위해 복잡한 서류 대신 ‘아이디어 한 줄’만으로 신청이 가능한 간편 프로세스를 도입했다. 준비된 창업가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잠재력 있는 인재를 정부가 직접 창업가로 육성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이번에 처음 도입되는 ‘창업 오디션’은 이번 사업의 뼈대는 평가된다. 예비창업가부터 재창업가까지 5천 명을 선발해 단계별 경연을 거쳐 유망 창업가를 선별하고 최종 우승자에게는 상금과 투자를 합쳐 10억 원 이상을 지원한다. 여기에 500억 원 규모 ‘창업열풍펀드’를 연계해 선발과 투자 과정을 결합했다.

민간 참여를 전면에 내세운 점도 눈에 띈다. 토스의 이승건 대표, 뤼튼의 이세영 대표, 리벨리온의 박성현 대표 등 선배 창업가들이 멘토링에 참여하고 투자사들이 경연 과정에 관여하면서 초기 단계부터 시장 평가가 작동하도록 설계됐다. ‘경연-투자-보육’을 결합한 구조를 갖춰 창업을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프로젝트는 단일 경진대회가 아니라 4단계 구조로 설계된 창업 육성 프로그램이라는 점도 특징적이다. 정부는 아이디어 단계에서 5천 명을 발굴하는 1단계를 시작으로 지역 오디션, 전국 단위 경연, 이후 투자와 재도전 지원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마련했다.

초기 참여자에게는 조건 없이 활동비를 지급하고, 단계가 올라갈수록 최대 2천만 원, 1억 원, 최종 10억 원 이상으로 지원 규모도 따라서 확대된다. 탈락자에게도 ‘도전 경력’을 인정하고 재도전 기회를 제공해 창업이 한 번의 실패로 끝나지 않도록 설계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창업 중심 경제 전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이 대통령은 1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한중 벤처스타트업 서밋’에서 “한국도 벤처 30년의 역사를 발판 삼아 국가 창업 시대로 대전환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같은 달 열린 ‘국가창업시대 전략회의’에서도 “전통적인 방식으로 평범하게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창업 사회로 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번 모두의 창업 사업은 이 같은 ‘창업 국가’ 철학을 실현하기 위한 첫 번째 실행 파일인 셈이다.
 
'고용 대신 창업' 정부 5천명 오디션 가동, 반복 넘어 '생존 기업' 만들기 관건

▲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 단계별 보육 프로그램. <중소벤처기업부>


다만 대규모 경진대회 방식이라는 점에서 단기적 ‘이벤트’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이를 고려해 사업을 반복·확대하는 방향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 대통령은 모두의 창업이 연 1회에 그쳐서는 ‘국가 창업 시대’를 열기에는 부족하다며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을 통해서라도 횟수를 늘리는 방안을 주문했고,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분기별 운영 등 상시화 추진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정부 역시 산업별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모두의 챌린지’와 지역 기반 창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창업도시 조성 프로젝트’를 차례로 추진해 창업 지원을 단일 프로그램이 아닌 연속적인 정책 체계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다만 정책 성패는 사업의 단순한 반복 여부를 넘어 실제 성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창업가들이 후속 투자와 사업화 지원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이를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생존 기업’을 만들어내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돼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모두의 창업’의 성패는 오디션 무대를 통한 창업 분위기 조성을 넘어 그 뒤 기업이 실제로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것이다. 10억 원의 상금이 마중물이라면 공공구매와 수요기업 연결, 실패 이후 재도전을 가능하게 하는 경력 인증 체계는 기업의 생존을 떠받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이번 사업이 4단계 구조를 통해 창업가의 발굴부터 실제 매출 발생과 재도전까지 이어지는 ‘성장 사다리’를 실제로 구현할 수 있을지 시장과 업계의 검증대에 올랐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전날 국가창업시대 전략회의 모두발언에서 “주식회사 대한민국이 창업의 동반자가 돼 국민 누구나 아이디어만 있으면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새로운 환경을 조성하겠다”며 “2026년을 ‘국가창업시대의 원년’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