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의 시행이 닷새 앞으로 다가오며 산업 현장 곳곳에서 교섭권을 둘러싼 마찰이 속속 감지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합법적 파업권을 선점하려는 노동계와 이를 방어하려는 경영계가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여겨지는 만큼 '춘투'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노란봉투법 앞둔 3월 '춘투' 긴장 고조, 정부 '원청 교섭' 갈등 관리 시험대

▲ 민주노총이 5일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원청교섭투쟁계획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쟁의 대상에 임금을 넘어 원청 교섭과 경영 판단까지 포함되면서 노조 협상은 유례없는 험로를 걸을 것으로 예상돼 정부의 '진화 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5일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를 '원청교섭의 원년'으로 선포했다. 

이태환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3월10일 시행되는 노란봉투법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수십 년간 투쟁해 온 결과"라며 "실질적 사용자 책임을 지는 원청과의 교섭을 통해서만 처우 개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3월10일 교섭 요구를 시작으로 교섭을 회피하는 원청 사업장에 대한 압박 투쟁과 7월 총파업까지 전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동계는 노란봉투법 시행 초기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이미 1월부터 기습적 교섭 요구에 나선 상태다.

노동계는 현행 노조법상 파업에 돌입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단체교섭 요구, 교섭 결렬, 지방노동위원회 조정 신청 및 조정 중지 결정'이라는 필수 법적 절차를 2월에 거쳤다. 3월 노란봉투법 시행과 동시에 합법적 쟁의권을 즉각 행사할 수 있는 토대를 다진 것이다.

이는 통상 원청 사용자가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에 대해 '실질적 사용자가 아니다'라며 거부하거나 재판 등을 통해 확정을 미루는 방식의 경영계의 시간 끌기 전략을 사전에 차단하고 7월 총파업까지 투쟁 동력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노란봉투법은 쌍용자동차 파업 등에서 발생한 노동자 손해배상·가압류 문제를 계기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이 처음 국회에 발의했으나 보수 정치권과 재계의 반발로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2023년 11월과 2024년 8월 2차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모두 폐기된 바 있다.

이후 노란봉투법은 지난해 8월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3월10일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사용자 범위를 넓혀 하청 노조와 원청 간의 직접 교섭 통로를 구축하고, 근로조건에 국한됐던 쟁의 대상을 경영상의 판단 영역까지 확장했다. 

이에 따라 과거 불법 파업으로 간주됐던 경영 현안들이 이번 춘투의 핵심 전선으로 떠올랐다. 노사 간 협상은 임금 인상률을 조정하는 수준을 넘어,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과 경영 판단 개입이라는 고난도 쟁점들이 테이블 위에 오르게 되면서 난항이 예상된다.

실제로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 대주주인 HMM은 '본사 이전' 현안을 두고 노란봉투법이라는 거대 변수를 만났다. 

그동안 경영권의 고유 영역으로 간주됐던 본사 이전이, 노란봉투법에서는 조합원의 고용 안정 및 생활권과 직결된 ‘쟁의 대상’으로 해석될 여지가 커져서다. 

HMM 노조는 이를 명분으로 파업을 예고하고 나섰다. 

결과적으로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 본사 이전을 추진하려는 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정부가 시행한 노란봉투법에 따른 합법적 파업의 명분으로 제동이 걸리는 모순적 상황에 직면했다.
 
노란봉투법 앞둔 3월 '춘투' 긴장 고조, 정부 '원청 교섭' 갈등 관리 시험대

▲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관련 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선산업은 구조적으로 원청 정규직과 하청 노동자의 처우 차이가 뚜렷한만큼 노란봉투법 적용을 통한 원청교섭 요구에 대한 목소리를 더욱 거세게 내고 있다.

전날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는 기자회견을 통해 "한화오션은 원청 교섭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남지부는 "한화오션의 조선 하청 노동자와 급식·수송·복지 분야 노동자들이 원청교섭을 요구하는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있다"며 "조선소 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과 처우는 원청과 교섭이 아니면 개선될 수 없다"고 말했다.

IT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NHN의 교육 사업 부문 자회사 NHN에듀는 지난해 적자 누적 및 사업을 축소하면서 올해 2월 고용안정 협의체를 통해 상생안을 찾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협의체 구성 검토 직후 희망퇴직 절차를 강행하면서, 노사 간 갈등은 한층 증폭되고 있다.

NHN 노조는 계열사의 모든 경영을 사실상 통제하는 NHN 본사의 실질적 지배력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노란봉투법 시행을 계기로 구조조정 중단 등 고용 안정을 위한 본사의 직접적 결단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연일 '현장 안착'을 강조하며 올해 춘투 진화에 전념하고 있다. 

전날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관련 관계장관회의'에서 "정부는 일선 현장의 혼란과 기업의 불확실성 최소화를 목표로, 현장 소통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준비를 해왔다"고 말했다.

같은 날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노란봉투법은 원·하청 구조에서 실제로 결정되는 근로조건에 대해 상생 교섭이 가능하도록 대화를 제도화한 것"이라며 현장의 예측 가능성과 노사관계에서의 신뢰 자산 형성을 약속했다.

고용노동부는 특히 원청이 하청의 안전·보건을 챙길수록 사용자성이 인정된다는 '모순적 구조'에 대해서는 "실질적 지배력이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있어야 한다는 취지"라며 선을 그었다. 

또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적용 여부 등에 대해서도 매뉴얼을 통해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경영계의 3월 노란봉투법 시행이 전방위적 춘투 확산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공포는 가시지 않고 있다. 원청을 직접 겨냥한 전례 없는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가 빗발칠 경우 산업 생태계 전반이 마비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지난달 말 "3월 노란봉투법 발효가 가장 큰 문제"라며 "발효 전까지 노란봉투법의 문제점에 대해 정부와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지속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김인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