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테라팹' 구상에 삼성전자 역할 주목, 시스템반도체와 메모리 다 갖춰

▲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미국에 시스템반도체와 메모리, 패키징 설비를 수직계열화한 자체 반도체 공장을 설립해 운영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러한 기술을 모두 갖춘 유일한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미국에 메모리 및 시스템반도체 생산과 패키징 공정을 모두 담당하는 ‘테라팹’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과 대만 등 아시아 반도체 공급망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목표를 두고 추진되는 만큼 테슬라의 주요 협력사인 삼성전자의 역할이 더 커질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28일(현지시각) 테슬라는 2025년 4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을 열고 중장기 사업 및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일론 머스크가 핵심 성장동력으로 앞세우는 인간형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와 무인 자율주행 ‘로보택시’ 관련 내용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는 이날 테슬라의 반도체 공급망 확보 계획을 설명하는 데도 오랜 시간을 들였다.

최근 메모리반도체 및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품귀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자동차 생산 차질 가능성을 높였고 원가 상승에 따른 부담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는 “삼성전자와 TSMC, 마이크론의 반도체 최대 생산 능력은 충분하지 않다”며 공급 부족 사태가 3~4년 가량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테슬라가 미국에 대규모 반도체 생산공장인 테라팹을 건설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제약 요인은 사라지기 어려울 것이라고도 했다.

테라팹은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와 메모리반도체 양산, 첨단 반도체 패키징 설비가 모두 수직계열화된 형태로 갖춰진 종합 반도체 제조 설비다. 전기차 배터리와 부품, 완성차 등을 모두 생산하는 테슬라 기가팩토리와 유사한 형태로 추정된다.

일론 머스크는 지난해 말 주주총회에서도 테라팹 구축과 관련한 구상을 밝히며 삼성전자와 TSMC, 인텔 등 다양한 반도체 기업과 협력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반도체 공급망에 지정학적 리스크도 중요한 요소인데 현재는 크게 주목받지 않고 있다며 미국 내 생산 설비를 구축하는 일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미국에 첨단 반도체 생산 설비를 대거 확보해 자급체제를 갖춰내는 것은 트럼프 정부도 다양한 지원 정책과 무역 압박을 내세워 꾸준히 추진하고 있는 목표이기도 하다.

반도체 제조사들은 투자 비용 증가와 전문인력 부족, 기술 안보 등 여러 문제를 고려해 미국 내 생산 투자를 다소 소극적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다.

테슬라가 단일 기업 차원에서 테라팹에 반도체 생산 협력사를 끌어들이는 일은 자연히 더 어려운 과제로 남아 있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는 원래 자동차 제조 설비도, 배터리셀 및 배터리팩 공장도, 리튬 정제소도 갖추지 않고 있었다”며 “그러나 방법을 찾아냈다”고 말했다.

테슬라의 반도체 공장 설립도 반드시 성공으로 이끌어내겠다는 자신감을 보인 셈이다.
 
테슬라 '테라팹' 구상에 삼성전자 역할 주목, 시스템반도체와 메모리 다 갖춰

▲ 삼성전자 텍사스주 테일러 반도체 공장 건설현장 사진. <삼성전자>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는 삼성전자 및 TSMC의 미국 공장에서 반도체 공급 계약을 맺었다”며 “그러나 미국에 첨단 메모리반도체 생산 설비는 전무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테슬라가 테라팹을 통해 시스템반도체와 메모리, 패키징 설비를 모두 수직계열화하지 않는다면 공급망 차질은 결국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측도 내놨다.

일론 머스크는 이와 관련해 전략적 반도체 협력사들과 논의를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삼성전자가 테슬라의 반도체 공급망 수직계열화 전략에 갈수록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든다.

테슬라는 자체 반도체 설계 기술을 확보하고 있지만 생산 경험은 없다. 따라서 반도체 설비 투자와 설치, 양산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외부 협업사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첨단 미세공정 파운드리 및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생산 능력을 모두 갖추고 있는 반도체 기업이다.

따라서 테라팹에 시스템반도체와 메모리 수직계열화를 추진하는 일론 머스크의 비전에 가장 적합한 협력사로 꼽힌다.

TSMC와 인텔, 마이크론 등 기업도 테슬라의 잠재 협력사로 거론된다. 그러나 서로 다른 메모리반도체 및 파운드리 기업이 테슬라 테라팹을 위해 힘을 합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결국 일론 머스크 입장에서는 삼성전자가 테슬라에 가장 적합한 협력사로 고려될 공산이 크다.

그는 콘퍼런스콜에서 “테라팹 구축을 시도하지 않는 것은 솔직히 미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이를 현실화하겠다는 강력한 자신감을 보였다.

일론 머스크는 최근 삼성전자와 파운드리 협력을 직접 발표하고 텍사스주에 위치한 반도체 공장을 자주 방문하겠다고 말하는 등 협력 강화에 꾸준히 의지를 내비쳐 왔다.

그는 향후 테라팹과 관련해 대규모 발표를 내놓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미 협력사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블룸버그는 “테라팹 구축은 쉽지 않은 과제가 되겠지만 일론 머스크의 공급망 수직계열화 전략과 같은 선상에 있다”며 “일론 머스크 제국이 더 빠르게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