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유경 신세계 회장이 오프라인 유통 채널만이 줄 수 있는 ‘하이엔드 경험’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정 회장은 신세계 곳곳에 온라인 쇼핑채널들이 선사할 수 없는 고급 소비·문화 경험을 채워넣고 있는데 이를 통해 '경험을 파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굳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유경 신세계 차별화 전략 본궤도, 오프라인 고객 '고급 경험' 깊이 더한다

정유경 신세계 회장(사진)이 신세계센트럴을 중심으로 오프라인 거점 고급화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28일 신세계그룹의 두 축인 신세계부문과 이마트부문의 경영을 놓고 가장 선명하게 대조되는 대목을 꼽자면 정용진·정유경 남매의 ‘공간 철학’이 거론된다.

정용진 회장이 이마트부문의 미래로 꼽고 있는 스타필드는 누구나 와서 즐기는 개방형 체험 공간을 지향한다. 할인점인 이마트 역시 누구나 와서 즐길 수 있는 대형 쇼핑공간을 지향한다.

반면 정유경 회장이 이끄는 신세계부문의 전략들을 살펴보면 검증된 구매력을 가진 고객들에게 보다 고급스러운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른바 자산가들에게 경험을 파는 '폐쇄형 하이엔드 공간'으로서 신세계부문을 이끌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신세계센트럴은 이러한 전략이 집대성된 계열사다.

신세계센트럴은 연간 4천만 명의 승객이 이용하는 강남 고속버스터미널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JW메리어트호텔서울, 메가박스, 파미에스테이션 등 쇼핑과 문화, 휴식 기능이 집약된 복합공간을 아우르고 있다.

정 회장은 이른바 '신세계타운'이라고 할 수 있는 이 곳을 '고급 경험을 파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꾸준히 공을 들이고 있다.

2024년 6월 문을 연 하우스오브신세계가 바로 이런 전략의 지향점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강남점과 JW메리어트호텔서울의 연결 통로에 세워진 하우스오브신세계는 신세계의 콘텐츠 노하우에 JW메리어트호텔서울과 대전에 위치한 호텔 오노마를 통해 쌓아 온 '서비스' 노하우를 더한 신개념 공간이다.

하우스오브신세계 오픈 이후 1년 만에 매출은 141% 뛰었고 신규 고객 수도 61% 늘었다. 신세계백화점 점포 13곳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고급 경험'을 앞세운 정 회장의 전략이 적중했다고 볼 여지가 많다.  

신세계센트럴의 실적을 보면 수익의 질도 매우 높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신세계센트럴은 2025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 595억 원을 기록하며 백화점에 이은 그룹 내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다. 2025년 3분기 영업이익률도 28.1%로 그룹 내 최고 수준이다.

신세계센트럴의 강점은 백화점 본업과 시너지가 구조적으로 맞물린다는 점이다. 신세계센트럴 매출은 부동산 임대, 여객터미널 운영, JW메리어트호텔서울 등에서 발생하는데 이들 사업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구매력이 커질수록 수익이 함께 확대되는 특징이 있다.

실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최대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VIP 매출 비중도 5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소득 고객 유입이 늘수록 JW메리어트 객실 수요와 파미에스테이션 등 배후 상권의 임대 가치도 동반 상승하는 구조다.

정유경 회장이 신세계센트럴에 힘을 줄 수 있는 이유는 해당 지역 부의 밀도가 높기 때문이다.

신세계센트럴 반경 1km에는 원베일리, 아크로리버파크 등 국내 최고가 주거단지가 밀집해 있다. 국내에서도 자산가층의 체류 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정 회장은 이 입지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터미널 기능을 지하화하고 지상에는 최고 60층 규모의 주상복합을 올리는 공간 재편을 검토하고 있다. 터미널 유동인구를 백화점으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는 동시에 주거·쇼핑·호텔을 한 울타리로 묶어 고객 체류를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로 여겨진다.

고급스러운 경험을 강조하는 것은 온라인에서도 결은 다르지 않다. 

정용진 회장의 이마트 부문이 SSG닷컴과 지마켓을 필두로 대중적 접점과 가성비 시장 확장에 주력했다면 정유경 회장은 신세계 앱을 온라인판 ‘디지털 멤버십 라운지’로 정의하고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채널 ‘비욘드 신세계’와 하이엔드 여행 콘텐츠 ‘비아신세계’이 있다. 

해당 채널들은 단순 쇼핑몰을 넘어 백화점 특유의 심미안과 감도 높은 비주얼을 모바일로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브랜드의 철학을 잡지처럼 풀어내거나 자산가층의 취향에 맞춘 정교한 큐레이션을 제공하는 점이 특징이다.

이는 백화점이 직접 기획한 전용 디지털 공간이기에 가능한 전략으로 보인다. 오프라인에서 축적한 하이엔드 경험을 온라인으로 확장해 신세계만의 폐쇄형 프리미엄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정유경 신세계 차별화 전략 본궤도, 오프라인 고객 '고급 경험' 깊이 더한다

▲ 신세계센트럴의 센트럴시티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사진)과 긍정적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세계의 무게중심은 여전히 오프라인에 놓여 있다. 온라인이 대체하기 어려운 경험은 결국 물리적 공간에서 완성된다는 판단이 깔려 있을 공산이 크다.

정유경 회장은 이러한 ‘신세계센트럴식 성공 방정식’을 전국 거점으로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밸류업)을 통해 광주(2028년), 수서(2029년), 송도(2030년) 등에서 복합개발 모델을 이식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단순히 백화점을 짓는 수준을 넘어 SRT 수서역세권과 광주 랜드마크 주상복합 등 지역 교통·생활의 중심축을 직접 확보해 계열분리 이후에도 독자 경영을 지탱할 자산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신세계센트럴을 통한 부동산 개발은 계열분리 이후 신세계부문의 자본 기반을 강화하는 핵심 수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부지 복합개발과 관련해 신세계센트럴과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측과 사전 협상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개발이 본격화되면 부동산 가치가 재평가되며 신세계의 자본 가치도 크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기대감은 신세계를 정점으로 하는 안정적 지분 구조에 기인한다. 신세계는 신세계센트럴 지분 60%를 보유하고 있으며 신세계센트럴은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 71%를 확보한 최대주주다. 개발에 따른 막대한 자산 가치 상승분이 결국 신세계로 귀속되는 셈이다.

신세계센트럴 역시 부동산 개발 전문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더욱 분명히 하고 있다. 2025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회사 이름을 ‘신세계센트럴시티’에서 ‘신세계센트럴’로 변경하고 그룹 내 핵심 부동산을 활용해 주거·오피스·호텔 등 고부가가치 개발사업을 주도하는 종합 부동산 개발회사로 도약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서울고속터미널 재개발에 대한 관심 또한 부동산 가치 재평가로 인해 밸류에이션에 긍정적”이라며 “다만 사업 착공과 준공까지는 긴 시계열이 필요한 만큼 이에 대한 주의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