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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증시 약점으로 '대형주 쏠림'과 '빚투 확대' 등이 지목됐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다만 상승 과정에서 나타난 대형주 쏠림 현상이 국내증시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목됐다.
지렛대(레버리지) 투자 확대에 따른 잠재적 매도 물량(오버행)도 수급 불안 요인이다.
증권가에선 코스피가 5000선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선 국내기업들의 실적이 뒷받침해야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23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0.76%(37.54포인트) 오른 4990.07로 마쳤다.
코스피는 전날 장중 사상 처음으로 5000을 달성했으나 종가 기준으로는 아직 5000선을 넘어서지 못했다. 지수가 5000선 안팎에서 오르내리면서 심리적 저항선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특히 코스피의 가파른 상승세 이면에 ‘대형주 쏠림’이라는 그림자가 존재하면서 ‘지수 고점’ 우려가 배어나오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 전체 상장 종목 948개 가운데 연간 코스피 지수 상승률 75.6%를 웃돈 종목은 12.9%(122개)에 불과했다. 상장 종목 전반의 상승보단 일부 종목의 급등세가 지수를 밀어올린 셈이다.
지난해 코스피 대형주 지수는 83.23% 상승하며 지수 상승률을 넘겼지만, 중형주(40.06%)와 소형주(20.21%) 상승률은 지수 상승률에 미치지 못했다.
올해 들어선 대형주와 중·소형주의 상승률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이달 2일부터 23일까지 코스피 대형주 지수는 20.18% 올랐지만, 이 기간 중형주와 소형주 지수는 각각 9.11%와 2.59% 오르는 데 그쳤다.
이 같은 대형주 쏠림 현상이 코스피의 약점으로 떠오르면서 ‘K자 양극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K자 양극화란 일부 업종만 빠르게 성장하고, 나머지는 정체하거나 하락하며 업종 간 격차가 'K'자 모양으로 벌어지는 현상을 뜻한다.
현재 국내증시 주도테마로 꼽히는 인공지능(AI) 가치사슬(밸류체인)에 포함된 업종과 그렇지 않은 업종의 비중이 크게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12일 보고서에서 “올해 들어 6거래일 간 코스피가 8% 넘게 급등했지만 이 기간 코스피의 상승 종목 수와 하락 종목 수의 평균은 각각 316개와 470개를 기록했다”며 “하락 종목 수가 상승 종목 수보다 많았음에도 지수가 급등했다는 것은 반도체·조선·방산·자동차 등 소수 업종에 온기가 집중됐음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증시 자금이 일부 대형주에 쏠려 있는 만큼, 대형사들의 실적 부진이 증시 전반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증시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실적”이라며 “이익 전망치의 유지 여부가 향후 국내증시 흐름을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이 올해 증시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 기업들의 올해 실적 전망치가 증시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정규거래 종가 기준 삼성전자·삼성전자우 합산 시가총액은 991조1949억 원,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558조3778억 원에 달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2개 사 합산 시가총액이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40%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매출 500조 원, 영업이익 170조 원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49%, 영업이익은 290% 증가하는 것이다.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매출 190조2950억 원, 영업이익 115조8230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실적 추정치보다 매출은 92%, 영업이익은 141% 증가하는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대감에 힘입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치가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면서도 “향후 대내외 여건에 따라 이익전망치가 하락할 경우, 증시 전반의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신용융자잔고 규모 확대도 수급 측면에서 불안 요소로 떠올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2일 국내증시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8조9257억 원이다. 20일과 21일에는 29조 원을 넘기기도 했다. 이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하는 거래를 의미한다. 최근 국내증시의 역사적 상승세에 빚을 내서라도 주식에 투자하려는 ‘빚투’가 과열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상이나 시장조정 국면에 따른 레버리지 청산 압력이 오버행 위험을 높일 수 있다”며 “2021년 신용융자잔고가 25조 원을 넘어서며 당시 최고수준을 기록한 뒤, 시장이 급락하자 대규모 반대매매 물량이 출회됐다”고 짚었다. 박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