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새해에도 국내 게임사들이 신작을 앞세워 일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간 일본은 자국 게임 선호도가 높아 외산 게임의 진입 장벽이 높은 시장으로 꼽혀 왔지만, 최근 애니메이션풍 연출과 캐릭터 수집 요소를 강조한 서브컬처 장르의 게임을 중심으로 국내 게임사들의 도전이 잇따르고 있다.
 
새해도 서브컬처 앞세워 열도 정조준, 넷마블·엔씨·웹젠 등 게임업계 일본 공략 '러시'

▲ 넷마블은 오는 28일 '일곱 개의 대죄' 지적재산권(IP)를 활용한 서브컬처 신작 게임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을 전세계 동시 출시한다. <넷마블>


14일 게임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일본은 세계 3위 규모의 게임 시장이자 1인당 결제 금액(ARPU)이 높은 핵심 수익 시장으로, 국내 게임사들의 전략적 진출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올해 가장 먼저 일본에 신작을 내놓는 곳은 웹젠이다. 웹젠은 하운드13이 개발한 오픈월드 액션 RPG ‘드래곤소드’를 오는 21일 정식 출시한다. 드래곤소드는 액션 RPG 성격이 강한 작품이지만 캐릭터성과 연출을 앞세워 서브컬처 팬층의 관심도 함께 끌고 있다.

재무적 반등이 필요한 시점에서 웹젠은 서브컬처 신작을 연달아 선보일 계획이다. 자회사 웹젠노바가 개발 중인 ‘테르비스’와 리트레일이 제작한 디펜스 장르 게임 ‘게이트 오브 게이츠’를 올해 순차적으로 출시한다. 웹젠은 일본 최대 서브컬처 행사인 코믹마켓에 게임을 지속적으로 출품하며 현지 팬덤 형성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넷마블은 오는 28일 오픈월드 액션 RPG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을 글로벌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일본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지난해 플레이스테이션 쇼케이스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에서 주요 타이틀로 소개되며 기대작으로 떠올랐다. 

넷마블은 이 게임과 함께 서브컬처 액션 RPG ‘몬길: 스타 다이브’를 내세워 지난해 하반기 창사 이래 처음으로 도쿄게임쇼에 참가해 일본 시장 공략 의지를 드러냈다. 일본 이용자들의 콘솔 선호도를 고려해 ‘몬길: 스타 다이브’의 콘솔 시연 버전을 현장에서 최초 공개하기도 했다.

엔씨소프트도 서브컬처 게임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한다. 상반기 중 빅게임스튜디오가 개발한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애니메이션풍 연출과 빠른 전투 액션을 강조한 수집형 액션 RPG로, MMORPG 중심이었던 엔씨소프트가 선보이는 첫 서브컬처 게임이다. 빅게임스튜디오는 2023년 도쿄게임쇼에서 해당 작품을 처음 공개한 이후 3년 연속으로 현지 전시에 참가하며 인지도를 쌓아왔다.

서브컬처 분야에서 이미 성과를 낸 넥슨은 올해 이 분야 게임 사업을 더 확대한다. 일본에서 흥행한 ‘블루 아카이브’를 통해 가능성을 확인한 넥슨은 신규 프로젝트 ‘프로젝트 RX’를 연내 출시 목표로 개발 중이다. 
 
새해도 서브컬처 앞세워 열도 정조준, 넷마블·엔씨·웹젠 등 게임업계 일본 공략 '러시'

▲ 넥슨게임즈의 서브컬처 신작 '프로젝트 RX'가 출시 전부터 국내외 이용자들 사이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넥슨게임즈>


넥슨게임즈 산하의 블루 아카이브 제작진이 참여한 게임으로, 국내외 팬들 사이에서 기대감이 높다. 전작인 블루 아카이브는 2025년 2월 기준 누적 매출의 73.1%가 일본 시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밖에 NHN이 일본 인기 지적재산권(IP) 업체들과 활발히 협력해 서브컬처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퍼즐 게임 ‘최애의 아이: 퍼즐스타’는 일본 인기 TV 애니메이션 '최애의아이' IP를, 신작 '디시디아 듀엘럼 파이널 판타지'는 일본의 대표적인 게임 '파이널 판타지' IP를 각각 활용한다.

스마일게이트 역시 지난해 1월 일본 법인을 본격 가동한 이후 ‘미래시’ 등 서브컬처 타이틀을 앞세워 현지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 게임사들이 일본 시장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글로벌 게임 시장 변화가 있다. 국내 게임 시장의 성장 한계로 해외 진출 필요성이 커진 가운데, 과거 MMORPG의 핵심 시장이었던 중국은 2017년 이후 신규 판호 발급이 까다로워 신규 진입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북미와 유럽 시장 역시 브랜드 파워와 문화적 이해 측면에서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구조로 평가된다.

특히 장시간 게임을 해야 하는 MMORPG 대신 최근에 비교적 짧은 시간을 할애하는 서브컬처, 케주얼, 방치형 게임 등이 이용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게임백서에 따르면 한국 게임 수출에서 일본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기준 13.6%로, 2020년 3.8%에서 2021년 10.5%, 2022년 14.4%로 늘어나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게임사들에게 일본 시장은 규모가 큰 데다 문화적 유사도가 높아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이라며 “다만 서브컬처 시장의 경쟁 심화로 일본 이용자들의 까다로운 눈높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독창적 게임이어야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