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대국민 사과와 함께 측근으로 여겨졌던 캠프 출신 핵심 인사들을 내보내면서 쇄신 의지를 분명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여전히 농협 내외부에서 ‘셀프 혁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강 회장이 자리를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으로 여겨진다.
 
농협중앙회장 강호동 대국민 사과에 핵심인사 내보냈지만, '알맹이' 없는 쇄신안 논란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각종 논란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며 인적 쇄신에 나섰다. 사진은 지난해 국정감사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14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NH농협지부는 ‘조직을 개인의 방패로 전락시킨 강호동 중앙회장의 즉각 퇴진을 촉구한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강호동 회장은 당장 농협중앙회장직을 내려놓고 징계와 처벌을 받으라”고 말했다.

노조는 “사과문과 그에 따른 후속 조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문제는 강호동 회장으로 회장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강제로 물러나게 될 것”이라며 강 회장을 강하게 압박했다.

정치권에서도 농협중앙회의 혁신안을 놓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종덕 진보당 의원은 전날 입장문을 내고 “강 회장의 ‘셀프개혁’ 으로는 농협에 대한 신뢰 회복이 불가능하다”며 “농협 개혁의 첫걸음은 강호동 회장의 중앙회장직 사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중앙회 내외부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향후 중앙회 전무이사(부회장) 등 핵심자리에 누가 오느냐가 강 회장 혁신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강 회장은 전날 사과문에서 “앞으로 인사를 비롯한 경영 전반에 대해서는 사업전담대표이사 등에게 맡기고 본연의 책무인 농업ᐧ농촌 발전과 농업인 권익 증진을 위한 활동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지준섭 농협중앙회 전무이사(부회장)와 여영현 농협중앙회 상호금융대표이사의 사임 소식도 전했다.

지준섭 전무이사와 여영현 상호금융대표이사는 2024년 3월 강 회장 취임 직후 단행된 첫 고위급 임원 인사에서 발탁된 인물들로 강 회장의 선거 캠프 때부터 함께 해 온 최측근으로 평가됐다.

강 회장의 최측근이 한 번에 물러난 셈인데 이에 따라 농협중앙회는 경영운영 체제에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에 놓였다.
 
농협중앙회장 강호동 대국민 사과에 핵심인사 내보냈지만, '알맹이' 없는 쇄신안 논란

▲ 강 회장이 농민신문사 회장직과 농협재단 이사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지준섭 전무이사와 여영현 상호금융대표이사도 함께 사임했다.


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상 중앙회장은 중앙회를 대표하지만 실질 사업 집행과 경영 관리는 전무이사와 상호금융대표이사 등 사업전담대표이사에게 맡기는 구조를 띠고 있다. 

농협법 제127조에 따르면 회장은 회원과 조합원의 권익 증진을 위한 대외 활동과 대표 권한을 수행하고 그 외의 업무는 전무이사에게 위임 및 전결 처리하거나 상호금융대표이사가 담당 업무를 전담 처리하도록 규정돼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전무이사는 미래혁신과 기획조정, IT전략 등 중앙회의 핵심 전략 기능을 총괄하며 농협의 교육ᐧ지원 사업을 주도하는 실무 콘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한다. 

상호금융대표이사는 농협의 최대 수익원 금융 사업 전반을 책임지는 자리로 향후 농협금융지주 주요 최고경영자(CEO)로 이어지는 엘리트 코스로 통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 회장이 규정에 따라 경영에서 손을 떼는 동시에 중앙회 전무이사와 상호금융대표이사가 동시에 물러나면서 중앙회 경영의 핵심 축이 공백 상태에 놓이게 된 것이다.

강 회장이 약속한 농협개혁위원회를 어떻게 꾸리는지도 혁신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가늠자가 될 수 있다.

강 회장은 전날 외부인사로 구성된 농협개혁위원회를 출범해 정부 개혁에 적극 동참하고 자체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위원장을 비롯해 무게감 있는 외부 인사가 위원으로 참여할 경우 개혁 의지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는 셈이다.

강 회장 본인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은 혁신의 걸림돌로 꼽힌다. 

강 회장은 현재 금품 수수 혐의 등 의혹과 관련해 조사 대상에 올라 있다. 언제든 기소될 수 있다는 점은 리더십의 불확실성을 높일 수밖에 없다.

농협중앙회는 역대 민선 회장들이 대부분 검찰 수사를 받는 등 임기 말이 순탄치 않았다. 전임 민선 농협중앙회장 6명 가운데 3명은 비자금 조성, 횡령 등 혐의로 구속돼 실형을 선고받아 임기를 마치지 못했다.

강 회장은 전날 사과문에서 “이번 사안을 단순한 위기 수습으로 끝내지 않고 농협의 존재 이유와 역할을 바로 세우는 출발점으로 삼겠다”며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도록 뼈를 깎는 쇄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전해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