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부의 전방위 개입으로 잡히는가 싶었던 원/달러 환율이 3주 만에 다시 1480원대를 향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달러 유입을 통해 환율 상승세를 꺾기 위한 조치들을 전방위적으로 시행했지만 근본적 대책이 되지 못한 셈이다. 

최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 참석을 위한 방미 일정에 환율 실무진이 동행하면서 미국과 환율 시장 안정을 위한 협력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환율 구두개입 3주 만에 1480원 턱 밑, 한미 환율 안정 협력 가능성에 주목

▲ 정부가 원/달러 환율을 안정화할 근본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환율 정책 협력을 통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은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연합뉴스>  


14일 서울 외환시장을 보면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3.5원 오른 1477.2원에 장을 시작했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2월24일 이후 처음으로 종가 기준 1470원을 넘어섰다.

앞서 지난해 말 1400원대 후반을 형성하고 있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말 정부가 초강경 구두개입을 단행하면서 잡히는 듯 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지난해 12월24일 서울 외환시장 개장 직후 “지난 1~2주에 걸쳐 일련의 회의 개최하고 정부 각 부처 및 기관별로 담당조치를 발표했다”며 “이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종합적 정책 실행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상황을 정비한 과정이었음을 곧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발표 당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1483.6보다) 33.8원 하락한 1449.8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 뒤 약 3주 만에 다시 환율이 1470원대까지 치솟은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1480원대로 진입할 가능성까지 엿보인다. 

정부가 근본적 환율 대책을 찾아내지 못하는 가운데 미국과의 환율 정책 협력을 통한 돌파구 마련 가능성이 제기된다.

구윤철 부총리는 현지시각 12~13일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 참석을 위한 방미하는데 여기에 환율 정책 실무진들과 동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방미 일정에 최지영 국제경제관리관과 정여진 외화자금과장이 포함됐다. 지난해 미국과 환율정책 합의를 주도해 온 실무진이다.

이번 G7 재무장관회의의 의제는 희토류 등 중국발 공급망 리스크 안정 방안이지만 한미 재무장관 회담이 성사된 때 환율 논의를 대비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를 계기로 미국과의 환율 관련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재무당국이 지난해 10월 타결한 환율정책 합의문에는 환율정책의 투명성을 강조하면서 상호 모니터링 대상에 외환시장의 ‘안정’을 추가했다. 두 국가가 환율 안정을 위해 협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넓힌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방미 일정에서 한미 통화스와프 관련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단 정부는 이번 방미는 원/달러 통화스와프 논의와 관계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향하고 있는 가운데 통화스와프는 강력한 환율 안정화 효과를 내는 수단으로 꼽힌다.

한미통화스와프는 각국 중앙은행인 한국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계약을 체결해 각국이 자국 통화를 상대방 중앙은행에 맡기고 그에 그 만큼의 외화를 빌려 쓰는 것을 말한다. 계약을 체결하면 직접 달러를 공급 받아 환율을 안정화시킬 수 있다.

한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확산 당시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2008년의 경우 통화스와프 체결을 발표한 당일 원/달러 환율이 전날보다 12.4%나 하락했다.

다만 미국은 원화의 글로벌 거래 비중이 작아 통화스와프 체결의 리스크와 비교해 이익이 크지 않고, 현재는 2008년이나 2020년과 같은 위기 상황이 아닌 만큼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구두개입에 앞서 전방위적 ‘달러 유입’ 정책을 시행했다.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한시적으로 외화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개인투자자도 해외에서 국내 주식 시장으로 복귀하면 양도소득세를 감면해 줬다. 심지어 국민연금도 전략적 환 헤지에 나서며 환율 방어에 가세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조치들은 단기적 외화 수급 조정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환율 방향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수단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월 잠시 주춤했던 개인투자자의 미국 투자도 올해 들어 다시 확대됐다. 올해 1월1~9일 국내 개인투자자의 미국주식 순매수 규모는 일평균 2억7700만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새로 썼던 지난해 10월 일평균 2억9800만 달러에 버금가는 수준을 회복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