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올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음에도 관광수지 적자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돌파구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관광공사로서는 외국인 관광객의 1인당 지출액을 확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여겨지는 '마이스(MICE, 회의, 포상여행, 컨벤션, 전시이벤트)' 관광상품을 확대해야 할 과제가 무거워졌다.
 
관광공사 방한객 최대에도 관광수지 적자 답답, '마이스 육성' 과제 무거워

▲ 올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음에도 관광수지 적자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돌파구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인천국제공항의 모습. <연합뉴스>


29일 관광업계에 따르면 마이스 산업을 비롯해 기업 대상 고부가가치 관광산업 육성이 관광수지 적자의 유력한 해법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국은 올해들어 3분기까지 누적 관광수지에서 73억 달러(약 10조4543억 원)의 적자를 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3분기 동안 기록한 적자 규모인 64억3천만 달러(약 9조2084억 원)와 비교해도 13.5% 가량 확대된 수치다.

올해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가 기존 최대치였던 2019년(1750만 명)을 넘어 187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관광수지 적자 폭이 커졌다는 점에서 문제점이 커졌다는 시각이 많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외래관광객의 면세점 소비는 감소한 반면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들의 지출은 오히려 늘어난 데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야놀자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3분기까지 외래관광객 1인당 평균 지출액은 2019년과 비교해 182.7달러나 감소했지만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의 1인당 지출액은 오히려 6.4달러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평균 객단가가 일반 관광보다 3~4배 이상 높은 마이스 산업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마이스 산업은 회의(Meetings), 포상여행(Incentives Travel), 컨벤션(Conventions), 전시·이벤트(Exhibitions·Events)의 약자로 국가와 기업, 협회, 학회 등에서 개최하는 행사를 의미한다.

시장조사업체 '딥 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2024년 한국 마이스 산업 시장 규모는 70억6천만 달러(약 10조1106억 원)에 머문 것으로 분석됐다.

세계적으로 8960억 달러(약 1283조 원)에 이르는 마이스 산업 시장에서 점유율이 단 0.79%에 그쳤다. 유럽(3456억8000만 달러·약 495조483억 원) 및 미국(2019억6000만 달러·약 289조2269억 원)과 비교하면 미약한 수준이지만 서울을 중심으로 높은 성장 가능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딥마켓인사이트는 2033년까지 한국 마이스 시장이 연평균 8.71%의 꾸준한 성장률을 보이며 148억7천만 달러(약 21조2953억 원)로 시장 규모가 커질 것으로 바라봤다.

특히 서울은 올해 △국제협회연합(UIA) 기준 국제회의 개최 건수 아시아 1위, 세계 3위 △국제컨벤션협회(ICCA) 기준 국제회의 개최 건수 세계 6위에 이르며 국제적 마이스 도시로 점차 부상하고 있다.

이에 관광공사는 문화체육관광부 정책 방향에 따라 국제회의 유치 지원금 확대, 해외 주요 도시에서 마이스 관광객 유치 마케팅 강화, 마이스 관광 성과측정 체계 정비, 코리아 마이스 엑스포 등 관련 행사 확대 등에 주력할 계획을 세웠다. 이를 통해 관광수지 개선과 외국인 관광객 소비 확대에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관광공사 방한객 최대에도 관광수지 적자 답답, '마이스 육성' 과제 무거워

▲ 서울시는 지난해 개관한 코엑스 마곡과 올해 10월 문을 연 ‘서울마이스플라자(마곡지구)’에 이어 2032년까지 잠실종합운동장과 서울역 북부 역세권 일대에 ‘3대 마이스 거점’을 추가로 조성해 세계 최고 수준의 글로벌 마이스 도시 인프라를 완성해 나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사진은 잠실 스포츠·MICE 복합공간 조성사업안 조감도. <서울시>


관광공사는 마이스뿐 아니라 K컬처와 국내 주요 산업을 연계한 관광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신산업 관광은 제조업과 첨단산업 현장 체험을 기반으로 방한 외래객 체류 기간과 객단가를 높여 관광수입 확대와 관광수지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전략으로 꼽힌다.

이에 관광공사는 올해 국제마케팅지원실 테마관광팀을 중심으로 신산업 관광 활성화 사업을 새롭게 추진하기 시작했다.

기존 산업관광이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공장 견학이나 수학여행 중심이었다면 올해 새롭게 추진되는 ‘신산업 관광’은 그 대상을 기업인을 포함한 외래 관광객까지 확대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관광공사는 반도체·자동차·IT·철강 등 첨단 제조업은 물론 K-푸드(라면·소주)와 K-뷰티(화장품) 제조 공정 체험, e스포츠·항공우주 등 확장 분야까지 아우르며 보다 심도 있는 경험 제공에 나서고 있다.

다만 이러한 전략을 실제 성과로 연결하려면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해 신사업을 이끌 관광공사 사장 자리를 빨리 채워야 할 필요성이 크다. 

관광공사 사장직은 지난해 1월 김장실 전 사장이 총선 출마를 이유로 물러나면서 2년 동안 공석이 됐다.

이후 관광공사는 지난해 8월과 올해 2월 두 차례에 걸쳐 새로운 사장 공모에 나섰지만 두 차례 선임 절차는 12월 비상계엄 선포와 낙하산·알박기 논란이 이어지며 새 사장 선임이라는 결과를 내지 못했다.

관광업계에서도 관광공사 사장 공모와 관련해 현장의 문제를 이해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실력 있는 전문가가 임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스마트관광협회(KOSTA)와 한국관광스타트업협회(KOTSA)는 최근 공동 성명을 통해 “관광산업 미래를 결정하는 리더십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지만 관광공사의 경우 지난 2년 동안 사장 공백 및 직무대행 체제가 이어지며 전략적 대응에 한계가 있었다”며 “이사회와 정부는 더 이상 ‘낙하산’ 논란이나 ‘내정자 알박기’와 같은 논쟁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관광공사에서는 새 사장 선임과 관련한 관광업계의 이같은 목소리에 대해 "공기업으로서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조경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