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차 스타트업] 클롭 대표 박상준 "증상 없다고 방심하다 실명, 당뇨 눈 검사 지금 바로 해야"

▲ 박상준 클롭 대표이사.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당뇨병 환자의 눈 검사는 중요하다는 사실에 비해 실제로는 자주 미뤄진다. 증상이 없고, 당장 불편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사이 당뇨망막병증은 조용히 진행되고, 발견 시점에는 이미 치료 부담이 커진 경우가 적지 않다. 안과 전문의이자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클롭의 공동대표 박상준은 이 장면을 의료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목격했다.

박 대표는 “당뇨병 환자들의 눈 검사는 적어도 1년에 한 번 이루어져야 하는데 실제로는 잘 안 하고 계신다”며 “가장 큰 이유는 본인이 증상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눈이 잘 보이고 불편함이 없으니 검사의 필요성을 체감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처음 검사를 받고 ‘괜찮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그 의미가 ‘아직 합병증이 없으니 정기적으로 보라’는 뜻이라는 점은 환자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다. 

박 대표는 “그러다 눈이 당뇨병과 관련한 합병증으로 많이 안 좋아지고 시력이 크게 저하된 후에야 뒤늦게 안과 검사를 하러 오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치료 과정도 힘들어지고 시력 회복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클롭은 이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박 대표는 “처음 시작할 때 비즈니스 모델로 잡은 것은 아니었다”며 “의사로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작한 일”이라고 말했다. 

당뇨병 환자 수가 이미 국내 600만 명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이들이 정기적으로 눈 검사를 받도록 만드는 것만으로도 의료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가 디지털 헬스케어를 해법으로 떠올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환자가 병원을 찾아다니지 않아도 검사 결과를 손에 쥐고, 내과와 안과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구조라면 지금의 단절을 줄일 수 있다고 여겼다. 
 
[초격차 스타트업] 클롭 대표 박상준 "증상 없다고 방심하다 실명, 당뇨 눈 검사 지금 바로 해야"

▲ 박상준 클롭 대표이사. <비즈니스포스트>

박 대표는 “환자분이 손쉽게 안과에서 당뇨병 눈검사를 받고 그 결과를 환자분 손에 바로 쥐어드리는 게 첫 번째 목표”라며 “이 결과를 내과 선생님들까지 보실 수 있게 연결하는 게 서비스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공동대표 창업 역시 오랜 인연과 경험의 연장선에 있었다. 

박 대표와 김현준 대표는 2015년 초부터 의료 AI 기업 뷰노에서 인연을 맺었다. 박 대표는 당시 안저 사진 판독 AI 모델을 직접 개발해 뷰노에 기술이전했고, 해당 모델은 국내 최초 인공지능 기반 3등급 의료기기이자 혁신의료기기로 선정됐다. 

그는 “당시 뷰노랑 일했던 게 굉장히 즐겁고 재미있었다”고 회상했다. 

다만 의료 AI의 사업성 한계도 분명히 체감했다. 박 대표는 “AI 회사들이 훌륭한 모델을 만들었지만 의료영역에서 회사들이 매출을 올리는 것이 너무 어렵고 특히 영상 쪽은 더 그렇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 경험은 창업을 향한 결정을 밀어붙였다. 국내에서 장기 연수 기간 중 다시 만난 김현준 대표가 창업을 권했고, 박 대표는 “사업모델로 연결은 쉽지 않아 보이지만 안과의사로서 당뇨병 눈 검사가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꺼냈다. 

진료실에서 반복적으로 마주한 환자들이 결정적 계기였다. 그는 “조금만 일찍 발견했으면 훨씬 작은 개입으로 시력을 유지할 수 있었을 텐데, 안 좋은 상태에서 다시 오는 분들이 계속 보였다”고 말했다. 

이 문제를 개인의 관리 소홀로만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내과와 안과가 분절돼 있고, 검사 과정이 번거로운 구조 자체가 환자를 멀어지게 만든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당뇨-망막병증 검진을 조금 더 쉽게 하고, 다른 과로 보내는 과정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클롭의 당뇨병 눈검사를 위한 플랫폼인 ‘애프터눈’ 플랫폼에는 약 240개 안과가 연결되어 있다. 환자가 서비스를 통해 병원을 선택해 예약을 요청하고, 진료 이후에는 결과를 디지털로 아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박 대표는 “안과 진료 이후 결과를 공유하는 단계에서는 EMR 연동을 모두 해뒀다. 이는 자료의 정확도를 크게 높이고, 안과의사의 부담을 많이 줄일 수 있다. 서비스의 성장과 영속성을 위해 아주 중요한 성과였다”면서도 “이를 위해 개인정보 및 민감정보의 보호와 보안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며, 법무검토를 통해 합법적이고 안전한 서비스를 설계했다”고 강조했다. 

초기 사업 가설은 순탄치 않았다. 박 대표는 “병원들이 유료로 서비스를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지역별로 서비스 활성도의 차이가 너무 컸다”고 지적했다. 

가능한 많은 안과를 연결하여 환자의 편의를 개선하려고 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렇다고, 일부 병원만 과금하는 구조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대신 그는 플랫폼을 통해 축적된 인프라를 연구와 데이터 영역으로 확장해 ‘애프터눈 리서치’를 내놨다.

박 대표는 “1차 의료기관은 데이터와 관련한 인프라가 전무하고 진료 외 업무를 담당할 인력이 없어, 그간 임상연구 및 임상시험, 마켓데이터의 수집 등에서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애프터눈 인프라를 이용하여 기존의 다양한 과업들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 에프터눈 리서치는 짧은 기간에 4건의 계약을 통해 결과를 입증하고 있다.

박 대표가 그리고 있는 목표는 명확하다. 그는 “10년이 지나 애프터눈이라는 서비스 덕분에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들의 눈 관련 합병증 발생의 빈도나 중증도가 떨어졌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것처럼 자랑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그는 “누군가의 도움으로만 움직이는 서비스는 존속할 수 없다”며 “매출과 수익이 나면서 스스로 서비스를 발전시킬 수 있는 수준까지 만들어서 신뢰높은 서비스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부연했다. 장은파 기자
 
[초격차 스타트업] 클롭 대표 박상준 "증상 없다고 방심하다 실명, 당뇨 눈 검사 지금 바로 해야"

▲ 박상준 클롭 대표이사. <비즈니스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