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내년 3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 시행을 앞두고 해석 지침을 내놨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8월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노·사 의견 수렴과 전문가 논의 결과 등을 토대로 마련한 ‘노조법 해석지침(안)’을 내달 15일까지 행정예고한다고 26일 밝혔다.
 
정부 '노란봉투법' 지침 내놔, "하청 근로조건 '구조적 통제' 가능하면 사용자"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7월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해석지침에 따라 근로조건에 실질적·구체적 변동을 초래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은 노동쟁의 대상이 된다. 다만 근로조건에 미치는 영향이 추상적이거나 잠재적인 수준에 그치면 노동쟁의로 보기 어렵다고 노동부는 바라봤다.

특히 근로자 지위 또는 근로조건의 실질적 변동을 초래하는 정리해고,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 등은 단체교섭 대상에 포함된다. 반면 합병, 분할, 양도, 매각 등 기업조직 변동을 목적으로 한 사업경영상의 결정 자체는 근로조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려워 단체교섭 대상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이런 결정으로 고용조정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고용보장 요구 등을 중심으로 단체교섭이 가능하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징계·승진 기준의 설정 및 변경 등 근로자 지위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도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됐다. 사용자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 역시 노동쟁의 대상으로 명시됐다.

노동부는 또 노란봉투법에 따라 '사용자' 개념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로 정리했다. 사용자성 판단의 핵심 기준으로는 '근로조건에 대한 구조적 통제'를 제시했다.

이에 따라 원청이 하청노동자의 근로시간이나 휴게시간, 작업 일정·강도·환경 등 핵심적인 노동조건을 사실상 결정하는지가 중요하다. 원청이 직접 계약 당사자인 하청사업주의 독자적 결정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하청노동자의 집단적 근로조건을 구조적으로 통제한다면 사용자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원청 사용자가 특정공정에 필요한 인력운용의 틀을 지정·변경하는 권한을 보유하고 있거나 하청노동자의 교대제(연장근로·휴일근로 등) 등 근로시간 결정 권한이 원청에게 있는 경우 하청노동자의 작업방식을 원청이 세밀한 작업지시서·관리시스템 등을 통해 결정하는 경우 구조적 통제에 해당한다는 내용이 이번 지침에 담겼다.

결국 원청과 하청의 공정이 연동돼 있거나 업무가 단계별로 밀접하게 연계돼 작업공정이 상호의존적인 제조업 사내하청이나 택배업 원청 등은 이미 법원 판결처럼 사용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하청이 독립된 설비를 갖추고 완제품이나 부품을 납품하는 물량도급 형태의 사외하청 방식이나 일시적으로 도급이 이뤄지는 경우엔 사용자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노동부는 △납기·품질 요구 △거래조건 협상·변경 △발주서에 따른 작업 이행 요구 등은 계약 이행을 위한 관리 범위에 해당하며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대한 구조적 통제와는 구별된다고 설명했다.

원청의 사업에의 편입 여부나 경제적 종속성 역시 구조적 통제를 판단하는 보완적 지표로 고려된다. 예컨대 전속 계약 해지 시 하청기업의 존속이 불투명해지는 등 경제적 종속성이 높은 경우에는 원청이 하청보다 우월적 지위에 있을 가능성이 커 사용자성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노동부는 근로조건별 사용자성 인정 예시로 △노동안전 △복리후생 △근로시간 △임금·수당 등을 제시하며 원청이 해당 분야에서 실질적인 결정권이나 지배력을 행사하는 경우 사용자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이번 해석지침으로 사용자 개념의 불명확성을 해소하고 노동쟁의 인정 기준을 명확히 해 과도한 손해배상 분쟁을 줄이는 한편 노사 자율에 의한 분쟁 해결을 유도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