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면이 밀가루면이라고? 고기 대신 생선·생선 대신 밀가루 넣는 식품은

▲ 같은 '햄'이라도 돼지고기와 닭고기 등 성분은 제각각이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햄’이라고 말해도 고기가 덜 들어가고 ‘어묵’이라 해도 생선 아닌 밀가루가 대부분인 경우가 있다. 이름과 다른 원재료를 가진 식품들이 소비자를 깜빡 속이곤 한다.

14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햄’이라고 하면 고기가 아니라 생선살과 밀가루로 만든 ‘분홍소시지’를 떠올리던 시절이 있었다. 배우 이서진씨는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1980년대를 회상하며 자신의 집이 부유한 편이었음에도 어머니께서 스팸을 금고에 보관했다고 말했다.

지금이라고 햄이 다 순수 돼지고기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CJ제일제당의 스팸은 돼지고기 91.39%가 함유된 반면 롯데웰푸드 런천미트는 돼지고기 34.96%와 닭고기 34.96%로 이루어졌다. 최근 논란이 된 더본코리아 빽햄은 국산 돼지고기 85.42%로 만들어졌지만 가격 논란이 일었다.

햄처럼 소비자를 헷갈리게 하는 식품은 또 있다. 이름부터 ‘생선을 묵처럼 만들었다’는 어묵이다. 시중에 파는 저렴한 어묵에는 생선살뿐 아니라 밀가루가 들어가는데 그 비율이 약 20%가 넘는다. 노브랜드의 꼬치어묵 원재료 구성을 살펴보면 중국산 갈치 47%와 베트남산 실꼬리돔 21%, 밀가루 26% 등이 함유되어 있다.

어묵의 유래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의 ‘가마보코’와 ‘사츠마아게’에도 밀가루 전분이 소량 들어간다. 생선살만으로는 탱글탱글한 질감이 나기 어렵고 잘 뭉치지도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본 어묵이 20세기 부산을 거쳐 국내에 들어오며 공장에서 대량생산되기 시작했다. 이때 밀가루가 큰 비율로 섞이게 됐다. 생선살은 균일하지 않기 때문에 밀가루를 섞어 식감을 유지하려는 등의 실용적 이유도 있었지만, 원가 절감 목적이 가장 컸다. 현재 고급 수제 어묵은 밀가루 대신 감자나 타피오카 전분을 소량만 넣는 방식으로 질감과 맛을 보완한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시중에 파는 소위 말하는 공장에서 만드는 저가형 어묵은 생선살 함량이 낮다. 어육 함량이 50% 이상이어야 하지만, 최근에는 규정이 완화되어 더 낮아도 ‘어묵’ 표기가 가능하다”며 “생선살 외에도 가시와 머리, 내장, 꼬리 등 부산물을 잘게 갈아서 어묵에 넣는다”고 말했다.

이어 “생선살 비율이 낮으면 밀가루나 전분 비율이 높아져 맛이 떨어지고 텁텁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메밀면이 밀가루면이라고? 고기 대신 생선·생선 대신 밀가루 넣는 식품은

▲ 한성식품의 크래미는 게향과 토마토색소가 함유됐다. <한성식품>

게맛살도 ‘게’는 이름만 빌려온 식품이다. 한성식품의 크래미는 생선살 79%와 밀가루, 감자전분이 함유됐다. 게는 엑기스 형태로 조금 함유됐다. 사조대림의 게맛살도 명태 80%와 감자전분 등으로 이루어졌다. 마찬가지로 게는 엑기스로 1.36%만 차지했다. 

게맛살은 게와 같은 형태와 풍미를 내기 위해 이외에도 붉은색 색소와 게향 향료 등을 넣는다. 크래미를 예로 들면 토마토색소와 파프리카추출색소, 게향 합성향료가 들어간다.

메밀면도 오해를 부르기 쉬운 음식이다. 시중 메밀면에는 생각보다 메밀이 많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메밀이 다이어트에 좋다는 이유로 메밀면을 찾아 먹다가는 기대하는 효능을 내지 못할 수 있다.

식당에서 흔히 접하는 메밀면의 대부분은 메밀이 10~30%만 함유되고 나머지는 밀가루로 채워진다. 메밀은 글루텐이 없어 찰기를 내기 어렵다. 메밀 100%로 면을 만들면 대량생산이 어려울 뿐 아니라 단가도 높아진다.

이처럼 주재료 외에 넣는 재료를 식품업계에서는 충전물(필러)이라고 부른다. 원가 절감이나 식감, 보존성 등 다양한 이유로 충전물이 활용될 수 있다. 식이섬유와 두부 등 영양을 목적으로 첨가되는 충전물도 일부 존재한다. 다만 값이 싼 제품일수록 고기나 생선 등 주재료보다 밀가루 같은 충전물 비율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이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