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AI 호황에 내년 영업익 1조 복귀각, 장덕현 MLCC·기판 성과 본격화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이 인공지능(AI) 호황에 힘입어 2026년 영업이익 1조 원 복귀를 노린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기가 인공지능(AI) 호황에 힘입어 2026년 영업이익 1조 원을 회복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은 내년 주력 제품인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외에 '플리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판매도 늘리며 이익체력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장 사장은 수요 확대에 발맞춰 MLCC와 카메라모듈 등 주요 사업의 설비 증설도 추진하고 있다.

4일 IT부품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기가 내년부터 AI 슈퍼사이클에 올라타면서 역대 최대 수준의 영업이익을 낼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가 주도하는 AI 투자 확대는 메모리 반도체뿐 아니라 MLCC 공급 부족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기 매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MLCC는 전자제품 회로에 전류가 일정하게 흐르도록 조절하는 부품으로, 스마트폰과 가전 등 IT기기에 전방위로 탑재된다. 게다가 AI 데이터센터에는 일반 서버 대비 훨씬 더 많은 양의 MLCC가 요구된다.

AI 서버는 전력 소모량이 크고 전원 변동이 심하기 때문에 더 높은 안정성이 필요하다.

엔비디아 '호퍼' 등 초기 AI 칩에는 약 3만 개의 MLCC가 사용됐지만, 최신 AI 칩인 '블랙웰'에는 10배 많은 약 30만 개가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구글 텐서프로세서(TPU)와 같은 AI 맞춤형 반도체(ASIC)의 성장 추세도 반가운 소식이다. ASIC 칩은 전류 변동이 심해 더 많은 MLCC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조현지 DB투자 연구원은 "실제 그동안 그래픽처리장치(GPU) 단에서도 세대 전환기 때마다 MLCC 탑재량이 약 10배씩 증가했다"며 "ASIC 시장 확대는 곧 MLCC 시장 확대이기 때문에 서버용 MLCC 공급 부족은 더 뚜렷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기 AI 호황에 내년 영업익 1조 복귀각, 장덕현 MLCC·기판 성과 본격화

▲ 삼성전기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삼성전기>

'플리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기판 사업도 내년부터 삼성전기의 핵심 수익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FC-BGA는 고집적 반도체 칩과 메인 기판을 연결해 전기적 신호와 전력을 전달하는 기판이다. 고성능, 고밀도의 회로 연결을 요구하는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에 주로 사용된다.

삼성전기는 북미 서버 제조사 거래선과 2027년까지 FC-BGA 생산량 할당 계약을 마친 것으로 추정된다. 가동률도 올해 65% 수준에서 2027년 100%수준까지 꾸준히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박형우 SK증권 연구원은 "현재 서버와 AI 에 많이 쓰이는 70 바디, 100 바디 고다층 FC-BGA는 2년 뒤 150 바디로 대면적화가 예정돼 있다"며 "또 미국 인텔이 재기한다면, 업황의 급반등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MLCC와 반도체 기판 모두 호황기에 접어들면서 삼성전기가 2026년 영업이익 1조 원에 복귀할 가능성은 커졌다.

삼성전기는 2021년 1조4869억 원, 2022년 1조1828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이후 IT 전방 산업 수요 둔화로 2023~2024년 실적 부진을 겪었다. 2023년과 2024년 영업이익은 6605억 원, 7350억 원에 그쳤다. 

하지만 내년에는 약 1조2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란 증권사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장덕현 사장은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설비 투자를 확대한다.

내년 1분기 필리핀 공장의 MLCC 양산라인 증설을 검토하고 있으며, 미국 관세 문제로 중단했던 멕시코 카메라모듈 공장 설립을 재추진한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AI 호황으로 MLCC를 비롯한 IT 부품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MLCC 등 주력 제품의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한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