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일게이트는 다크 판타지 로그라이크 RPG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를 10월22일 전 세계 174개국에 정식 출시했다. <스마일게이트>
국산 서브컬처 시장이 이미 치열한 경쟁구도로 접어든 상태에서 이용자들의 눈높이 역시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게 높아졌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게임업계 소식을 종합하면 ‘카제나’를 둘러싼 이용자들의 민심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한 상태로 파악된다.
지난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25’ 현장에서는 정식 출품작도 아닌 카제나를 상징적으로 ‘추모’하는 형태의 팬 퍼포먼스까지 등장했다. 캐릭터 사진을 놓고 음식과 꽃을 올리는 방식으로 게임에 대한 실망을 풍자한 것이다.
이용자들 반발 속에 스마일게이트는 다음 달 열리는 연말 최대 애니·게임 행사 ‘AGF 2025’ 출품작에서 카제나를 제외했다. 예정이지만 운영진은 “현재 발생 중인 이슈 해결과 서비스 안정화가 최우선”이라며 빠른 수습을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스마일게이트가 이번 AGF의 메인 스폰서를 맡아 예년보다 대형 부스와 현장 이벤트를 확대해 운영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인 결정이다. 지난해 스마일게이트는 당시 개발 중이었던 카제나를 비롯해 자사의 서브컬처 작품 7종을 모두 출동시킨 바 있다.
카제나 개발진은 메인 스토리 전면 개편과 시나리오 재집필 등 강도 높은 개선안을 발표했지만 이미 빠져나간 이용자를 다시 붙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모바일인덱스 집계 기준 전날 카제나는 구글플레이 매출 31위, 앱스토어 58위까지 밀려나 출시 초반 10위권 성적에서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서브컬처 장르의 ‘팬덤 기반 구조’가 오히려 역풍으로 작용했다는 진단이다. 서브컬처 장르는 스토리·캐릭터·일러스트 품질과 운영 태도에 대한 팬덤의 감수성이 유독 까다롭고 이용자들의 인터넷 커뮤니티 참여도가 높은 만큼 작은 논란도 빠르게 확산되는 특성이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브컬처 팬덤은 커뮤니티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여론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르다”며 “이용자 민심 복구가 어렵고 운영 난이도가 다른 장르보다 훨씬 까다롭다”고 말했다.
▲ 스마일게이트 사옥의 모습.
또 장르 특성상 애니메이션 팬층과 이용자 기반이 크게 겹치는 만큼 스토리 흐름과 주인공 서사에 대한 몰입도가 다른 장르보다 훨씬 중요하게 작용한다.
서브컬처 장르는 흥행할 경우 시프트업의 ‘승리의 여신 니케’, 넥슨의 ‘블루 아카이브’처럼 흥행을 유지하기 쉽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호요 등 중국 대형 개발사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수준 높은 서브컬처 게임들이 이미 시장에 포진해 있고 이에 이용자들의 기준도 크게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카제나의 경우 작품 내 주인공의 존재감이 약하고 주요 서사의 중심이 조연급 캐릭터로 기울어지면서 기존 장르 향유자들이 기대했던 ‘주인공 중심 서사’와 크게 어긋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팬들이 중시하는 도식과 세일즈 포인트가 무너졌다는 평가가 이어지며 반감이 더욱 증폭된 상황이다.
카제나는 스마일게이트가 2019년 인수한 게임 개발사 슈퍼크리에이티브가 제작한 대형 프로젝트다. 개발비만 600억 원이 투입된 하반기 기대작이다.
어두운 분위기, 전략적 덱빌딩 등을 강점으로 내세웠지만 출시 직후 스토리의 완성도 논란, 주인공 캐릭터의 스토리 내 소외, 과도한 과금 모델(BM), AI 일러스트 의혹, 각종 버그 등 악재가 연달아 터지며 이용자 불만이 폭발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 이후 다른 게임사들도 비슷한 역풍을 겪을까 우려해 콘텐츠 공개와 운영 전반에서 한층 더 신중해진 분위기”라고 전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