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회장 인선 투명성 압박 거세져,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한 발 비켜나 있는 이유

▲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국정감사에서 금융지주 회장 선임의 '투명성' 문제를 지적하면서 금융권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민영화 과정에서 만들어진 ‘과점주주 체제’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긴장감에서 한 발 비켜나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래픽 씨저널>

[비즈니스포스트] “(금융)지주 회장이 된 뒤 이사회를 자기 사람으로 채워 일종의 참호를 구축하는 이들이 보인다. 그렇게 되면 금융이 지켜야 할 고도의 공공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어서 이 부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10월21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 이야기다. BNK금융지주 회장 선임 절차와 관련된 국회의원의 질의에 답변으로 이야기 한 것이지만, 금융지주 회장 인선의 ‘투명성’을 문제삼았다는 점에서 올해 말 회장 레이스가 예고돼있는 금융지주들 사이에서도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긴장감에서 살짝 비켜나있는 금융그룹이 있다. 바로 우리금융지주다. 민영화 과정에서 만들어진 ‘과점주주 체제’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지주 회장이 자신의 사람들을 이사회에 채우기가 어렵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금융위원장 시절 그 틀을 만든 직접당사자인 데다가 최근 몇 년 동안 우리금융지주 과점주주의 이탈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임 회장의 연임과 관련해 과점주주 이사회라는 틀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궁금해하는 시선도 나온다.

◆ 셀프 연임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우리금융지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는 최근 회장 승계 절차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우리금융지주 임추위에는 사외이사 7명 전원이 참여하고 있다. 7명 가운데 6명(윤인섭 사외이사 제외)이 임 회장 취임 이후 선임됐다. 

일반적 금융지주라면 이사회에 임 회장의 입김이 닿아있다고 의심하기 쉬운 구조다. 하지만 현재 7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윤인섭(푸본그룹 추천), 김춘수(유진PE 추천), 김영훈(다우키움그룹 추천), 이강행(한국투자금융그룹 추천) 등 4명이 과점주주가 추천한 사외이사라는 점을 살피면 사외이사 가운데 과반이 임 회장의 영향력 밖에 있다.

소위 ‘셀프 연임’ 논란의 구조는 금융지주 회장이 이사회를 장악한 뒤 자신의 사람들로 채워진 임추위에서 다시 한 번 회장으로 선임되는 것이다. 우리금융지주는 그 사이에 과점주주라는 견제세력을 끼워넣어 이와 같은 논란을 미연에 방지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금융지주가 회장 후보 추천 과정에서 외부 후보들에게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 역시 우리금융지주 회장 인선의 투명성을 높여주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말 경영승계규정을 개정하면서 롱리스트 후보군을 선장한 이후 외부 후보군에게 별도 오리엔테이션 등을 시행해 충분하게 회사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직접 규정했다.

외부 인사가 단순히 ‘들러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 경쟁자가 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임종룡 회장 역시 관료 출신의 외부 인사로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된 인물이기도 하다. 

임종룡 직접 세운 과점주주체제, 과점주주 줄어들면서 흔들린다

재미있는 점은 우리은행의 과점주주체제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이다.

임종룡 회장은 우리금융의 과점주주 체제를 만들어 낸 인물로 꼽힌다. 우리금융지주의 과점주주 체제가 임종룡 회장이 금융위원장으로 재직하던 때 과점주주 매각 방식을 통해 우리은행 지분 29.7%를 매각하면서 성립됐기 때문이다.

임 회장은 당시 우리은행 지분 매각을 추진하면서 "다양한 성격의 과점주주들이 기업가치 제고라는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합리적 경영을 추구할 것“이라며 ”과점주주 추천 사외이사 중심의 경영 지원체제를 확고히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과점주주 체제의 성립 당시 과점주주의 수는 모두 7곳이었다. 동양생명(4%), 미래에셋자산운용(3.7%), 유진자산운용(4%), 키움증권(4%), 한국투자증권(4%), 한화생명(4%), IMM PE(6%)이 그들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조금씩 판도가 달라졌다. 2021년 동양생명이 우리금융지주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과점주주 이탈의 시작을 알렸고 2022년에는 한화생명이 우리금융지주를 떠났다. IMM PE 역시 보유한 우리금융지주 지분을 2024년 중순부터 2025년 1월에 걸쳐 전량 매각했다.

심지어 2024년 3월 예금보유공사가 보유한 잔여지분을 우리금융지주가 직접 모두 사들이면서 완전민영화가 완료됐고, 또 다른 과점주주가 진입할 통로도 사라졌다. 

◆ 늘어나는 우리금융지주 선임 사외이사의 비중, 4대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사추위 없는 우리금융지주

문제는 과점주주의 이탈과 함께 우리금융지주의 사외이사 판도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2022년에는 사외이사 7명 가운데 6명이 과점주주 추천으로 이사회에 합류한 인물들이었지만 2023년에는 6명 가운데 5명, 2025년에는 7명 가운데 4명으로 비율이 줄어갔다. 

단순히 과점주주 추천 사외이사의 수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그 빈자리를 우리금융지주가 선임한 사외이사로 채우면서 비율 자체가 변화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금융지주 사외이사 가운데 과점주주 추천 사외이사의 비율은 2022년 85.7%에서 2025년 57%로 대폭 감소했다.

임 회장이 만들었던 우리금융지주의 과점주주 체제가 아이러니하게도 임 회장의 임기 동안 약화됐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물론 회사가 선임한 사외이사의 비중이 늘어난다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과점주주 추천 사외이사 비중이 줄어드는 가운데, 우리금융지주가 4대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부각될 수 있다.

올해 상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감사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 보상위원회,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윤리·내부통제위원회,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 ESG경영위원회 등 7개의 상설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사추위를 따로 운영하지 않고 임추위에서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구조다. 

한국ESG기준원이 발간하는 지배구조모범규준은 대규모 상장법인의 이사회에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따로 둘 것을 권고하고 있다.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는 모두 사추위를 따로 운영하고 있다.

다만 임추위 전원이 사외이사로 구성돼있다는 점에서 사추위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독립성 측면에서 큰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대표이사와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후보추천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므로 위원회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구성원 전원이 사외이사로 구성되어 있다"라며 "선임 이후에도 사외이사와 회사간 이해상충행위를 반기별 점검 및 이사회 보고 중으로 사외이사의 독립성 공정성 강화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임추위가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돼있다면 사외이사의 선임의 독립성은 어느정도 확보돼있다고 볼 수 있다"며 "다만 역할분리에 따른 이해상충 원천 방지, 책임소재 명확화, 사외이사 독립성의 제도적 토대 마련 등 ESG기준원이 사추위를 따로 둘 것을 권고하는 이유가 있는 만큼 우리금융지주 자체 추천 사외이사의 비중이 늘어날 수록 사추위의 필요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