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곽동신 한미반도체 대표이사 회장이 한미반도체의 지배구조를 개선할까.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이런 구조는 결단력 있는 의사결정을 이룰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자칫 독단으로 흘러 경영을 그르칠 수 있다는 비판적 시선이 나온다.
특히 곽동신 한미반도체 대표이사 회장이 최근 SK하이닉스와 거래관계에서 이례적으로 감정적 대응과 엔지니어 일방 철수 같은 극단적 조치를 취한 것을 두고 독단적 의사결정의 위험성이 현실화 된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 한미반도체의 강력한 오너중심 지배구조와 이사회 구성
한미반도체는 곽동신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2025년 9월12일 기준 전체 지분의 55.66%를 보유하는 강력한 오너 중심 지배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곽동신 회장이 최대주주로 34.4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의 가족들이 각각 4% 안팎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어 사실상 가족 경영체제가 단단히 구축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족 중심의 주주 구성에 더해 이사회도 단출해 곽동신 회장의 영향력이 한미반도체 전반에 강하게 미칠 수 있게 돼 있다.
한미반도체 이사회는 전체 3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 가운데 사외이사는 1명뿐이다.
구체적으로 사내이사는 2명으로 곽동신 회장과 한미반도체 이사회 의장인 김민현 사장이 맡고 있고, 사외이사는 반도체 연구원으로 오랜 경력을 갖추고 SK하이닉스에서도 일했던 이가근씨가 활동하고 있다.
여기서 문제로 꼽히는 것 가운데 하나는 28년 이상 한미반도체에 재직한 인물인 김민현 사장이 의장직을 수행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회사 입장을 대변하는 구조라는 점이다.
한미반도체는 이사회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위해 김 사장을 의장으로 선출했겠지만 곽동신 회장과 오랫동안 맺어온 관계에 비춰보면 독립적으로 활동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김 사장은 삼성전자 해외영업부도 거친 인물로 2015년 곽노권 창업회장이 등기이사 자리에서 사임한 때부터 사내이사로 선임된 뒤 지속해서 이사회 의장도 겸하고 있다.
더구나 한미반도체는 감사위원회 등 별도 조직이 없어 오너인 곽동신 회장을 견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성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신영태 전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겸임교수가 감사로서 홀로 감사업무를 하고 있다.
신 감사는 금융감독원에서 비은행검사국 국장검사역을 맡았고 KB자산운용에서 상근감사위원으로서 활약했지만 감사위원회 등 별도 조직이 없는 것은 견제기능에 한계가 있음을 나타낸다.
◆ 한미반도체의 낮은 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과 부족한 개선 의지
한미반도체의 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은 20%에 불과하여 매우 미비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코스피 상장사 평균 54.6%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한미반도체는 15개 항목 가운데 △현금 배당관련 예측가능성 제공 △내부감사기구에 회계 또는 재무 전문가 존재 여부 △경영 관련 중요정보에 내부감사기구가 접근할 수 있는 절차 마련 여부 등 3가지 항목 외에는 모두 준수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지배구조 개선 의지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미반도체는 2024년 5월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향후 이사후보추천위원회 등 이사 선임을 위한 별도의 기구 설치에 관해 검토할 것"이라며 "내부절차나 지침을 마련하고 사외이사를 대상으로 한 교육 등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실행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으로 파악된다.
물론 사외이사 교육 등과 관련된 사항은 자산규모 2조 원 이상의 기업에만 의무화 돼 있고, 한미반도체는 자산총계가 2025년 2분기 말 기준 약 7400억 원 수준인 만큼 강제사항은 아니다.
하지만 이처럼 오너 중심의 이사회 구조는 자칫 독선적 의사결정을 초래할 수 있다.
대표적 사례가 올해 초에 있었던 SK하이닉스의 공급망 갈등으로 한미반도체가 CS(고객서비스) 엔지니어를 철수시킨 것이 꼽힌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초 공급망 다변화 전략으로 HBM(고대역폭 메모리) 생산에 필요한 반도체 장비 TC본더를 한미반도체에서만 받는 일원화 체제에서 한화세미텍으로 다각화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한미반도체 경영진은 SK하이닉스 이천공장에 파견됐던 CS 엔지니어 인력을 전원 철수했고, TC본더 가격도 인상했다.
이 결정을 두고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대응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왔다.
김승현 법무법인 선인 변호사는 씨저널과 통화에서 "경영판단은 냉철하고 전략적 판단아래 이뤄져야 하는데 한미반도체 경영진이 SK하이닉스와 TC본더 공급과정에서 일으킨 감정적 대응은 주주의 이익을 해칠 상당한 우려가 있다"며 "기업은 오너만의 회사가 아니며 전체 주주에 충실해야 하는 만큼 보다 회사와 주주 전체의 이익을 고려할 필요가 있고, 비합리적 결정을 막을 견제기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미반도체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한미반도체는 자산총액 2조 원 미만의 기업으로 감사위원회, 이사회 단일성 도입 등의 의무가 있지 않다"며 "앞으로 상법과 자본시장법 등 법령의 변화를 고려해 건전한 지배구조를 유지할 것이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