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맥스 장남 이병만 차남 이병주 승계구도 여전히 베일에, 결정권은 어머니 지분 21.62% 향배

이경수 코스맥스 창업주의 장남인 이병만 사장(오른쪽)과 차남인 이병주 사장(왼쪽)이 2025년 3월 사업회사인 코스맥스와 지주회사인 코스맥스비티아이의 경영을 각각 나눠 맡게 되면서 후계구도에 더욱 관심이 모이고 있다. <그래픽 씨저널>

[비즈니스포스트] 코스맥스비티아이와 코스맥스는 2025년 3월27일 각각 대표이사 변경을 공시했다. 

코스맥스비티아이는 기존 이병만·이병주 각자대표체제에서 허민호·이병주 각자대표체제로 변경했다. 코스맥스는 기존 최경·이병주 각자대표체제에서 최경·이병만 대표체제로 바뀌었다. 

코스맥스비티아이는 코스맥스 기업집단의 지주회사이며, 코스맥스는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사업을 하는 핵심 계열사다. 코스맥스비티아이는 코스맥스 지분 27.23%를 들고 있는 최대주주다. 

코스맥스 창업주인 이경수 코스맥스비티아이 회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코스맥스비티아이와 코스맥스의 대표를 각각 아들과 전문경영인을 짝지은 형태로 바꿨다.

또한 두 아들 중 장남인 이병만 사장이 코스맥스로 이동함으로써 이병만 사장과 차남인 이병주 사장이 핵심 계열사와 지주회사의 경영을 각각 책임지게 됐다. 

이경수 회장은 앞서 2023년, 코스맥스비티아이 지분 9.43%를 들고 있는 개인회사 코스엠앤엠 지분 100%를 차남인 이병주 사장에게 넘겨줬다. 이에 따라 이병만 사장과 이병주 사장의 실질적 지주회사 지분율은 19.95%로 같아졌다. 

이전까지 지주회사 지분율은 이병만 사장이 19.95%, 이병주 사장이 10.52%로, 형인 이병만 사장이 앞서 있었다. 하지만 이병주 사장이 코스엠앤엠을 확보하면서 실질적으로 19.95%를 보유하게 됐다. 

이경수 회장이 두 아들의 지주회사 지분율을 같게 만들고 각각 전문경영인을 짝지어 지주회사와 사업회사에 배치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후계자를 선정하고자 두 사람의 경쟁구도를 만든 것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이경수 회장이 형제경영의 틀을 고민하고 있을 거라는 시각도 있다.

장남에게 사업회사를, 차남에게 지주회사를 맡긴 것을 두고, 이병만 사장에게 코스맥스를 물려주고 이병주 사장에게는 신사업을 떼어주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장기적으로 회사 분할까지 고려하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파트너가 된 전문경영인의 면모를 보면 이 같은 추측이 설득력을 갖는다.

코스맥스비티아이에서 이병주 사장과 함께할 허민호 대표이사 부회장은 올해 3월 새로 영입된 인물로, 과거 CJ에서 올리브영의 성장 기반을 닦은 경영인으로 평가된다.

반면 이병만 사장과 코스맥스에서 호흡을 맞출 최경 대표이사 부회장은 30년 넘게 코스맥스에서 일하며 해외사업을 개척해 온 베테랑이다. 

이번 인사에 따른 두 사람의 손익을 두고도 평가가 엇갈린다. 일단 차남이 더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평가가 있다. 형에 견줘 뒤져 있던 지주회사 지분율이 같아지면서 장남으로 굳어져 가는 것으로 보이던 후계구도를 뒤집었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핵심 계열사인 코스맥스의 사업을 맡게 된 이병만 사장에게 더 좋은 능력 발휘의 기회가 주어졌다는 견해도 힘을 얻는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씨저널과 통화에서 이번 인사에 대해 “이병만 사장은 중국법인에서 오래 근무했고 동남아 지역에도 전문성을 갖고 있다. 이병주 사장은 미국 시장과 신흥시장 개척에 강점을 갖고 있다”면서 “두 사람의 다른 전문성을 기반으로 시너지를 내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 이병만·이병주 향후 승계 변수는 어머니?

이경수 회장은 2023년 두 아들에게 지주회사 지분을 모두 매도 또는 증여했다. 현재 이 회장의 코스맥스비티아이 지분율은 0이다. 

현재 코스맥스비티아이의 최대주주는 이경수 회장의 부인인 서성석 코스맥스비티아이 회장으로 21.62%를 들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서 회장이 두 아들 중 누구에게 힘을 실어주느냐에 따라 후계구도가 갈리게 됐다. 

결국 두 사람이 앞으로 보여줄 경영성과가 중요해진 셈이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서성석 회장의 지분 승계 관련해서 아직까지 정해진 건 없다”고 말했다. 

◆ 코스맥스 오너 일가

이경수 회장은 1946년생으로, 서울대학교 약학과를 졸업했다. 동아제약, 오리콤, 대웅제약을 거쳐 1992년 코스맥스를 창업하고 2020년까지 대표이사를 지냈다. 

화장품 ODM 사업을 개척해 회사를 이 분야 세계 1위 업체로 키운 장본인으로 평가받는다. 

서성석 회장은 1952년생으로, 숙명여대 교육학과를 졸업했다. 사업 초기부터 이경수 회장을 도와 함께 일했고, 지금도 회사의 인사(HR) 부문을 책임지고 있다. 

이병만 사장은 1978년생으로 홍익대 화학공학과와 중국 상해교통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2012년 코스맥스에 입사해 주로 중국 사업과 기획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2020년 코스맥스 대표이사, 2023년 코스맥스비티아이 대표이사에 각각 올랐다. 

이병주 사장은 1979년생으로, 미국 미시간주립대 경영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2008년 코스맥스에 입사해 미국 사업과 경영지원 분야에서 일했고, 코스맥스USA 대표이사를 지냈다. 2020년 코스맥스비티아이 대표이사를 맡았고 2023년부터 코스맥스 대표이사를 겸임해 왔다. 이승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