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SK텔레콤 해킹사고 과징금 1200억 안팎 부과 전망, 보상액 반영해도 '역대 최대'

▲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내부적으로 SK텔레콤의 개인정보 유출 과징금이 1100억~1200억 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SK텔레콤이 해킹 사고로 대규모 개인정보를 유출한 데 따라 1100억~1200억 원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제재가 현실화되면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가 지금까지 부과한 과징금 가운데 단연 최대 규모로, 위원회가 이번 사안을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로 판단한 결과로 해석된다.

최대 5천억 원까지 이를 수 있다는 업계 예측과는 달리 상당히 낮아진 것은 SK텔레콤의 보상안과 정보보호 투자 계획 등 다양한 감경 사유를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6일 개보위와 통신업계, 법무법인 취재를 종합하면 개보위는 SK텔레콤 해킹사고에 따른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과 관련한 과징금 규모를 1200억 원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다.

개인정보위는 SK텔레콤 측에 조사보고서를 토대로 작성된 사전처분통지서를 전달한 상태다. 이 통지서에는 위법 사실별로 어떤 법 조항을 위반했는지, 과징금 또는 과태료 부과 여부가 기재돼 있다.

이후 개보위는 SK텔레콤 측 반박 의견을 청취한 뒤, 처분 내용을 수정·보완해 과징금 및 과태료 액수를 확정하게 된다.

개보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SK텔레콤에 사전처분통지서를 보내고 의견을 제출받는 과정에 있다”면서도 “과징금 산정과 관련해서는 답변할게 없다”고 말했다.

현재 개보위는 내부적으로 과징금을 산정한 결과, 과징금이 1100억~1200억 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잠정 결론지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과징금 규모는 법령상 산정 기준에 따라 3단계 조정 절차를 거치며, 가중과 감경 요인이 반영된 결과로 추산된다.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별표 1의5]에 따르면, 과징금은 법 제60조의2 제1항에 따른 전체 매출액에서 제3항에 명시된 ‘위반행위와 관련 없는 매출’을 제외한 매출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위반행위의 중대성에 따라 산정 비율이 5단계로 달라지는데 최고 수준인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로 분류될 경우 과징금 기준율은 2.1%에서 최대 2.7%까지 적용된다.

SK텔레콤의 지난해 별도기준 SK브로드밴드 매출, 망접속 정산수익, 기타 영업수익 등을 제외한 매출은 약 10조6700억 원으로, 여기에 최고 비율인 2.7%를 적용하면 기준 과징금은 약 2881억9000만 원에 이른다.

이후 과징금은 1차 조정에서 가중될 수 있고, 2차 조정에서는 최대 50%까지 감경이 가능하다. 감경 후에도 과징금이 과도하다고 판단되면 추가로 재감경도 할 수 있다.

특히 2차 조정 단계에서 위원회는 △위원회와의 협조 여부 △위반행위 시정 조치의 이행 여부 △피해 회복 및 확산 방지 노력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지속적 노력 △위반행위의 주도 여부 △자진신고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과징금 감경 여부를 판단한다.

SK텔레콤은 해킹 사고 이후 무상 유심 교체를 실시하고, 5천억 원 규모의 가입자 보상안과 7천억 원 상당의 정보보호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같은 조치들은 위원회가 감경 사유로 인정할 수 있는 요인에 해당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감경요인을 반영해 과징금을 산출한 결과 1100억~1200억 원 선이 유력하다는 결론이 났다”며 “감경해도 3자리는 절대 안 된다는 게 개보위 내부 정서로 1100억 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단독] SK텔레콤 해킹사고 과징금 1200억 안팎 부과 전망, 보상액 반영해도 '역대 최대'

▲ SK텔레콤에 대한 과징금이 애초 예상과 달리 1천억 원대 수준에서 결정될 경우 제재 강도가 약하다는 논란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SK텔레콤은 과징금의 추가 감경을 위해 과징금 결정 시점을 최대한 늦추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은 임기 만료일인 오는 10월6일 전에 과징금 문제를 마무리 짓기 위해, 이르면 8월27일 열릴 전체회의에 상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논의가 지연될 경우에는 최종 확정 시점이 9월 말까지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SK텔레콤은 이번 사고를 ‘역대급 사건’으로 규정한 고 위원장 체제 아래에서는 과징금 감경 여지가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제재 수위를 낮추기 위해 결정 시점을 늦추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만약 과징금이 감경을 통해 1천억 원대 수준에 그칠 경우, 실제 국민들이 입은 피해에 비해 제재 강도가 지나치게 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은 “위약금 면제 등 다양한 감경 요소들이 반영되겠지만, 면제 기간도 매우 짧았고 그 이후에야 유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도록 통지했다”며 “SK텔레콤이 진정으로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이런 사유가 과징금 감경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 김재섭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