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난해 말 대규모 손실을 반영한 데 따라 올해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3년 만에 5위권 밖으로 내려앉았다.

더구나 올해 초 발생한 세종-안성 고속도로 붕괴사고는 내년 시공능력평가 순위에 추가적 감점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현대엔지니어링의 신용도에 영향을 미쳐 자금 조달 금리를 비롯해 재무 안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3년 만에 시공능력평가 '톱5' 아래로, 대형 사망사고 영향은 아직 반영 안 돼

▲ 현대엔지니어링의 올해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6위로 두 계단 하락했다. 내년에는 올해 초 발생한 대형 사고도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시공능력평가 결과가 이날부터 적용돼 입찰자격 제한 및 시공사 선정 등에 활용되고 신용평가, 보증심사 등에도 활용된다.

2022년에서 2024년을 대상으로 한 올해 시공능력평가에서는 ‘톱(TOP)10’, 이른바 상위 10대 건설사 명단이 지난해와 크게 변함이 없었던 가운데 현대엔지니어링의 순위 하락이 사실상 유일한 변화로 꼽힌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발표에서 순위가 기존 4위에서 6위로 떨어졌다. 당초 5위와 6위였던 DL이앤씨, GS건설도 한 계단씩 순위를 높였는데 현대엔지니어링 순위가 하락하면서 생긴 결과로 해석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22년 이후 3년 만에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5위 밖으로 벗어나게 됐다. 최근 3년 동안 현대엔지니어링의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2022년 7위, 2023년과 지난해는 4위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올해 순위 하락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변동으로 여겨진다. 지난해 대규모 손실을 봐 재무지표가 악화해 경영평가액 감소를 피하기 어려웠던 탓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시공능력평가액은 올해 10조1417억 원으로 지난해 9조9810억 원보다 오히려 소폭 상승했다. 공사실적평가액, 기술능력평가액, 신인도평가액 등 경영평가액을 제외한 나머지 항목에서 선전했기 때문이다.

올해 현대엔지니어링의 공사실적평가액은 5조5179억 원, 기술능력평가액은 1조5920억 원, 신인도평가액은 2조1283억 원이다. 공사실적평가액과 신인도평가액은 각각 44%, 62%씩 뛴 것이고 기술능력평가액은 지난해와 유사한 수치다.

다만 올해 경영평가액은 9036억 원으로 지난해(3조2426억 원)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전체 건설사 가운데 경영평가액 순위만 보면 지난해 4위에서 올해 18위로 떨어졌다.

경영평가액은 총자산과 총부채의 차이인 실질자본금과 차입금의존도, 이자보상비율, 자기자본비율, 매출액순이익률, 총자본회전율을 통해 산출한 경영평점 등에 영향을 받는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14조7601억 원이라는 역대 최대 기록을 썼지만 해외 플랜트 현장의 손실을 대거 반영하며 영업손실 1조2401억 원, 순손실 9906억 원을 냈다. 영업손실과 순손실을 보며 모두 적자전환한 것이다.

이에 자기자본 감소, 차입금 증가, 부채비율 증가 등이 따라오면서 경영평가액이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란 점이 예견됐다.

최근 3년간 공사실적, 경영상태, 기술능력, 신인도 등을 평가하는 시공능력평가 특성을 고려하면 내년에도 쉽사리 반등을 점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날 발표된 집계에 포함되지 않았던 올해 초 대형 사고 관련 지표들이 2026년 평가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올해 2월 현대엔지니어링이 주관사를 담당한 세종-안성 고속도로 건설현장에서는 교각이 무너져 근로자 4명이 사망하고 6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게다가 정부는 신인도평가액에 품질·안전 문제를 강하게 반영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해부터 건설현장 안전사고 및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중요성 등을 고려해 신인도평가의 상하한을 실적평가액의 ±30%에서 ±50%로 확대하며 평가 비중을 높였다.

이어 부실벌점, 사망사고만인율(근로자 1만 명당 산재 사망자 수) 등 평가항목의 변별력을 강화하고 시공평가, 안전관리수준평가, 중대재해 등 신규 평가항목을 도입했다.

세종-안성 고속도로 사고 관련 자세한 조사 결과가 발표되면 현대엔지니어링에 영향을 미칠 요소들의 윤곽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엔지니어링 3년 만에 시공능력평가 '톱5' 아래로, 대형 사망사고 영향은 아직 반영 안 돼

▲ 2월25일 발생한 세종-안성 고속도로 교각 붕괴사고 당시 현장 모습. <연합뉴스>


이 사고와 관련한 국토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는 6월까지 현장조사, 관계자 청문, 관련법령 및 설계도서 검토, 품질시험, CCTV 영상분석 등을 통해 사고발생 원인을 다각도로 검토해왔다.

국토부는 이르면 7월 안에 최종 조사결과와 함께 재발방지대책을 내놓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현재 실제 발표는 다소 미뤄진 상황이다.

시공능력평가는 공공공사 종류 등에 따라 입찰에 참여 가능한 기업의 수준을 결정하고 도시정비 조합에서 입찰참여 제한선을 세우는 기준 등으로 활용된다.

신용평가사 등에서는 신용평가를 위한 근거자료로 사용하고 보증기관에서는 시공능력평가액보다 건설사의 수주금액이 클 때 특별심사 대상을 지정하기도 한다.

입찰참여 가능 여부를 결정할 때는 시공능력평가 순위 10위를 기준으로 삼는 방식이 많아 현대엔지니어링의 순위가 하락하더라도 10위 안에만 들어간다면 수주에 미칠 실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이미 올해 들어 한 차례 하향 조정된 등급전망 등을 고려하면 신용등급과 연계한 재무 부담 확대를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기업평가는 올해 1월 현대엔지니어링 기업신용등급(AA-)의 등급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로 하향 조정하며 “지난해 4분기 해외 플랜트 관련 대규모 손실을 반영한 점, 등급수준에 부합하는 사업 및 재무안정성 회복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인 점 등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올해 시공능력평가를 놓고 “지난해 영업이익 감소로 경영평가액이 줄어들면서 순위가 하락했다”며 “그렇지만 경영평가액을 제외한 나머지 항목에서 하락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