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웨이 서장원·세라젬 이경수 상대 영역 침공, 정수기·안마기기 역선택 결과는?

서장원 코웨이 대표이사(왼쪽)와 이경수 세라젬 대표이사가 정수기와 안마기기 시장에서 맞붙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코웨이와 세라젬이 상대방의 안방 산업에 진출하며 경합을 벌이고 있다.

정수기 1위 업체 코웨이의 서장원 대표이사 사장은 ‘비렉스’ 브랜드로 안마기기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안마기기 1위 기업 세라젬의 이경수 대표이사 사장도 신제품 ‘밸런스’를 선보이며 정수기 시장에 발을 들였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코웨이는 안마기기, 세라젬은 정수기를 신사업 동력으로 놓고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먼저 포문을 연 쪽은 코웨이다. 코웨이는 지난 2011년에 ‘비바체’ 안마의자를 선보이며 안마기기 사업을 시작했지만 당시에는 존재감이 미미했다.

서장원 코웨이 대표는 2021년 2월 취임하고 곧이어 4월 협력사였던 매트리스 제조사 베릭스테크(전 아이오베드)를 인수했다. 이후 공동 대표에서 단독 대표로 전환하던 2023년 1월에 맞춰 ‘비렉스’ 브랜드를 선보였다. ‘비렉스’는 매트리스와 안마의자 등의 제품을 선보이며 ‘슬립&힐링케어 브랜드’를 표방하고 있다.
 
코웨이 서장원·세라젬 이경수 상대 영역 침공, 정수기·안마기기 역선택 결과는?

▲ 코웨이 ‘비렉스 트리플체어’ 안마의자. <코웨이>


서 대표는 2024년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비렉스를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신사업에 의지를 보였다. 2025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비렉스 안마의자 등이 국내와 글로벌 전반에서 판매 성장해 안정적 경영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언급하며 안마의자 성과에 주목했다.

코웨이가 안마기기 사업에 진출하고 1년이 지난 2024년 1월 세라젬은 반대로 정수기 사업에 뛰어들었다.

세라젬은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 전자제품 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24’에서 정수기 사업 본격 진출을 발표했다. 이온수 정수기인 ‘밸런스워터’ 브랜드를 함께 공개했다.

이경수 세라젬 대표는 CES 2024 현장에 직접 참가해 밸런스워터를 소개했다. 이 대표는 “특정 수소이온(PH) 농도와 온도로 물이 나오도록 설정할 수 있다”며 제품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그는 “척추 의료기기와 안마의자를 전체 매출의 30%가 넘지 않도록 하고 새로운 솔루션들이 70% 이상을 차지하도록 만들겠다”며 신사업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이처럼 서장원 대표와 이경수 대표는 정수기와 안마기기 시장에서 정면 대결을 펼치고 있다. 둘은 대표 직함을 달기까지 서로 상이한 궤적을 밟아온 것으로 평가된다.

서장원 대표는 법률전문가 출신 경영인이다. 미국 변호사로 법무법인 세종에서 15년 동안 근무하다가 2015년 넷마블에 상무로 합류했다. 넷마블의 코웨이 인수를 주도한 그는 인수 이후 2020년 코웨이 경영관리본부장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각자대표이사를 거쳐 2023년 1월 단독 대표이사를 맡았다.

이경수 대표는 2004년 세라젬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마케팅과 사업전략, 영업기획 등을 경험하고 영업지원본부장과 중국법인 영업본부장, 전략기획본부장 등을 거쳐 2021년 12월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올랐다.

두 대표가 본진을 두고 신사업에 진출한 속내에는 기존 사업과 시너지라는 공통점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코웨이는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비데 등의 사업을 영위하며 렌탈 매출이 전체 매출의 90%를 웃도는 사업 모델을 가졌다. 하지만 2022년 기준 국내 정수기 보급률이 50%에 달하는 등 시장은 포화상태가 됐다.

이에 코웨이는 회사의 특장점인 렌탈 판매 방식을 확대할 시장으로 안마의자를 점찍은 것으로 보인다. 안마의자는 고가 가전으로 일시불 구매가 어렵고 지속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특징이 있다. 코웨이는 안마의자 내부클리닝과 가죽시트·커버를 교체 등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코웨이 서장원·세라젬 이경수 상대 영역 침공, 정수기·안마기기 역선택 결과는?

▲ 세라젬 ‘밸런스’ 정수기. <세라젬>


세라젬이 정수기 사업에 진출한 것은 ‘종합 홈 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의 일부다. 세라젬은 기존 안마기기로 대표되는 척추 관리부터 정수기를 이용한 영양 관리까지 생활 전반의 건강관리를 포괄하겠다고 나섰다.

세라젬의 밸런스 정수기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터 위장 증상 완화에 도움을 주는 의료기기 인증을 받으며 건강관리 기능을 내세우고 있다.

이처럼 각자의 셈법으로 서로의 안방에 진출한 성과는 아직까지 코웨이가 앞서 있다.

코웨이의 비렉스 브랜드 자회사 비렉스테크는 2024년 매출 900억 원, 영업이익 84억 원을 기록했다. 2023년보다 매출은 18.4%, 영업이익은 52.6% 늘었다.

세라젬은 2024년 정수기 사업부문 매출을 따로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밸런스워터 브랜드가 2024년 6월 출시된 것을 감안하면 시장 정착 단계인 것으로 읽힌다. 세라젬은 현재 밸런스워터 모델로 배우 김우빈씨를 고용해 캠페인을 전개하며 홈쇼핑 방송을 확대하고 있다.

2024년 전체 연결 실적도 코웨이가 우세했다.

코웨이는 2024년 연결기준 매출 4조3101억 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4조 원의 문턱을 넘었다. 영업이익도 7954억 원으로 2023년보다 8.8% 증가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세라젬은 2024년 매출 5460억 원, 영업이익 22억 원을 기록했다. 2023년보다 매출은 6.6%, 영업이익은 88.4% 감소했다. 2024년 연구개발비로 역대 최대 규모인 224억 원을 투입했다는 점에서 당장 실적보다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가 우선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