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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금융 신흥국을 가다 프롤로그④] 실크로드 중심지 '티무르제국' 우즈베키스탄, 국내 금융사가 눈여겨보는 이유](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6/20250605105059_203766.jpg)
▲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티무르광장에 있는 티무르 기마상. <우즈베키스탄 관광청>
티무르는 1370년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를 수도 삼아 티무르제국을 건국했다. 이후 1405년 중국 원정길에서 심한 감기에 걸려 68세에 세상을 뜨기 전까지, 30년 넘게 이어진 원정전쟁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티무르가 위대한 정복자로 평가받는 이유다.
하지만 티무르가 위대한 이유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역사 속 인물인 동시에 여전히 우즈베키스탄의 영웅으로 평가되며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의 가슴 속에 자부심으로 살아있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1991년 소비에트연방에서 독립한 뒤 민족적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티무르제국과 아미르 티무르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들은 수도 타슈켄트 중심부에 있는 혁명광장을 티무르광장으로 바꾸고 칼 마르크스와 블라디미르 레닌 동상 대신 티무르 기마상을 세웠다. 광장 옆에는 티무르 박물관을 만들어 티무르제국의 역사와 문화도 강조했다.
우즈베키스탄은 티무르제국 시절 넓은 영토를 거느린 것은 물론 동서양 문화를 잇는 실크로드의 중심지로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다.
경제발전을 통한 우즈베키스탄의 미래상에는 한때 세계의 중심이었던, 600여 년 전 티무르제국의 영광이 녹아 있는 것이다.
5일 산업계에 따르면 우즈베키스탄은 옛 소련에서 독립한 중앙아시아 5개 ‘스탄’ 국가 가운데 국내 기업과 교류 확대 측면에서 가장 잠재력이 큰 나라로 평가된다.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 5개 스탄 국가는 천연가스와 석유를 비롯해 우라늄, 금, 구리, 희귀광물 등이 다수 묻힌 자원 부국으로 평가된다.
이들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의 자원을 대체할 수 있는 국가로 주목 받으며 존재감을 키웠다.
우즈베키스탄은 이들 가운데서도 가장 많은 인구와 상대적 제조강국 지위 등이 강점으로 꼽힌다.
경제도 단단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역시 지난해에 이어 6%대의 경제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우즈베키스탄의 주요 교역국인 중국(4.5%), 러시아(1.3%), 터키(2.7%), 카자흐스탄(4.6%)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K금융 신흥국을 가다 프롤로그④] 실크로드 중심지 '티무르제국' 우즈베키스탄, 국내 금융사가 눈여겨보는 이유](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6/20250605110931_155359.jpg)
▲ 티무르제국의 수도였던 사마르칸트의 레기스탄광장. 티무르제국의 찬란했던 건축문화를 품고 있는 사마르칸트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우즈베키스탄 관광청>
2023년 3기 집권에 성공한 미르지요예프 정권의 정책도 경제발전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으로 여겨진다.
사브카트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2016년 취임 이후 환율 단일화, 민영화, 외국인투자 유치 등 개혁과 개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우즈베키스탄을 향한 국내 기업의 진출과 관심도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우즈베키스탄 수출 규모는 지난해 다소 줄었지만 그 전까지 3년 연속 증가하며 2023년 역대 최고 기록(23억7천만 달러)을 새로 썼다.
한국은 중국과 러시아, 카자흐스탄, 튀르키예에 이은 우즈베키스탄의 5번째 교역국가다.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은 ‘특별전략적동반자관계’이기도 하다. 특별전략적동반자관계는 ‘전략적 동반자관계’보다 한 단계 높은 최상위 외교 단계다. 한국과 특별전략적동반자관계를 맺은 나라는 우즈베키스탄, 인도, 인도네시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4개국뿐이다.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을 잇는 하늘길도 계속 넓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우즈베키스탄 국적항공사 카녹샤크(Qanot Sharq)항공이 인천-타슈켄트 정기노선에 신규 취항한 데 이어 올해 5월에는 티웨이항공도 같은 노선 운항을 시작했다. 전날에는 카톡샤크항공의 부산-타슈켄트 직항 노선도 개설됐다.
한정선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무역관은 4월 보고서에서 “우즈베키스탄은 경제 안정, 민간 주도의 투자 확대, 수출 중심 산업 정책, 환경 및 에너지 전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체계적 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자유경제구역의 재정비, 고부가가치산업 집중 육성, 재정적자 관리 및 인프라 외자 유치 확대 등은 경제 내실을 강화하면서도 개방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있다”며 “중소·중견 제조업, 에너지, 인프라, 건설분야에서 해외 진출을 고려하는 국내 기업에 새로운 진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국내 기업 진출이 늘고 있는 만큼 국내 금융사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현재 국내 금융사는 4곳 가량이 우즈베키스탄시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산업은행이 대표적이다. 한국산업은행 우즈베키스탄법인은 2006년 대우그룹의 ‘우즈대우은행’을 인수해 우즈베키스탄에 진출한 뒤 2013년 영국의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현지법인을 합병하며 우즈베키스탄 내 최대 외국계 은행으로 성장했다.
수출입은행은 사무소 형태로 우즈베키스탄에 진출했다. 대외경제협력기금(EDCF)를 취급하며 우즈베키스탄의 경제발전을 지원하고 있다.
민간 금융사 가운데는 신한은행이 지난해부터 현지 사무소 인력을 보강하며 법인 전환을 꾀하고 있고 BNK금융은 법인 진출 이후 은행 영업개시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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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즈베키스탄 곳곳에서는 티무르 동상을 만날 수 있다. 티무르제국 수도 사마르칸트에 있는 티무르 동상. <연합뉴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올해 4월 직접 우즈베키스탄을 찾아 중앙은행 등 현지 주요 금융당국 관계자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김소영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023년 국내 금융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금융국제화 대응단’을 출범한 뒤 그해 5월 첫 출장지로 우즈베키스탄을 찾아 한국 금융산업을 직접 세일즈하기도 했다.
김 전 부위원장은 당시 한-우즈베키스탄 은행연합회 공동세미나 기조연설자로 나서 한국 경제 발전과정에서 금융의 역할을 소개하고 특히 금융산업 가운데서도 디지털분야에서 양국의 협력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은 4차 산업혁명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협력관계”라며 “2030년까지 온라인 뱅킹 사용자수 2배 증가를 목표로 하는 ‘디지털 우즈베키스탄 전략 2030’에 국내 금융산업이 함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즈베키스탄 금융산업은 내년 국제사회에서 더욱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6년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는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가 열린다.
ADB 연차총회는 회원국의 재무부 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세계은행(WB)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국제기구 대표단, 아시아 주요국 주요 민간 금융사 대표단 등이 한자리에 모이는 행사로 매년 5월 개최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도 우즈베키스탄이 금융산업 고도화를 위해 디지털 전략을 추진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며 “한국은 개발도상국에서 공적개발원조를 제공하는 원조 공여국으로 발전한 경험이 있는 만큼 우즈베키스탄 금융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