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대웅그룹이 글로벌 재무를 총괄할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애초 공석이 아니었던 자리에 외부 수혈을 추진하고 있는 데다 글로벌 사업의 최종 책임 역할을 하는 CFO를 찾고 있는 만큼 여러 해석이 나온다.
 
대웅그룹 글로벌 CFO 찾아, 해외사업 확대 '물갈이 인사'에 임원 줄줄이 짐싸

▲ 1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대웅(사진)이 2년여 만에 지주사 CFO 채용 공고를 내는 것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18일 링크드인에 따르면 김남희 대웅그룹 인사기획실장은 이날 대웅의 글로벌 CFO 채용 공고를 게시했다. 

해당 공고에는 ‘글로벌 재무 전략 수립을 주도할 수 있는 인물’을 찾는다는 문구와 함께 직급은 팀 리더급 이상으로 게재했다. 사실상 그룹 글로벌 재무를 총괄할 인물을 찾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웅그룹이 현재 대웅제약을 중심으로 해외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재무적 전략을 수립할 인물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대웅제약은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와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 등을 ‘1품1조(1개 품목으로 매출 1조 원)’로 키우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내놓은 바 있다.

이를 위해선 해외시장 진출이 필수적이다.

실제 나보타는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 진출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엔블로 역시 2030년까지 30개 국가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펙수클루도 현재 6개 국가에서 판매를 시작했고 19개 국가에 품목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이런 점에서 그룹 차원의 글로벌 최고재무책임자의 외부 수혈은 해외시장 확장 전략을 지원할 수 있는 인물을 영입하기 위한 조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제약업계에서는 다소 이례적인 행보로 받아들이고 있다. 
 
대웅그룹 글로벌 CFO 찾아, 해외사업 확대 '물갈이 인사'에 임원 줄줄이 짐싸

▲ 1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윤재승 전 대웅제약 회장(사진)이 경영에 복귀한 이후 임원에 대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연합뉴스>


일반적으로 대기업의 CFO는 장기간 재무 전략을 안정적으로 이끌기 위해 내부 승진으로 선임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 내 자금 흐름과 재무구조에 대한 높은 이해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기존 재무를 총괄하고 있는 송기호 대웅 부사장도 친정인 대웅에 복귀한 인물이다. 송 부사장은 2023년 3월 대웅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그는 1996년 삼일회계법인에서 공인회계사를 시작으로 KT전략투자담당 부장, 대웅제약 재무팀 이사대우로 재직하다 2016년부터 한미사이언스의 CFO를 역임했다.

그러다 송 부사장을 다시 데려와 그룹 재무를 맡기면서 사내이사에도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송 부사장은 연임의 배에 승선하지 못하고 올해 3월에 회사를 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약업계 안팎에서는 송 부사장이 글로벌 CFO 자리를 맡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러운 이야기가 있었지만, 글로벌 사업 확장이라는 명제 앞에 새로운 인물이 적합하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대웅제약에서 잘 나가던 류재학 CH본부장도 올해 초 랩지노믹스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2015년부터 대웅제약에서 CH본부장을 역임하며 영업 및 마케팅에 전념하며 5년 연속 매출 성장이라는 괄목할 성과를 이뤘지만 퇴사를 할 수밖에 없었던 속내가 있었다”며 “윤재승 회장의 경영 스타일이 임원을 오래 두고 쓰는 스타일이 아닌 것은 업계에서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어떤 사람이 본부장이나 CFO로 오더라도 만족할만한 성과를 보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윤재승 회장이 최고비전책임자(CVO)로 경영에 복귀한 이후 인사 전반에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윤 회장은 2018년 ‘막말’ 논란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2022년 그룹 최고비전책임자로 경영에 복귀했다. 아직까지 미등기 임원이지만 경영 전반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회장이 대웅그룹 경영에 복귀한 이후 개발이나 마케팅 본부장 등 주요 부서의 임원에도 변화가 있다는 점에서 물갈이를 하고 있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로 이날 링크드인에 공고를 낸 인사기획실장도 2025년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번 글로벌 CFO 채용 역시 이 같은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대웅그룹 관계자는 “해당 포지션은 대웅제약의 글로벌 사업 확대에 따라 새롭게 글로벌 CFO를 영입하는 것”이라며 “송기호 부사장은 퇴사했고 이번 포지션과 무관하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