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치권이 조기 대선 국면에 들어서면서 성수동 일대를 비롯한 서울 주요 도시정비사업에 변수가 커지고 있다.

사업 방향의 예측이 어려워지는 만큼 국내 주요 건설사와 해당 사업지 조합에서는 당장 적극적 움직임을 보이기보다는 관망 분위기가 한동안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도시정비에 정치 변수 커져, 성수 비롯한 한강변 개발 향방에 건설사 촉각

▲ 조기 대선으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해온 한강변 개발계획에 변수가 생겼다.


9일 정치권에서는 김동연 경기지사를 비롯해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등 인사들의 대선 출마 선언이 이어졌다. 

가장 유력한 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대표직서 물러나며 대선 출마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다만 주요 대선 출마 후보군 가운데 도시정비 시장과 관련해 가장 거취를 주목할 인물로는 한강변 개발계획을 추진하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꼽힌다. 오 시장 역시 오는 13일에 공식적으로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힐 계획을 세웠다.

오 시장의 대선 출마는 이미 예상됐던 일이었으나 대선 경선 과정에서 시장직 유지 여부에 도시정비업계의 관심이 모아진다.

오 시장의 출마 방식을 놓고는 시장직을 사퇴하며 대선 출마를 선언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으나 현재로서는 시장직을 유지한 채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하는데 무게가 실린다.

다만 오 시장이 경선을 통해 최종적으로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정된다면 시장직에서는 반드시 물러나야 한다.

한국갤럽이 뉴스1 의뢰로 6~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8명으로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오 시장은 민주당에서 이재명 후보를 내세웠을 때를 가정한 양자대결에서 37%의 지지를 얻었다. 국민의힘 다른 후보들의 이재명 후보와 가상 양자대결에서 지지율을 보면 홍준표 36%, 김문수 35%, 안철수 34% 등이다.

오 시장이 휴가 혹은 사퇴 등 어떤 형태로 대선에 출마하든 신속통합기획, 모아타운 등 이른바 오세훈표 도시개발 사업은 한동안 멈출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선거기간에는 선거운동이 될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주민간담회가 금지되는 만큼 개발 추진을 위한 여론 수렴 등 초기 절차 진행부터 불가능하다.

오 시장은 지난 2월19일 서울시의회에서 최재란 민주당 시의원으로부터 “대선 출마 이후에도 오 시장의 주요 개발사업들이 유지될 것으로 보나”라는 질문을 받고 “계속될 수 있도록 토대를 잘 닦아 놓고 임기를 마무리하겠다”라고 대답했다. 

대선이 진행된 결과 서울시장이 공석이 되거나 오 시장이 시장직을 유지하더라도 정권 교체가 발생하면 오세훈표 도시개발사업은 대대적 수정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개발 계획 자체는 지방자치단체가 수립하지만 중앙정부 차원의 규제, 각종 법령을 통한 제도적 지원 등 정부와 보조를 맞춰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는 재건축·재개발사업 촉진에 관한 특례법,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등 주요 개발사업지 조합들이 주목하는 법안이 계류돼 있다. 대선 결과에 따라 관련 법안의 운명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부동산, 주택 정책은 정치권에서는 누구나 자기 색깔을 입히고 싶어하는 정책이라 정권이 유지되더라도 오 시장이 지금처럼 개발사업을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아직 오 시장이 추진하는 개발사업 대부분은 아직 진척도가 높지도 않다”고 말했다.
 
서울 도시정비에 정치 변수 커져, 성수 비롯한 한강변 개발 향방에 건설사 촉각

▲ 서울 강남구 일대에 들어선 아파트 단지들의 모습. <연합뉴스>


특히 국내 건설사들은 성수, 압구정 등 대규모 도시정비 사업지의 개발계획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 시장은 ‘한강 르네상스 2.0’ 프로젝트를 내세우며 성수전략정비구역 등에 고도 제한과 같은 규제 완화, 디자인 특화동 도입 등을 통한 랜드마크 단지 조성에 의욕을 보여왔다.

삼성물산, 현대건설과 같은 주요 건설사들도 이런 오 시장의 개발계획에 발맞춰 압구정2구역 등 1조 원 규모가 넘는 대어급 사업지를 올해 하반기 핵심 전략지로 보고 있다.

성수전략정비구역 역시 1지구에서는 현대건설,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이 사업 수주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지구에서는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 DL이앤씨 등이 홍보전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새 정부의 주택 정책이나 서울시의 도시개발 계획의 변경으로 도시정비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건설사의 향후 영업활동에 큰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건설사의 관심이 큰 성수전략정비구역만 해도 오 시장의 첫 임기 당시인 2009년 지정한 5곳 전략정비구역 가운데 현재까지 무산되지 않고 유지되고 있는 유일한 사업지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주요 건설사 가운데 한강변 개발에 관심을 가지지 않은 곳은 없을 것”이라며 “다만 정치권으로부터의 변수가 만만치 않은 만큼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응답률은 15.5%,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기타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