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30년까지 미국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출량을 두 배로 늘리기로 한 정책에 따라 한국가스공사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미국산 LNG 수입량을 늘리면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가스공사는 과거 여러 차례에 실패했던 알래스카 LNG개발 사업에 참여하라는 압박을 미국으로부터 사실상 받는 만큼 해외사업의 불확실성 역시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스공사 미국 LNG 수입 늘려 수익성 개선 기대, 알래스카 개발 참여는 부담 커

▲ 한국가스공사는 미국의 LNG 수출프로젝트로 미국산 도입이 가속화되면 원가가 하락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증권업계의 분석이 나왔다. <연합뉴스>


3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미국의 LNG 수출프로젝트에 따른 LNG 도입 가속화되면 원가가 크게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가스공사는 1990년대부터 이어온 카타르 및 오만 등과 장기 계약을 끝내고 도입선을 조정하고 있는데 연 900만 톤 이상을 미국산 LNG로 대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이라며 “최근 미국산 LNG의 물류비용을 포함해도 중동산에 비해 저렴한 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호무역조치의 일환으로 한국을 비롯한 주요 수출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한국은 미국산 LNG 수입을 늘려 대미무역수지 흑자규모를 줄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응방안으로 거론된다.

가스공사는 국내 LNG 수입의 8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정부의 대미 통상정책에 따라 미국산 LNG를 수입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현재 가스공사의 LNG 주요 수입지역별 비중을 살펴보면 중동(38%), 오세아니아(23%), 동남아시아(16%) 등이다. 국가별로는 카타르, 호주, 오만 등의 순서인데 그 다음인 미국산 비중은 10%대 초반에 머물러 있다.

미국산 LNG는 천연가스 배관망이 모여 있는 루이지애나주 헨리허브 지역의 현물 시장 가격을 기준으로 수입한다. 반면 중동산 LNG는 유가 연동 방식으로 수입가격이 정해진다. 

미국산 LNG는 높아진 물류 비용을 포함해도 중동산에 비해 저렴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기준 가스공사는 중동인 카타르와 오만으로부터는 톤당 700달러 중반대, 미국으로부터 500달러 중반대로 수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가스공사는 미국산 LNG 수입을 늘리면 미수금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수금은 LNG 도입 원가와 정부가 승인한 요금원료비와의 차이에 의해 정해진다. 정부가 국민생활 및 물가상승 등을 고려해 도입 원가를 원료비에 반영하지 않으면 미수금이 발생하게 된다. 미국산은 가격이 낮은 만큼 미수금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가스공사는 2022년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LNG 수입가격 급등과 도시가스 요금 인상 제한의 영향으로 지난해 말 기준 누적 미수금이 14조8천억 원까지 불어났다.

이승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지난해 도시가스 요금을 인상함에 따라 미수금은 점차 회수될 것"이라며 "다만 미수금 절대 규모와 주요 설비투자 계획 등을 고려하면 단기간 내 가스공사의 재무부담이 크게 축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스공사가 내놓은 '2024-2028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에서도 원료비에 원가를 연동하는 제도의 유보로 미수금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점은 금융비용 부담 가중 및 재무구조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혔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LNG 수출 확대와 함께 한국을 향해 알래스카 LNG 개발사업에 참여하라는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마이크 던리비 알래스카 주지사는 최근 한국을 방문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한국의 참여를 요구했다.
 
가스공사 미국 LNG 수입 늘려 수익성 개선 기대, 알래스카 개발 참여는 부담 커

▲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 앞)이 25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마이크 던리비 미국 알래스카주 주지사(왼쪽 앞)와 면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스공사는 단일기업으로 국내 최대 물량 구매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 만큼 실제 한국의 알래스카 LNG 개발사업에 참여가 이뤄진다면 가스공사의 동참도 확실시된다.

다만 알래스카 프로젝트는 불확실성이 매우 큰 만큼 재무구조가 안 좋은 가스공사로서는 해당 사업의 참여가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알래스카 북부에서 가스전을 상업화하려는 시도는 1970년대부터 이어져 왔다. 하지만 높은 기술적 난도와 낮은 경제성 때문에 번번이 무산됐다. 

BP, 엑손모빌, 코노코필립스, 트랜스캐나다 등 여러 글로벌 기업이 나섰다가 모두 손을 들었다.

전체 프로젝트 비용은 440억 달러(약 63조원), 가스관 건설에만 107억 달러(약 16조원)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한국 정부의 지난해 예산 665조3천억 원 수준을 감안하면 엄청난 규모다.

더구나 LNG프로젝트는 그 특성상 장기계약으로 수요처 확보가 필수적인데 알래스카 개발 사업은 시장에 경제성과 안정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높은 개발비용에 따른 낮은 가격 경쟁력, 에너지 전환 흐름, 정치적 불확실성 등 구조적 리스크도 중첩돼 지속가능성을 갖추기 어렵다는 지적을 여러 차례 받아왔다.

LNG 에너지원은 친환경 에너지로 가기 위한 디딤돌이지, 친환경 에너지는 아닌 만큼 사업의 장기적 경제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평가도 많다.

이와 관련해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은 "막대한 사업비와 탄소비용을 감수하며 LNG를 확보한다 해도 사용할 곳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추세"라며 "한국은 청정에너지, 에너지 저장 시스템, 전력망 강화 같은 미래 산업에 과감히 투자하고 산업계가 전환을 준비할 수 있도록 정책적 전환점을 제시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스공사 자체로도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들어갈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기에는 재무여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해 말 기준 가스공사의 차입금 총액은 최근 2년간 빠르게 늘어 38조 원에 이른다. 부채비율은 별도기준 592%에 육박한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 등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를 함께할 것이라 언급했다"며 "한국가스공사는 국내 LNG 도입구조 상 주도적으로 참여 가능성이 높은데 향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점을 감안하면 재무구조 개선이 병행되어야 할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증권업계에서는 실적 변동성이 큰 해외자원개발 특성상 자산가치 변동위험, 투자성과의 불확실성 등이 내재하고 있어 투자성과, 추가 투자 진행여부 등을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가스공사는 해외 자원개발사업 초기였던 2016년~2017년에 호주 GLNG(1조9천억 원), 이라크 아카스(4천억 원), 호주 프렐류드(0.2조원) 등 프로젝트에서 천문학적 손실을 입기도 했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경영평가에서 "LNG를 확보하기 위해 해외투자를 확대하는 방향은 자원개발 사업의 투자비 대비 회수액 비율이 47.0%로 저조한 기존의 경험을 고려하여 개선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가스공사는 LNG 가격 하락으로 해마다 매출이 감소하고 있지만 비용부담이 줄어들면서 지난해 수익성을 회복했다.

가스공사의 매출은 2022년 51조7243억 원, 2023년 44조 5560억 원, 2024년 38조3887억 원으로 지속적으로 줄었다. 반면 영업이익은 2022년 2조4634억 원에서 2023년 1조5534억 원으로 감소했다가 2024년 3조33억 원으로 늘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올해 LNG장기계약 추진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미국은 우선협상대상자 가운데 하나에 해당한다"면서도 "가스공사는 던리비 주지사와의 면담 후 개발사업과 관련한 별도의 자료를 받은 것이 없다"라고 말했다. 김인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