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 초대형 산불이 기후변화 탓이라고 해외 연구기관들이 바라보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이들도 한국 기관에서 내놓은 평가와 같이 산불이 급속도로 확산된 데에는 기후변화 영향이 컸다고 지적하면서 한국에서 이번과 같은 대형 화재는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25일(현지시각) 국제 기후 연구단체 ‘클라이밋 센트럴’은 최근 경북에서 발생한 화재는 기후변화 영향을 받아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이번 분석에 따르면 21일부터 이어진 산불 발생 기간 동안 한국 국내 기온은 1991~2020년 관측된 평균 기온과 비교해 지역별로 4.5~10.0도 더 높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통상적으로 산불은 기온이 더 높을수록 발생하기 쉽다. 실제로 클라이밋 센트럴이 발간한 또 다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970년대와 비교해 기온이 1.4도 더 높아진 미국은 서남부 일대 연간 화재 발생 일수가 2개월 증가했다.
클라이밋 센트럴에서는 해당 이상고온 현상이 어느 정도 심각했는지 나타내기 위해 이를 ‘기후변화지수(CSI)’로 환산했다.
기후변화지수는 기후변화에 따른 지역별 영향 강도를 숫자로 환산한 지수로 0~5까지 있다. 숫자가 커질수록 기후변화 영향이 강해진다는 것을 뜻한다.
21일부터 25일까지 전라남도, 경상남도, 부산광역시, 울산광역시, 대구광역시 등에서 관측된 이상고온 현상은 모두 CSI 5 이상으로 평가됐다. 해당 기간 동안 이들 지역에서 기후변화 영향이 최정점에 달했던 것이다.
연구진은 이상고온에 더해 지난해 말부터 남부 지역 상공에 고기압 전선이 발생하면서 날씨가 평년보다 더 건조해진 것이 산불을 키웠다.
케이틀린 트뤼도 클라이밋 센트럴 수석연구원은 “세계 많은 지역이 심각한 가뭄 위험에 직면해 있고 기후변화에 따른 부담이 더해지면서 이번과 같은 극심한 이상고온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여기에 건조한 환경이 더해지며 위험한 화재를 가속화할 연료를 더했다”고 설명했다.

▲ 26일 경상북도 안동시 임동면 인근까지 확대된 화재에 야산이 불에 타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같은 날 다른 국제 기후 연구단체 '클리마미터'도 같은 결론을 내놨다. 클리마미터는 유럽연합(EU)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자금을 지원받아 기후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협의체다.
해당 연구진은 1950~1986년까지 기간과 1987~2023년까지 기간의 기상 조건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최근 수십 년 동안 동아시아 일대에서 기상 조건은 이전 수십 년보다 기온은 2도 가량 더 높아졌고 기후는 약 30% 더 건조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레타 카자니가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연구원은 "한국과 일본의 산불은 기후변화가 상호연결된 극단적 기상현상을 어떤 식으로 증폭시키는지 보여준다"며 "폭염은 식생을 건조하게 만들고 강한 바람은 화염을 더 널리 퍼뜨리며 다른 계절에 발생한 폭우는 향후 화재 발생시 연소대상이 되는 덤불을 자라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같은 위험 요소가 복합적으로 얽힐수록 기후 적응 전략의 시급성이 더 높아지는 악순환이 만들어진다"고 지적했다.
국내 연구 결과도 이같은 해외 분석과 부합한다.
국립산림과학원이 발표한 ‘제1차 산림·임업 분야 기후변화 영향평가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산림지역 기온이 1971~2000년 기간 평균 기온보다 1.5도 오른다면 산불 발생 위험도는 8.6%, 2도 오른다면 13.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문제는 현재 세계 기후정책 현황을 고려했을 때 가장 유력한 기후변화 시나리오대로라면 2050년대 산림지역 평균 기온은 14.1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2000~2019년 기간 산림지역 평균 기온이 11.9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2.2도 오르는 것이다.

▲ 26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정부서울청사에서 산불 예방 관련 대국민 담화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산불 피해 면적도 1980년대에는 연평균 1112헥타르였는데 2020년대 들어서는 8369헥타르로 8배 넓어졌다.
26일 기준 행정안전부 발표에 따르면 이번에 경상남도 의성군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한 피해 면적은 1만 5185헥타르로 잠정 집계됐다.
의성군 화재는 강풍 영향을 받아 안동시, 영양군, 청송군 등으로 확산됐다.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18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이번 산불 이전부터 평년보다 강수량이 적은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올들어 총 244건의 산불이 발생했다”며 “역대 최악의 산불에 맞서 우리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인력과 장비로 맞서고 있으나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성 산불이 어제 하루 안동, 청송, 영양, 영덕까지 단 몇 시간 만에 확산되는 등 이제까지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산불 피해가 우려되기에 이번 주 남은 기간은 산불 진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이번 산불이 끝나면 충분한 관련 장비와 인력을 찾추고 있는지, 또 제대로 운용하고 있는지 철저하게 점검하고 부족하다면 대응체계와 자원을 철저하게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