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준호 동국제약 헬스케어 전면배치, 공언했던 매출 1조 클럽 재도전 나서

▲ 송준호 동국제약 대표이사(사진)가 취임 당시 목표로 제시한 2025년 매출 1조 원은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송준호 동국제약 대표이사가 올해 매출 앞자리를 바꿀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송준호 대표이사가 취임 당시 목표로 제시한 2025년 매출 1조 원 달성은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최근 집중하고 있는 피부미용 사업의 성장 폭에 따라 내년 재도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1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국제약 주주총회에 송 대표를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이 다뤄진다. 

취임 이후 매년 동국제약의 최고 실적을 낸 송 대표는 다시 매출 1조 원을 목표로 달리게 됐다. 제약업계에서 매출 1조 원은 단순 수치를 넘어 사업 규모, 신뢰도, 투자 유치, 글로벌 진출 등에 영향을 미치는 이정표로 여겨진다. 

동국제약과 함께 1조 클럽을 노리던 제약사 가운데 보령이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조171억 원을 내면서 먼저 문턱을 넘었고 동국제약과 HK이노엔이 다음 주자로 남았다. 이들 두 회사는 지난해 각각 매출 8122억 원, 매출 8971억 원을 올렸다. 

송 대표는 동국제약 대표로 선임된 이후 해마다 매출을 6616억 원, 7310억 원, 8122억 원으로 꾸준히 늘렸다. 이에 올해도 매출 앞자리를 8에서 9로 바꿀 수 있을지의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기업평가기관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동국제약의 올해 연결기준 매출은 8843억 원으로 9천억 원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2024년 매출(8112억 원)도 증권사 예상치(8070억 원)를 웃도는 실적을 낸 바 있어 9천억 원 돌파 가능성은 열려 있다.  

동국제약은 제약업계에서 상대적으로 독특한 성장 경로를 밟고 있다. 2024년 기준으로 전문의약품(ETC) 비중이 전체 매출의 약 25%에 그치고, 헬스케어 부문이 33%로 가장 크다. 보령과 HK이노엔의 전문의약품 비중이 80%가 넘는 것과 대비된다.

매출 1조 원을 넘긴 5대 제약사들(유한양행, 종근당, 녹십자, 한미약품, 대웅제약)도 전문의약품 매출 비중이 모두 60%를 넘는다. 

동국제약의 성장 주역은 단연 화장품이다. 화장품이 사실상 헬스케어사업부 매출 대부분을 차지한다.

동국제약의 대표 화장품 브랜드 ‘센텔리안24’는 상처 치료제 마데카솔 성분 기반으로 개발된 코스메슈티컬(의약화장품)로 2015년 홈쇼핑에서 큰 인기를 끈 이후 본격적으로 성장 궤도에 올랐으며, 2024년 출시 이후 누적매출 1조 원을 넘겼다. 

동국제약은 마진이 적은 홈쇼핑 판매 비중을 2017년 70%에서 2024년 30%대까지 낮추고 자사몰과 온오프라인 유통처를 확대하면서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강화를 동시에 꾀하고 있다.  
 
송준호 동국제약 헬스케어 전면배치, 공언했던 매출 1조 클럽 재도전 나서

▲ 송 대표는 화장품 사업 성공을 바탕으로 미용기기 사업과 메디컬에스테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송 대표는 화장품 사업이 성숙기에 접어들자 2023년부터는 미용기기 사업과 메디컬에스테틱사업에 손을 댔다. 

동국제약은 에이피알이 장악하고 있던 중저가 가정용 미용기기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023년 가정용 미용기기 ‘마데카프라임’을 시작으로 1년여 만에 기능을 간소화한 ‘팅글샷·탱글샷’, 70만 원 대 프리미엄 제품 ‘인피니티’, 얼굴 뿐 아니라 몸에도 사용이 가능한 ‘리추얼 화이트펄’ 등을 잇달아 출시했다. 2024년 미용기기 제조사 위드닉스를 인수하면서 위탁생산에서 자체생산으로의 전환도 추진하고 있다. 

메디컬에스테틱 사업부도 히알루론산 주름개선필러 ‘벨라스트’에 집중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제품군을 다변화했다. 동국제약은 지난해 13년 만에 필러 ‘케이블린’을 출시했으며 한국비엔씨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비에녹스’도 독점 유통 계약을 맺었다.

동국제약은 2023년 병의원 유통용 화장품 ‘인에이블’을 시작으로 앞으로도 병의원용 기능성 화장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다만 피부미용 시장의 경쟁이 치열한 만큼 판관비 부담이 크다는 점은 송 대표가 풀어야 할 과제다. 실제로 마데카프라임 출시에 마케팅 비용을 대폭 투입하면서 동국제약 2023년 영업이익률은 2022년 11%에서 9%로 주저앉았다

동국제약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4%대로 제약사 평균(7%)보다 낮은 반면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판관비 비중은 46%대로 제약사 평균(29%)보다 높다. 신약개발에 투입하는 연구개발비가 낮은 대신 판매 역량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동국제약의 매출은 헬스케어사업 성장에 힘입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영업이익률은 2020년(15%)을 넘어서지 못하고 9~11%에 머무르고 있다.

2020년에서 2024년 동국제약 매출은 5591억 원에서 8122억 원으로 45.2%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847억 원에서 804억 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매출 확장 시기 투자비용이 증가하면서 수익성이 낮아지는 현상은 당연하나 이 같은 흐름이 계속될지는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   

하태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화장품 등을 자체 생산으로 전환하고 홈쇼핑 판매비중을 더 줄인다면 동국제약의 영업이익률이 10%대 중반까지 상향될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