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ORPG 독주 끝나간다, 4년간 상위 20개 모바일 게임 지각변동

▲ 2025년 2월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 <모바일인덱스>

[비즈니스포스트] 모바일 게임시장에서 스테디셀러 게임은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됐다. 변동성이 큰 게임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익과 게임사의 브랜드 신뢰도를 책임져 주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신작 게임의 수명이 수개월 단위로 짧아진 상황 속에서도 일부 게임은 수년 동안 꾸준한 매출을 기록하며 시장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2021년부터 4년 동안 국내 모바일 게임시장의 매출 상위권을 분석하면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장르가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스테디셀러 게임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시리즈다. ‘리니지M’, ‘리니지2M’, ‘리니지W’는 오랜 기간 국내 MMORPG 시장의 중심축을 형성하며 최상위권을 유지했다. 특히 2017년 출시된 ‘리니지M’은 충성도 높은 유저층을 바탕으로 2023년과 2024년에도 1위를 기록하며 여전히 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의 ‘오딘: 발할라 라이징’도 리니지 시리즈와 함께 장기 흥행작으로 자리잡았다. 2021년 출시 이후 지속적으로 최상위권을 유지하며 2024년에도 4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MMORPG 시장의 변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리니지M’을 제외한 리니지 시리즈의 매출 하락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나이트 크로우와 스마일게이트의 ‘로드나인’ 이후로 매출 상위권에 진입하는 신규 MMORPG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025년 2월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에서 ‘리니지M’은 3위를 기록했지만, ‘리니지W’와 ‘리니지2M’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신작 MMORPG 중 상위권에 오르는 사례가 줄어들면서 MMORPG 시장이 점차 정체되고 여실히 보여준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MMORPG에 대한 선호도가 압도적으로 높았던 국내 시장에서도 점점 기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2021년 연간 매출 상위 20위 내 MMORPG 비중이 81%에 달했으나, 2024년에는 39%로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이 자리를 서브컬처 게임과 캐주얼 게임이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미호요(호요버스)의 ‘원신’은 2021년부터 꾸준히 매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2023년에는 같은 개발사의 ‘붕괴: 스타레일’이 장기 흥행 궤도에 올랐다.

국내 게임사에서도 서브컬처 장르에서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오고 있다. 시프트업의 ‘니케: 승리의 여신’이 2024년 11위를 기록하며 장기적인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용자들의 성향 변화에 힘입어 캐주얼 게임도 부상하고 있다. 2021년에는 ‘쿠키런 킹덤’을 제외하면 매출 최상위권에서 캐주얼 게임을 찾아보기 어려웠으나, 2024년에는 ‘로열매치’와 같은 퍼즐 게임이 순위권에 진입하며 새로운 강자로 자리잡았다. 또한 ‘운빨존망겜’과 같은 소셜 요소를 활용한 캐주얼 게임도 등장하면서 모바일 게임 시장이 고과금 MMORPG 중심에서 벗어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캐주얼 게임의 성장과 함께 해외 게임사들의 국내 시장 침투도 더욱 심화되고 있다. 2024년 기준으로 ‘화이트아웃 서바이벌’, ‘로열매치’, ‘버섯커 키우기’, ‘브롤스타즈’ 등 다수의 캐주얼 게임이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히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캐주얼 게임이 국내에서도 빠르게 자리잡으면서 해외 게임사들의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캐주얼 장르는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다수의 이용자를 확보해야 하므로 공격적인 마케팅과 광고 기반 수익 모델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내 게임사들은 MMORPG·RPG 중심의 과금 모델에 익숙해 캐주얼 장르에서 성공한 사례가 적다”고 말했다.
MMORPG 독주 끝나간다, 4년간 상위 20개 모바일 게임 지각변동

▲ 2021~2024년 국내 연간 매출 상위 20개 모바일 게임 내에서 MMORPG 장르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올해도 이 같은 흐름은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MMORPG 시장의 정체 속에서 글로벌 게임사들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으며 캐주얼 및 스포츠 게임이 새로운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올해 들어 위메이드의 ‘레전드 오브 이미르’, 넥슨의 ‘마비노기 모바일’ 등 대형 MMORPG 신작들이 출시되면서 다시 한 번 시장 흐름을 바꿀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캐주얼 게임들의 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3월부터는 MMORPG 게임들의 순위 경쟁이 본격적으로 펼쳐질 것”이라며 “리니지M, 리니지W, 오딘 등이 대형 업데이트를 진행하는 가운데, ‘레전드 오브 이미르’, ‘RF온라인 넥스트’, ‘마비노기 모바일’ 등 신작 MMORPG들이 가세하며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