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장비 공급망을 다각화하면서 한미반도체가 실적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이에 곽동신 한미반도체 대표이사 회장은 미국 마이크론에 반도체 장비 공급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반도체 SK하이닉스의 HBM 패키징 장비 다각화에 타격, 곽동신 마이크론에 공급 확대로 돌파

곽동신 한미반도체 대표이사 회장이 주 고객사인 SK하이닉스가 반도체 패키징 장비 공급망 다각화 움직임을 보이자 마이크론에 장비 공급을 늘리며 이를 만회하고자 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27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HBM용 열압착(TC)본더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렸던 한미반도체가 SK하이닉스의 공급망 다각화 움직임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TC본더는 여러 개의 칩을 수직으로 쌓아올리는데 사용되는 반도체 패키징 장비다. HBM은 DDR5 D램을 위로 쌓아 만드는데, 이 과정에 TC본더가 활용된다.

한미반도체는 2024년 TC본더 시장에서 65%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인공지능(AI) 붐’의 주역으로 떠오른 SK하이닉스에 HBM용 TC본더를 공급한 덕분이다.

SK하이닉스의 HBM 공급이 본격적으로 확대된 2023년 4분기부터 한미반도체 매출에서 TC본더가 차지하는 비중은 급격히 증가했다. 2023년 3분기 2%에 불과했던 TC본더 매출 비중은 2024년 4분기 85%까지 급증했다. 

다만 SK하이닉스가 HBM용 TC본더 공급사 다각화에 나서면서 한미반도체에 ‘빨간 불’이 켜졌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월 ‘CES 2025’에서 공개한 HBM3E 16단 생산에 싱가포르 ASMPT의 TC본더를 사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에는 반도체 생산라인에 ASMPT 장비 30여 대를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한화세미텍의 TC본더 채택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세미텍은 19일 열린 ‘세미콘 코리아’에서 HBM용 TC본더 ‘SFM5-엑스퍼트(Expert)’를 공개했다. 현장에는 김동선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이 직접 방문해 TC본더를 살펴보기도 했다.

SK하이닉스가 공급망을 다각화한다면 한미반도체는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지난해 3분기 한미반도체 전체 매출에서 SK하이닉스가 차지한 비중은 59.71%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곽 회장은 미국 마이크론에서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반도체는 2024년 4월부터 마이크론에 HBM용 TC본더를 공급하고 있는데, 올해 마이크론의 글로벌 HBM 점유율이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그 수혜를 누릴 수 있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간은 “한미반도체가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을 고객사로 확보한 가운데 HBM용 TC본더 수요가 꾸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이크론은 SK하이닉스, 삼성전자와 함께 첨단 HBM을 생산할 수 있는 세 기업 가운데 하나다.
 
한미반도체 SK하이닉스의 HBM 패키징 장비 다각화에 타격, 곽동신 마이크론에 공급 확대로 돌파

▲ 미국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홍보 이미지. <마이크론>


지난해 글로벌 HBM 점유율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밀려 9% 수준에 머물렀지만,  올해 마이크론의 점유율은 15%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최근 마이크론은 삼성전자보다 앞서 첨단 공정인 ‘1c D램’ 기술 개발을 완료하면서 SK하이닉스에 이어 두 번째로 엔비디아에 6세대 HBM4를 공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1c D램 기술은 HBM4 성능에 핵심적인 D램 공정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8월 개발을 완료했지만, 삼성전자는 현재 1c D램 기술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곽 회장은 지난 1월 마이크론의 싱가포르 HBM 패키징 공장 기공식에도 참석하며 마이크론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마이크론이 1250억 달러(약 180조2천억 원)을 투자해 미국 뉴욕과 아이다호에 건설하고 있는 HBM 공장에는 한미반도체의 TC본더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한미반도체가 마이크론에 TC본더를 공급하면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기업인 마이크론을 지원할 가능성이 높아, 한미반도체의 TC본더 공급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