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024년 12월16일 당 대표직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미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당심'을, 오세훈 서울시장은 '확장성'을 선점하며 국민의힘 당내 경선이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온다. 관건은 이른바 대세론을 다시 회복하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전 대표의 정치활동 재개를 앞두고 당내 경선 전략을 가다듬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대표는 전날인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두 달 동안 많은 분들의 말씀을 경청하고 성찰의 시간을 가졌고 책을 한 권 쓰고 있다"며 "머지않아 찾아뵙겠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의 정치활동 재개는 정치 일정과 무관치 않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은 3월 중순쯤 결론내릴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서 탄핵이 인용이 되면 조기 대선이 60일 내에 실시된다.
대선 본선을 앞두고 각 당은 당내 경선이라는 예선전을 치르게 된다. 헌재의 탄핵 인용 즉시 예선전이 시작될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한 달 안에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결정되는 마당에 한 전 대표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다.
무엇보다 한 전 대표를 뒷받침하던 '대세론'은 이제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지난해 7월23일 62.8%의 지지율로 대표 자리에 올랐고, 다른 대선 예비후보들을 저 멀리 따돌리고 홀로 독주하던 시간도 있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12·3 계엄 선포 이후 모든 게 달라졌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과 함께 계엄 해제에 앞장서면서 결과적으로 '반윤석열'의 선두주자가 됐다. 지난해 12월16일 당 대표직에서 쫓겨나는 수모도 겪었다.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은 1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정권을 재창출하고 보수가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는 '한동훈이 대안이구나' 하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나"라며 "그러니까 (한 전 대표가 정계에) 너무 늦게 나올 수는 없다"고 말했다.

▲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15일 부산 기장군청 반얀트리 복합리조트 신축 공사장 화재 중앙사고수습본부를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한 전 대표가 정치활동을 재개한다고 해도 그의 앞에는 꽃길은 커녕 자갈밭 또는 가시밭길이 놓여있다.
먼저 당내 경선을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자리를 비운 사이 이미 김문수 장관은 '당심'을, 오세훈 시장은 '확장성'을 선점하고 있다.
현행 국민의힘 대선 경선은 선거인단 조사(당심) 50%, 국민여론조사(민심) 50%로 진행된다. 한 전 대표는 선거인단 조사에서는 김 장관의 '당심'에 밀리고, 국민여론조사에서는 오 시장의 '확장성'에 밀린다.
김 장관은 강성 보수 지지층의 결집으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선후보로 독주하고 있다.
김 장관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K-방산수출 지원을 위한 당정협의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계엄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 중 하나"라며 "법률적 판단이 필요한데, 판단되기 전에 정치인들이 나서서 무조건 내란이라고 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12일 '87체제 극복을 위한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 국민의힘 전체 의원인 108명의 절반에 가까운 47명이 참석해 '세몰이'에 성공했다.
국민의힘 당심이 한 전 대표에게 곧바로 돌아오기는 당분간 쉽지 않아 보인다. 헌재의 탄핵 인용은 강성당원 등을 자극할 것이고, 서울중앙지법에서 형사재판도 곧 시작된다. 윤 대통령은 강성지지층을 향해 계속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다.
이에 한 전 대표는 정치활동 재개 뒤 곧장 당내 투쟁보다는 당 외부에서 '국민 지지도' 끌어올리기에 힘을 쓰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대중적 지지세를 키워 '대세론'을 되살리고 이를 통해 당심을 설득하는 단계적 접근법인 셈이다.

▲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87체제 극복을 위한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한 전 대표 쪽은 새로 펴낸 책을 들고 전국을 돌며 북콘서트를 열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대중과 접촉면을 늘리면서 세몰이를 시작하고자 하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 등을 공격하는 동시에 윤 대통령 계엄선포를 적절히 비판함으로써 '반이재명 반윤석열' 중도층을 공략할 가능성이 높다.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중도층 공략이 필수이고 '본선 경쟁력'은 한 전 대표에게 커다란 정치적 자산이다.
정옥임 전 한나라당 의원은 12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이재명 때리기가) 먹히는 측면이 있다"며 "우파 지지층뿐만 아니라 중도의 상당 부분도 먹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1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63%라고 하는 절대적인 다수가 한동훈 전 대표를 선택을 했기 때문에 그 뿌리가 나는 아직도 없어졌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