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2025년 6번째 초대형 투자은행(IB)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키움증권과 하나증권, 메리츠증권, 신한투자증권 등이 초대형IB 인가를 준비하는 가운데 증권업계에서는 키움증권과 하나증권이 국내 6번째 초대형IB 타이틀을 거머쥘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2025년 초대형IB 6호 타이틀 누가 쥘까, 키움증권 하나증권 고삐 죈다

▲ 키움증권이 2025년 초대형IB 인가에 속도를 낸다.


31일 증권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키움증권과 하나증권은 조직개편 등을 통해 초대형IB 인가비에 힘을 싣고 있다.

키움증권은 내년 1월1일자로 초대형IB 전담 조직 종합금융팀을 신설한다. 올해 1월 취임한 엄주성 대표이사 사장이 초대형IB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한 지 약 1년 만이다.

키움증권은 2022년 초대형IB 진출을 검토했지만 2023년 차액결제거래(CFD) 사태로 중단했다. 올해 초 다시 준비에 들어간 뒤 내년 전담 조직을 통해 본격적 시동을 거는 것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초대형IB 인가를 신청하기 위해 종합금융팀을 신설하고 본격적 준비에 나설 것이다”며 “다만 신청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고 모험자본 공급을 위해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나증권은 올해 말 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기업금융(IB)부문에 힘을 줬다. 인프라·인수금융 부문의 시장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인프라대체금융·투자금융 본부장을 맡은 신명철 상무를 전무로 올리기도 했다.

금융당국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제도 개편의 핵심으로 모험자본 공급확대를 내건 데 대응하기 위한 인사와 조직개편으로 해석됐다.

하나증권은 2023년 초대형IB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아직 인가를 받지 못했다. 

당시 차액결제거래(CFD) 및 펀드보상 비용이 발생해 적자를 봤고 채권형 랩어카운트와 특정금전신탁 상품 운용과정에서 불법 자전거래를 한 정황에 관한 징계도 아직 확정되지 않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나증권은 강성묵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겸 대표이사가 연임에 성공한 만큼 다시 초대형IB 인가에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기업금융부문은 투자금융 조직을 확대해 인프라·인수금융 부문의 시장경쟁력을 키우려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초대형IB로 분류되는 증권사는 현재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 5곳이다. 이들을 포함해 종투사 자격을 갖춘 증권사는 하나증권, 메리츠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대신증권 등 5곳을 포함한 10곳이다. 

신한투자증권과 메리츠증권, 대신증권은 상대적으로 초대형IB 인가 준비에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투자증권은 초대형IB 인가를 신청할 계획이 없다고 최근 밝혔다. 2016년 초대형IB제도가 도입되자 2016년과 2019년 각각 유상증자를 실시해 5천억 원, 6600억 원을 신한금융에게 받기도 했지만 각종 금융사고와 금융당국 징계로 인가에 도전하지 못했다. 

올해 발생한 1300억 원 운용손실도 중징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당분간 초대형IB 인가를 추진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신한투자증권은 국내 증권사 가운데 가장 먼저 책무구조도를 도입한다는 방침을 세워 내부통제에 힘을 쏟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업무 연관성에 따라 책임을 최고경영자에게까지 묻는 제도다. 신한투자증권의 책무구조도 제출 기한은 2025년 7월이지만 2025년 2월 책무구조도를 도입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메리츠증권은 초대형IB 지정을 위한 요건을 검토하고 있지만 세부적으로 확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김종민 메리츠증권 대표이사도 3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초대형IB 지정 신청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 내용이 정해지거나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더욱이 이화그룹 신주인수권부사채(BW) 사태로 검찰조사를 받고 있어 초대형IB 인가 신청을 서두루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된다.

대신증권은 이제 막 종투사 타이틀을 딴 만큼 초대형IB 진출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대신증권은 24일 국내에서 10번째로 종투사에 지정됐다.
 
2025년 초대형IB 6호 타이틀 누가 쥘까, 키움증권 하나증권 고삐 죈다

▲ 하나증권이 초대형IB 인가에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종투사 자격을 지닌 증권사가 초대형IB로 도약하려 하는 이유로는 자기자본 수준에 따라 수익 창출력이 달라지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증권사는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업무 영역이 나뉜다. 특히 자기자본 3조 원이 넘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부터 영업여건이 크게 향상된다.

대표적으로 자기자본 3조 원 이상 증권사는 기업 신용공여업무를 할 수 있고 4조 원이 넘으면 기업고객 현물환 매매업무와 발행어음 업무가 가능해진다. 

실제 초대형IB·종투사와 비종투사 사이 체급차이에 따른 실적 격차는 점점 커지고 있다. 또한 초대형IB와 종투사 사이 실적 격차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투자증권은 3분기 누적으로 영업이익 1조 원을 가뿐히 넘기며 순항하고 있고 나머지 초대형IB 증권사도 올해 영업이익 1조 원을 넘길 것이란 전망을 증권업계는 내놓고 있다. 

반면 키움증권과 메리츠증권 정도를 제외하면 종투사 증권사도 실적 개선에 힘을 쓰지 못하고 있고 중소형 증권사의 사정은 더욱 어렵다. 

금융당국이 부동산에 치우친 부분을 줄이고 모험자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종투사 제도 개편을 예고해 상황에서 따라 2025년 초대형IB 인가에 시간이 좀 더 걸릴 수도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모험자본 공급을 위한 종투사 제도 개편을 예고하고 있어 제도 개편이 진행됨에 따라 증권사에게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고 심사 기간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바라봤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