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최근 국내 게임업계에서도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작 개발이 활발해지고 있다. 게임 콘텐츠 제작 속도가 빨라지고, 시제품(프로토타입) 개발이 신속하게 이루어지면서 전체적 개발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업계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미지나 영상 등 디자인 측면에서 AI가 학습에 활용한 데이터의 저작권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고, 이에 따른 이용자 비판도 이어지고 있어 AI를 게임 개발 전면에 도입하기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따르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게임 신작 개발에 AI 적용 '붐', 저작권 문제와 이용자 반감 해결과제로

▲ 국내 게임사들은 AI를 게임 개발에 활용하기 위한 전담 조직을 잇달아 만들고 있다. 크래프톤의 딥러닝본부(왼쪽 위), 넥슨의 인텔리전스 랩스(오른쪽 위), 넷마블의 AI센터(왼쪽 아래), 엔씨소프트의 엔씨AI 로고. <각사>


25일 게임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게임사들이 AI 기술을 게임 개발 과정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국내 게임사 가운데 AI를 게임 개발 자체에 가장 직관적으로 접목하고 있다. 2022년 '딥러닝 본부'를 설립했으며, 올해 3분기 실적 발표 때 처음으로 이강욱 딥러닝 본부장이 참석해 주목을 받았다.

회사 산하 AI 게임 전문 개발사 렐루게임즈는 올해 5월 AI 음성 인식을 적용한 시뮬레이션 게임 '마법소녀 카와이 러블리 즈큥도큥 바큥부큥 루루핑'을 출시했다. 이어 6월에는 AI 기반의 추리 게임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을 내놨다.

크래프톤은 내년 3월 앞서해보기(얼리액세스) 형태로 출시 예정인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에서도 AI 소형언어모델(sLLM)을 활용한 챗봇과 3D 프린터 기술을 접목한 캐릭터 생성 방식을 제공한다.

넷마블은 AI 기술을 활용해 데이터를 게임 운영에 적용하는 '콜럼버스 실'과 AI 기술을 개발하고 게임에 적용하는 '마젤란 실' 등으로 구성된 AI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회사는 올해 초부터 빅데이터 실을 AI센터에 통합해 데이터 수집부터 AI 모델 도출까지 모든 과정을 효율적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회사는 주로 게임 밸런싱, AI 번역, 음성 인식 기반의 명령 수행, 어뷰징(불법 프로그램 기반의 부당 이득 취득) 감지 등에 AI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회사는 올해 상반기 출시한 MMORPG '아스달 연대기 세 개의 세력'에 AI 가이드인 '지식의 서'를 적용, AI 기술을 게임 이용자가 실제 체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2011년 국내 게임 업계 최초로 AI 연구 조직을 설립했고, 최근에는 신설 법인 엔씨AI로 독립시켰다.

회사는 한국어 특화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을 위해 공을 들여왔다. 2023년 8월 국내 게임사 가운데 최초로 거대언어모델 '바르코 LLM'을 선보였으며, 2024년 9월 '라마 바르코 LLM'으로 향상시켰다.

회사는 지난 5일엔 한국어 처리에 특화된 시각언어모델(VLM) '바르코 비전'과 한국어 AI 모델 연구를 위한 벤치마크 5종을 공개하기도 했다.

회사는 주로 MMORPG 개발 과정에서 다수의 캐릭터(NPC) 텍스트, 음성, 게임 원화 제작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AI 적용으로 게임 개발의 다양한 영역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고, 실제 개발 속도의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크래프톤 렐루게임즈는 3명의 인원이 AI를 활용해 한 달 간격으로 2종의 게임을 출시했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게임을 제작할 때 최소 수십 명의 인력과 수개월 이상의 개발 기간이 필요한 점을 고려했을 때, 개발 효율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된 사례로 꼽힌다.

구글은 자사 AI와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게임 내 3D 공간을 무한 생성하고, 고전 슈팅 게임 '둠'을 그대로 복제해 1500명 가량의 AI NPC를 창조하는 연구 성과를 몇 명의 개발자만으로 해냈다.

장웨이 텐센트 부사장은 올해 7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게임전시회 '차이나조이'에서 "올해 출시한 자체 개발 AI 엔진을 통해 게임 배경 제작, 콘텐츠 생성 등 게임 개발 분야에서 일부 작업의 효율성을 40배 이상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차이하오위 중국 서브컬처 게임 개발사 미호요 공동 창립자도 지난 9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상위 0.0001%의 개발자를 제외한 대부분이 AI로 대체될 것"이라며 "일반 사람의 99%도 원하는 아이디어를 게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게임 신작 개발에 AI 적용 '붐', 저작권 문제와 이용자 반감 해결과제로

▲ 김용하 넥슨게임즈 IO본부장이 지난 11월14일 부산에서 열린 국내 게임쇼 '지스타 2024'에서 진행한 강연의 프리젠테이션 자료. 김 본부장은 인공지능(AI)이 실제 개발 현장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능을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하지만 아직 AI가 게임 개발 현장에서 요구되는 개발자의 각종 능력을 대체할만한 수준엔 도달하지 못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또 AI로 제작한 게임 내 이미지나 영상 등이 아직 이용자와 창작자들에게 부정적 반응을 일으키고 있어 대형 게임사가 개발자를 대체할 수준으로 AI를 도입하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김용하 넥슨게임즈 IO본부장은 지난 11월14일 부산에서 열린 국내 게임쇼 '지스타 2024'의 강연에서 "AI의 엄청난 가능성을 고려해 다양한 방면에서 활용을 시도했다"며 "하지만 현재로서는 소통이나 반복적 작업을 처리하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해외 개발사 수퍼오센티(SuperAuthenti)는 지난 1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피콕 극장에서 열린 글로벌 게임 시상식 '더게임어워드'(TGA)에 신작 게임 '캐틀리(Catly)' 트레일러 영상을 공개했는데, 이 영상이 AI를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으며 많은 이용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일본 모바일게임 개발사 코로플은 지난 11일 이미지 생성 AI 개발사 스테이빌리티 AI와 제휴를 맺고, AI 생성 이미지를 통해 게임 개발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발표 직 후 소셜네트워크(SNS)에서 이용자들의 거센 비난에 직면하기도 했다.

게임과 애니메이션 성우 등이 소속된 미국 배우 노조 SAG-AFTRA도 올해 7월 AI로부터의 권리 보호와 AI 활용에 따른 정당한 보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다. 이에 따라 디즈니, 미국 게임 개발·유통사 EA를 포함한 10곳이 직접적 영향을 받았고, 몇몇 회사는 성우 교체를 하기도 있다.

또 국내 저작권법은 현재 AI가 직접 제작한 콘텐츠에 저작권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일부 AI로 생성된 영상·이미지 등의 배열과 관련해서만 창작성을 인정받아 '편집 저작물'로 간주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기술을 활용해 게임 제작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많은 개발사들이 노력하고 있다"며 "하지만 여전히 이미지·영상 등 AI 디자인 관련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고, 이용자 반감을 살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