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컴 '제2의 엔비디아' 잠재력에 증권가 의견 엇갈려, 빅테크 수주가 관건

▲ 브로드컴이 '제2의 엔비디아'로 투자자들에 주목받고 있지만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에서 실제 성과를 증명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브로드컴 반도체 홍보용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 본격 진출한 브로드컴이 엔비디아에 버금가는 핵심 기업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을 두고 증권가 관측이 다소 엇갈린다.

구글과 애플, 메타 등 빅테크 기업이 브로드컴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어 성장성은 밝지만 기술 경쟁력과 실제 성과가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미국 CNBC는 23일 “브로드컴은 ‘제2의 엔비디아’로 투자자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며 “2025년에 반드시 투자해야 할 AI 종목으로 꼽힌다”고 보도했다.

CNBC는 영국 블루웨일그로스펀드 매니저의 분석을 인용해 브로드컴의 내년 주가 상승폭은 엔비디아를 웃돌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올해 엔비디아 주가는 연초 대비 약 173%, 브로드컴 주가는 103%에 이르는 상승폭을 보였다.

브로드컴 주가는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에서 구글을 비롯한 빅테크 기업에 수주 성과가 나타난 뒤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동안 브로드컴의 사업 분야는 통신 및 산업용 반도체에 집중되어 있었는데 빅테크 기업의 인공지능 반도체를 맞춤 제작하는 사업이 성장동력으로 떠오른 덕분이다.

구글과 메타,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은 인공지능 데이터서버 투자에 엔비디아 반도체를 주로 사용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엔비디아 반도체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에 대응해 대안을 찾는 과정에서 자체 기술로 개발한 반도체를 상용화해 탑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브로드컴이 이 과정에서 핵심 협력사로 떠오르면서 엔비디아 대항마로 주목받고 있는 셈이다.

애플도 최근 브로드컴과 자체 데이터서버용 반도체 개발 협력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루웨일그로스펀드는 “엔비디아 반도체는 성능이 뛰어난 만큼 가격 부담이 크다”며 “빅테크 기업들이 브로드컴과 협력을 강화하며 성장 잠재력을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모간스탠리와 골드만삭스 등 대형 증권사도 최근 잇따라 보고서를 내고 브로드컴 목표주가를 상향하며 인공지능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브로드컴 '제2의 엔비디아' 잠재력에 증권가 의견 엇갈려, 빅테크 수주가 관건

▲ 브로드컴 인공지능 반도체 홍보용 이미지.

그러나 브로드컴의 성장 잠재력이 분명한 한계를 안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브로드컴이 엔비디아의 강력한 시장 지배력에 맞서야 한다는 점이 잠재적 리스크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빅테크 기업들은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에 큰 가격 부담을 안고 있지만 생성형 인공지능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춰내는 일도 매우 중요한 과제로 안고 있다.

아직 관련 시장이 초기 단계에 불과한 만큼 먼저 승기를 잡는 빅테크 기업이 시장 선점 효과를 보면서 앞서나갈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당분간은 고성능 엔비디아 반도체 확보를 우선순위에 둘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CNBC는 브로드컴의 자체 설계 반도체가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인공지능 반도체와 확실한 차이가 있다고 전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엔비디아 신형 반도체 ‘블랙웰’ 시리즈 출시가 임박한 만큼 브로드컴이 내년에 더욱 치열한 경쟁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엔비디아가 이미 인공지능 반도체와 함께 관련 소프트웨어 등으로 강력한 생태계 효과를 구축했다는 점도 브로드컴이 맞대결을 노리기 쉽지 않은 이유로 제시했다.

포브스는 “브로드컴에 아직 ‘엔비디아 모먼트’와 같은 기회는 찾아오지 않았다”며 현재로서는 엔비디아 제품과 경쟁할 만한 위치에 오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엔비디아 인공지능 GPU 분기 매출이 270억 달러에 이르는 반면 브로드컴의 맞춤형 반도체 매출은 분기당 3억 달러 안팎에 그친다는 점도 한계를 보여주는 근거로 꼽혔다.

브로드컴이 제2의 엔비디아로 성장할 잠재력을 확실하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에서 성장 잠재력을 실제 결실로 증명해야 한다는 것으로 읽힌다.

포브스는 “엔비디아 블랙웰 시리즈는 2025년에 축포를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다”며 “반면 브로드컴은 이제 막 고객사들에 역량을 인정받아야 하는 단계”라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