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에너지 정책 키워드는 '다변화', 바이든 친환경 지원 전면 폐지 어려워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뒤 자신의 공약을 앞세워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지원 정책을 모두 폐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에너지원 수급처 다변화가 절실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내년 1월 출범하는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조 바이든 대통령 주도로 시행된 친환경 인센티브 정책을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현실화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가 전력원을 다변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 신재생에너지 발전 세제혜택을 비롯한 일부 정책은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2일 CNBC와 CNN 등 외신을 종합하면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비롯한 친환경 정책은 트럼프 정부에서 대폭 축소되거나 철회될 공산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캠페인 때부터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을 강력하게 비판하며 자신이 당선되면 이를 모두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전면에 내세워 왔다.

미국 상원과 하원도 모두 공화당이 장악한 만큼 트럼프 정부에서 이를 실제로 추진한다면 의회 통과 절차에도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CNBC는 바이든 정부에서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제공하던 세제혜택 제도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뒤에도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봤다.

신재생에너지 기술 및 생산 투자가 미국 내 제조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모두 기여하는 만큼 공화당에서도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CNN도 공화당 의원들 가운데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산업 지원법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는 씽크탱크 에너지이노베이션의 분석을 전했다.

신재생에너지 및 전기차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텍사스와 조지아, 테네시 등 여러 지역에서 고용 및 가계소득이 증가하는 긍정적 효과가 확인되고 있다는 것이다.

메사추세츠공대(MIT)와 씽크탱크 로디엄그룹은 바이든 정부 지원으로 친환경 에너지 투자가 이뤄지는 지역 가운데 약 75%가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를 지지했다는 집계 결과도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공화당 의원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친환경 정책 전면 폐지를 주장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에 놓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CNBC는 트럼프 차기 정부 에너지 정책이 단순히 화석연료 발전을 장려하고 신재생에너지에 불이익을 주려는 목적을 띠고 있지 않다는 분석도 전했다.

트럼프 정부는 임기 첫 해부터 전기요금을 대폭 낮추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기 때문에 전력원을 가능한 다변화하는 포괄적 지원 정책을 쓸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트럼프 에너지 정책 키워드는 '다변화', 바이든 친환경 지원 전면 폐지 어려워

▲ 애플이 미국 텍사스주에 설립한 태양광 에너지 발전설비 참고용 사진.

CNBC는 로비업체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정부에서 원하는 에너지 공급량은 포괄적 지원을 통해서만 달성할 수 있다’며 관련 정책을 담당할 내각 인선도 이를 염두에 둔 상황에서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의 원유 생산량을 늘리고 원자력 발전 활성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신재생에너지 분야에도 정부 지원으로 공급 확대를 유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전기차 및 배터리 분야도 이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제조업 및 고용시장 활성화, 자동차 산업 경쟁력 향상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트럼프 정부의 기조에 부합한다.

조사기관 벤치마크미네랄인텔리전스는 포브스에 “민주당과 공화당이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에 서로 반대 시각을 보이는 것처럼 인식되지만 사실 이들의 입장은 대부분 일치한다”고 전했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에서 세제혜택을 비롯한 바이든 정부의 인센티브 프로그램이 계속 유지되며 미국에 생산 투자를 진행한 한국 자동차 및 배터리, 태양광 업체도 한시름을 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에 전기차 생산공장을 신설했고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는 미국 공장을 둔 다수의 자동차 기업과 배터리 제조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한화큐셀은 미국에 태양광 관련 투자를 늘리고 있으며 이외에도 수많은 기업이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산업 인센티브 제도에 수혜를 보고 있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이 정부 지출 축소를 추진하기 때문에 이러한 제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재원은 다른 친환경 지원 프로그램을 폐지해 마련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CNBC는 미국 에너지부의 저금리 대출 프로그램을 대표적 후보로 꼽았다. 전기차 구매자에 제공하는 최대 7500달러의 인센티브도 철회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CNN은 “트럼프 당선인이 바이든 정부 친환경 정책 폐지를 공화당 의원들에 설득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며 “당분간 미국의 기후 관련 정책은 예측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