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26일 미국 조지아주 소셜 서클에 위치한 리비안 전기차 공장 예정 부지 앞을 차량들이 주행하고 있다. 리비안은 현재 이 공장 건설을 중단한 상태다. <연합뉴스>
하지만 트럼프 정부의 정책 기조가 전기차 업체 대출에 부정적인 데다 차기 미국 정부 주요 인사가 리비안 대출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리비안에 대규모 배터리 공급을 앞둔 LG에너지솔루션으로서는 미국 사업 확장과 관련해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19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리비안은 미국 에너지부(DOE)로부터 대출을 최종 확정받기 위해 기술력과 재무 상태 등 요구 사항을 달성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리비안은 65억7천만 달러(약 9조5353억 원) 규모의 대출을 에너지부 첨단 기술 차량 제조(ATVM) 프로그램에 근거해 지난 11월 조건부로 확보했다.
미 에너지부는 SK온과 삼성SDI 등 배터리 제조사의 미국 합작 공장에 저금리 정부 대출 제공을 최근 잇따라 확정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이미 2022년 12월에 GM과 합작사 얼티엄셀즈가 에너지부 대출을 받아 투자 재원 조달 부담을 일부 덜어낼 수 있었다.
배터리 업체뿐 아니라 미국 내 전기차 공장 투자에도 에너지부 금융 지원이 이뤄져 한국 배터리 3사는 전기차 고객사들의 배터리 수요 증가 기회를 잡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가운데 리비안이 가장 최근 들어 미국 에너지부 대출에 조건부로 선정되면서 이 회사와 배터리 공급 협약을 맺은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사업 확대 기대감이 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 동안 모두 67기가와트시(GWh) 용량의 배터리를 리비안에 공급하기로 계약했다.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리비안 이번 계약은 금액 기준으로 8조~9조 원 규모로 추정된다.
그러나 리비안이 에너지부 대출을 확정 짓기 위해 넘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LG에너지솔루션으로서는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 LG에너지솔루션이 리비안에 공급하는 원통형 4695 배터리. < LG에너지솔루션 >
트럼프 정부 인수위원회가 미국 내 배터리와 전기차 제조에 세액공제 혜택을 유지하는 반면 정부 대출 프로그램의 폐지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점이 이런 분석의 근거로 꼽힌다.
또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정부효율부 수장을 맡은 비벡 라마스와미가 에너지부의 전기차 및 배터리 자금 지원을 정면으로 비판해 리비안 대출에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
특히 리비안을 향한 대출 지원 결정이 테슬라의 경쟁력을 낮추기 위한 바이든 정부에 정치적 행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후보를 지지했던 일론 머스크가 경영하는 테슬라의 경쟁자를 키우고자 리비안에 재정 지원을 했다는 것이 의혹의 요지다.
경제전문지 포천은 “리비안에 대한 에너지부의 대출이 정치적 성격을 띤 것으로 볼 만한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점을 종합하면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 리비안이 에너지부 대출을 확보하기가 힘들어져 전기차 공장 건설이나 차량 제조에 차질을 빚을 공산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LG에너지솔루션으로서는 리비안과 맺은 배터리 공급 계약 진행에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리비안은 2021년 첫 차량을 출시한 이후 줄곧 재무 악화와 자금 부족으로 사업에 난항을 보였다.
올해 3분기에도 11억 달러(약 1조5966억 원) 순손실을 기록했으며 여태껏 흑자를 낸 분기가 없다. 현재 신형 R2 차량 양산 및 조지아주 공장 투자 일정도 지연된 상태다.
총 66억 달러에 육박하는 미국 에너지부 대출이 앞으로 차량 제조와 공장 건설에 중요한 자금줄이 될 수밖에 없다.
LG에너지솔루션이 리비안에 공급할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와 안전성이 높아 차세대 기술로 평가받는 ‘4695(지름 46㎜, 높이 95㎜)’ 원통형 제품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리비안 수주를 발판 삼아 테슬라에 46파이 규격 배터리의 공급을 늘리거나 미국에서 새 고객사를 유치할 수도 있다.
LG에너지솔루션으로서는 리비안 에너지부 대출 확정 여부가 미국 사업 확장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조 바이든 정부가 전기차와 배터리 및 반도체 등 첨단 제조업 지원에 임기 막바지 들어 속도를 내는 만큼 리비안도 에너지부 대출이 임기 내 최종 확정될 여지도 없지 않다.
또 아무리 트럼프 정부라 하더라도 기업과 공식 계약을 자의적으로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고개를 든다.
이와 관련해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에 “기업이 미국에 투자하는 이유는 예측 가능성이 담보되기 때문”이라며 리비안이 에너지부 대출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