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소형 내연차 수출' 르노코리아 '중대형 친환경차 내수', 상반된 행보에 눈길

▲ 해외에 본사를 둔 국내 완성차 업체인 한국GM과 르노코리아가 생산과 판매, 브랜드 홍보전략 등에서 서로 상반된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끈다. 사진은 르노코리아의 '그랑 콜레오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완성차 '외국인 투자 기업'(외투기업)인 한국GM과 르노코리아가 생산 차종과 판매 집중 시장, 브랜드 홍보 전략까지 정반대 길을 걷고 있어 눈길을 끈다. 

한국GM은 미국에서 확고한 수요가 있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2개 차종 수출에 집중해 국내 50만 대 생산체제 구축을 목표로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다.

반면 르노코리아는 국내 수요에 맞는 중대형 SUV 친환경차(하이브리드차+전기차)를 생산해 무너진 내수 판매를 복원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각) 미국 GM 전문 매체 GM오소리티에 따르면 한국GM이 창원공장과 부평공장에서 각각 생산하는 쉐보레 브랜드의 트랙스 크로스오버(수출명 트랙스)와 트레일블레이저는 미국 소형 SUV 판매 시장에서 쾌조의 판매 실적을 올리고 있다. 

올해 1~9월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미국에서 14만9762대가 팔려 현지에서 판매된 소형 SUV 21종 가운데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다. 해당 차급(세그먼트) 내 점유율은 13.4%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트레일블레이저는 8만1708대가 팔려 현지 소형 SUV 점유율 7.3%를 기록했다.

또 경기도 부평 공장에서 생산하는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형제차 뷰익 앤비스타와 트레일블레이저의 형제차 뷰익 앙코르 GX도 1~9월 미국에서 각각 3만8890대, 4만4646대가 팔렸다.

올해 들어 9월까지 제너럴모터스(GM) 산하 쉐보레, 뷰익 브랜드 4차종의 미국 소형 SUV 시장 내 합산 점유율은 28.1%에 이른다. 올해 미국에서 팔린 소형 SUV 신차 4대 중 1대 이상은 한국GM이 만든 차량인 셈이다.

한국GM은 올해 들어 11월까지 모두 44만6234대를 판매했는데, 그 중 42만3211대가 수출용으로 수출 비중이 94.8%에 달했다.

2020년 1월 트레일블레이저에 이어 지난해 2월 트랙스 크로스오버 양산을 시작한 한국GM은 지난해부터 이들 2개 차종을 중심으로 연 50만 대 생산체제를 갖추는 것을 최대 목표로 삼아왔다. 두 차종은 각각 1.35 터보 가솔린, 1.2 터보 가솔린 모델로 출시됐다.

한국GM은 지난해 21만여 대 트랙스 크로스오버 수출에 힘입어 전년보다 76.6% 증가한 46만8059대 판매량을 기록했고, 전년 대비 389.5% 증가한 영업이익 1조3502억 원을 거뒀다. 2002년 법인 설립 이래 최대 실적이다.

올해 들어 11월까지 글로벌 누적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7.1% 증가한 데다 원/달러 환율도 전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더 증가할 전망이다. 한국GM과 같이 수출이 많은 기업은 수출물량과 외화표시 수출가격이 일정하다고 가정할 때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폭만큼 매출이 증가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GM 본사 입장에서도 한국사업장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건비와 고도로 숙련된 노동력, 그에 기반한 고품질 제품 생산 등 현지 생산보다 유리한 장점 들을 갖추고 있다.

반면 또 다른 완성차 외투기업 르노코리아는 지난 9월 4년 만의 신차인 중형 SUV '그랑 콜레오스'를 국내 출시하며 내수 판매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

2019년만 해도 10만 대에 육박했던 르노코리아 내수 판매량은 신차 가뭄 속 지난해 2만2048대까지 떨어졌고, 올 1~8월까지도 전년 대비 9.3% 감소세를 이어갔다. 

그랑 콜레오스는 르노코리아의 신차 프로그램 '오로라 프로젝트'의 첫 번째 결실이다. 1.5 터보 가솔린 엔진 기반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주력으로 2.0 터보 가솔린 모델이 함께 출시됐다.

르노코리아는 올해 그랑 콜레오스를 시작으로 매년 친환경 신차를 국내에 출시해 판매실적을 크게 늘릴 계획이다. 
 
한국GM '소형 내연차 수출' 르노코리아 '중대형 친환경차 내수', 상반된 행보에 눈길

▲ GM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비즈니스포스트>

내년에는 프랑스 르노의 전기차 '세닉 E-테크 일렉트릭'을 수입해 국내 판매를 시작하고, 2026년 초엔 중·대형급 하이브리드 신차(오로라2)를 출시해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강화한다. 2027년 출시를 목표로 잡은 자체 개발 전기차 모델 '오로라3' 프로젝트에도 이미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코리아는 프랑스 르노그룹의 '르노 브랜드 인터내셔널 게임 플랜' 전략에 따라 유럽 외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다섯 곳의 글로벌 허브 중 하나를 담당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D·E세그먼트(중형·중대형) 전용 CMA플랫폼에 기반한 르노그룹의 고급차 개발과 생산을 맡았다. 

특히 큰 차를 선호하는 한국 소비자들의 수요에 맞춰 이들 차량으로 현재 내수 판매 회복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르노코리아는 올해 1~11월 국내에서 3만2738대를 팔았다. 그랑 콜레오스 판매 개시 석 달 만에 전년 대비 내수 누적 판매량이 60.1% 증가세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수출로는 5만9554대를 팔았다. 올해 누적 판매에서 수출 비중은 64.5%를 보였다.

두 회사는 브랜드 홍보 전략에서도 완전히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국GM은 2022년 10월부터 법인명은 '한국GM'으로 유지한 채 대외적 사명을 'GM 한국사업장'으로 써왔다.

미국 최대 완성차 업체인 GM과 브랜드를 통합해 정체성을 강화하고, 국내에 정통 아메리칸 브랜드의 글로벌 모델들을 판매하면서 수입차 이미지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르노코리아는 국내 완성차 업체로서 정체성을 강조하고 있다.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은 취임 직후인 지난 2022년 3월16일 부산공장에서 '뉴 스타트 뉴 네임' 행사를 열고 사명을 기존 '르노삼성자동차'에서 '르노코리아자동차'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당시 회사 측은 르노그룹과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의 일원인 동시에 한국 시장에 뿌리를 둔 국내 완성차 기업으로서 정체성을 공고히 한다는 의지를 새로운 이름과 로고 디자인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르노코리아는 지난 4월 사명을 기존 르노코리아자동차에서 '르노코리아'로, 공식 엠블럼을 태풍의 눈에서 프랑스 르노의 '로장주'로 모두 바꾸면서도 회사 이름에 '코리아'를 남겨뒀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