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 '불닭' 수요 못 따라간다, 김정수 글로벌 생산거점 확보 속도전

▲ 삼양식품이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61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식품업계 최초로 ‘7억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김정수 삼양식품 대표이사 부회장이 수출탑 수상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삼양식품>

[비즈니스포스트] 삼양식품이 글로벌 생산라인 확대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불닭’ 브랜드 제품의 폭발적인 인기로 급증하는 주문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 강하다.

삼양식품의 생산라인 증설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것으로 보여질 정도다.

김정수 삼양식품 대표이사 부회장은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지니고 있는데 이런 의지를 구현하기 위한 삼양식품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17일 삼양식품의 움직임을 종합해보면 김정수 부회장은 2025년을 글로벌 식품기업 도약의 원년으로 삼아 생산공장 확장에 공격적 투자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양식품은 16일 삼양싱가포르유한회사에 지분 90%를 전량 현금으로 출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출자금액은 총 647억 원이다.

삼양식품은 삼양싱가포르유한회사를 통해 중국 생산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공장 건설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중국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이번에 설립되는 중국 생산법인은 삼양식품의 첫 해외 공장이다. 밀양2공장 착공 발표 이후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추가 설립이 결정됐다. 김정수 부회장의 강력한 글로벌 시장 진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 부회장은 최근 3년 동안 꾸준히 생산기지를 확장했다. 2022년 5월 밀양공장 준공, 2024년 3월 밀양2공장 착공에 이어 중국 현지 공장 건설 계획까지 내놨다. 2025년 상반기까지 강원도 원주에 생산원료인 팜유정제공장을 신설할 계획도 발표했다. 모두 글로벌 수요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행보로 읽힌다. 

김 부회장은 3월 진행된 밀양2공장 착공식에서 “삼양식품이 글로벌 메이저 식품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밀양2공장 신설을 결정했다”며 “초격차 역량 강화를 통해 글로벌 메이저 식품기업으로서 위용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해외시장 확장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부회장의 글로벌 사업 확대 의지는 불닭볶음면이라는 '메가히트작'의 성공 덕분인 것으로 분석된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의 글로벌 인기에 힘입어 국내보다 해외에서 훨씬 많은 돈을 버는 회사다.

삼양식품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4389억 원을 기록했다 그 가운데 해외매출은 3428억 원으로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전체 매출 가운데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78.1%에 달한다.
 
삼양식품 '불닭' 수요 못 따라간다, 김정수 글로벌 생산거점 확보 속도전

▲ 삼양식품의 '불닭'시리즈의 인기에 힘입어 올해 3분기 기준 해왜매출 비중이 78%를 넘어섰다.


지난해에도 전체 매출 1조1929억 원 가운데 수출은 8093억 원으로 68%를 차지했다.

2016년 26%에 불과했던 수출 비중은 2019년 50%를 넘어선 데 이어 올해 80%에 육박하고 있다. 삼양식품이 해외에서 얼마나 탄탄한 입지를 다지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삼양식품은 최근 업계 최초로 ‘7억불 수출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7년 1억불을 시작으로 2018년 2억불, 2021년 3억불, 2022년 4억불 수출탑을 거쳐 이룬 5번째 성과로 해외 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입증했다.

삼양식품 수출 실적은 단연 ‘불닭’ 브랜드가 견인하고 있다.

올해 불닭 브랜드 매출은 이미 1조 원을 넘었다. 2012년 출시 이후 연매출이 1조 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출시 이후 현재까지 누적 매출은 4조 원, 누적 판매량은 70억 개를 기록했다.

해외에서 점유율을 더 끌어올릴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점도 김 부회장의 자신감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삼양식품은 미국 법인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월마트 전 매장에서 불닭볶음면을 판매하고 있으나 매대 물량을 완전히 채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코스트코 입점률은 아직 5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9월부터는 대형마트 타깃에 신규 입점했으며 슈퍼마켓 체인 크로거에서의 입점률도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삼양식품은 미주시장 물량 확보를 위해 2024년 3월 밀양2공장 착공을 발표하고 건설에 들어간 상태다. 밀양2공장은 내년 상반기 완공될 예정이지만 삼양식품은 2027년경 다시 생산물량이 부족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밀양2공장이 준공되면 생산능력이 기존과 비교해 40%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주요 지역에서 여전히 높은 소비자 수요와 유통망 확대 여지가 있어 초기 가동률이 예상보다 빠르게 올라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파악됐다.

일각에서는 이번 중국 생산법인 설립은 중국 내 수요 충족은 물론 미국과 유럽 등 서구권 수출 물량을 더욱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생산법인이 현지 물량을 담당하게 되면서 국내 생산공장은 서구권 수출 물량에 집중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게 된다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도 삼양식품의 적극적 투자 행보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놓고 있다.

류은애 KB증권 연구원은 “삼양식품의 중국 생산법인 설립에 따라 국내 공장에서 평균판매단가가 높은 서구권 수출 물량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며 “또한 중국 물량이 분리됨에 따라 중국 현지 수요가 높은 제품 위주의 생산이 늘어나며 사업 효율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부회장은 삼양식품 오너2세인 전인장 전 삼양식품 회장과 결혼한 뒤 주부로 지내다가 삼양식품이 IMF 외환위기 때 부도가 나자 1998년 삼양식품에 입사해 남편을 돕기 시작했다.

2018년 삼양식품 각자대표이사 사장이 됐지만 2020년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남편과 함께 유죄 판결을 받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후 7개월 만에 법무부로부터 취업 승인을 받아 경영에 복귀했고 지난해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됐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