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영풍 "집행임원제 도입해 전문경영 체제로 바꿔야",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 근거 없어"

▲ MBK파트너스·영풍 연합 측 청구로 내년 1월23일 열리는 임시주총을 앞두고 MBK파트너스·영풍 측은 고려아연을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꿔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도움이 된다는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사진은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9월1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공개매수에 나서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내년 1월23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결판이 날 전망이다. 

이번 임시주총 개최는 MBK파트너스·영풍 측 청구에 따른 것이다. MBK파트너스·영풍 측이 제시한 임시주총 안건은 '이사 선임의 건'과 '정관 일부 변경의 건(집행임원제도 도입의 건)' 등 2건이다.

10일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내년 1월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에 앞서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회복 방안'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김 부회장은 이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019년 취임한 이후 5년 여 동안 약 1조3천억 원을 개인 친분 회사 투자 등 헛되이 사용하면서 기업가치를 하락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 회장이 경영 전면에 등장하면서 고려아연 주주가치는 물론 기업가치까지 급속 하락 중"이라며 "고려아연 주가는 2019년 초까지 동종 업계 대비 견조한 성장 추세를 이어갔지만, 2019년 3월 최 사장 취임 이후 하락세로 반전했고 동종 업계 주가 회복기에도 경쟁기업들에 비해 크게 못 미쳤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인 친분 회사 투자, 본업과 관련성이 떨어지는 투자, 제대로 된 검증이 있었는지 의심되는 일부 신사업 투자 등으로 집행된 사업이 2019년 최 대표 취임 이후 총 38건, 규모로는 약 1조3천억 원으로 추산됐다"며 "이 투자 대상 회사들 대부분이 누적 당기순손실을 시현 중이며, 투자 원금 회수 가능 여부도 불투명한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고려아연이 고금리 차입을 대규모로 일으켜 실시한 자사주 공개매수는 표면적으로 내세운 주주가치 제고 목적과 달리, 회사의 보유 현금을 소진하고, 잔류 주주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한 대표적 사례였다고 주장했다. 
 
MBK·영풍 "집행임원제 도입해 전문경영 체제로 바꿔야",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 근거 없어"

최윤범 고려아연 대표이사 회장(가운데)이 11월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지분 2%를 소유한 최 회장이 경영진에서 물러나라는 요구를 받자, 주주가치를 내세우며 대규모 자사주 공개매수로 주주환원을 하겠다는 이중적 태도를 드러냈다"며 "그러나고려아연을 국민기업으로 만들겠다며 2조5천억 원이란 전무후무한 규모의 일반 공모 유상증자를 단행한다고 깜짝 발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발표로 주식시장은 커다란 혼란에 빠졌고, 고려아연 주주들이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의 가치는 순식간에 폭락했다"며 "그 결과 회사의 현금은 바닥이 나고, 고금리 차입 영향으로 기업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 회장 단독 경영체제를 멈추고, 집행임원제 도입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해 악화한 재무구조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집행임원에 의해 신속하고 효율적 업무 집행이 가능케 하고, 감독형 이사회가 효과적 업무 감독과 전략 의사 결정을 맡아 고려아연 거버넌스를 선진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사회에는 MBK파트너스와 영풍그룹뿐 아니라 2대 주주인 최 회장 측도 참여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내부거래위원회를 만들어 최대주주뿐 아니라 주요 주주들의 친인척과 특수관계자들과의 거래를 모두 위원회에서 철저히 심의하겠다고 그는 밝혔다. 

최 회장은 1대 주주가 아니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에 따라 특수관계자들과 거래를 이사회에서 심의할 의무가 없다. 

그는 "공정거래법보다 기준을 높여 주요 주주와 그들의 특수관계자들의 모든 특수 거래를 내부거래위원회에서 철저히 심의한다면, 원아시아파트너스 같은 투자가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는 최 회장 친구로 알려져 있다.

고려아연은 이같은 김 부회장 주장에 대해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공식 반박했다.

고려아연 측은 "MBK 측은 주주수익률 하락 원인으로 지속된 회사 자금의 누수, 본업이나 신사업과 무관한 부문에 대한 잘못된 투자를 얘기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는 기업경영의 본질적 요소인 투자와 연구개발(R&D) 등에 대한 이해 부족을 드러내는 단면"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MBK파트너스·영풍 측은 객관적 수치마저도 자신들에 유리한 방식으로 잘못 집계했다"며 "업무 유관 투자를 업무와 무관한 투자로 분류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고려아연 측은 MBK파트너스·영풍 측이 해명을 요구한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 등과 같은 건은 해명하지 못했다.

고려아연 측은 "자사주 공개매수와 관련해서도 아전인수격 해석을 늘어놨다"며 "고려아연이 앞서 진행한 자기주식 취득 공개매수는 기업사냥꾼 MBK파트너스와 실패한 제련기업 영풍의 적대적 기업인수(M&A)를 막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반공모주 유상증자의 경우 법적 문제가 없음에도 당사가 시장과 주주의 우려를 겸허히 수용해 무려 한달 전에 철회한 사안임에도 이를 다시 끄집어내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MBK파트너스·영풍 측이 주장한 집행임원제 도입으로 고려아연 지배구조 선진화가 된다는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 측은 "일본에서는 집행위원제를 시행한 소니가 이를 도입하지 않은 도요타보다 실적이 좋지 않다"며 "영풍 스스로도 도입하지 않고 있는 집행임원제도를 고려아연 경영권 찬탈에 악용하려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조성근 기자